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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감독 없이' 리버풀 16강행, 될 팀은 된다 [잉글랜드 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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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감독 없이' 리버풀 16강행, 될 팀은 된다 [잉글랜드 FA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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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리버풀인 듯, 리버풀 아닌, 리버풀 같은 팀이 승리에 환호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에 나선 붉은 유니폼의 주인공들 이야기다.

리버풀은 5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슈루즈버리와 2019~2020 FA컵 32강 재경기에서 1-0 승리, 16강에 진출했다.

결과만큼이나 화제가 된 건 리버풀 선수단 면면이었다. 이미 선수단에 휴식을 약속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은 2군 선수들로 팀을 꾸렸고 심지어 자신마저 경기장에 동행하지 않았다.

 

23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고 FA컵에 나선 리버풀 닐 크리츨리 2군 코치(오른쪽)가 승리를 이끈 아담 루이스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연은 있다. 리버풀은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지 못했다. 올 시즌엔 25경기를 치른 현재 무패행진(24승 1무)을 이어가며 승점 73을 챙겨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51)과 승점 차가 커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리버풀은 지난 맞대결에서 2-2로 비겨 재경기가 잡혔는데, 하필 선수단에 휴식을 약속한 시기였다.

EPL은 올 시즌 2주 가량 겨울 휴식기를 갖는데, 클롭 감독은 이 기간 1군 선수단에 휴식을 부여하기로 했었고 이를 지키기 위해 FA컵에 2군 선수단을 내보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에 대한 배려이자, 이를 동력으로 남은 시즌 확실히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겠다는 심산이었다.

컵 대회에 1.5군 혹은 2군을 내보내는 일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상대와 수준 차가 크거나 다른 대회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휴식기에 잡힌 FA컵에 1군 선수단은 물론이고 자신도 나서지 않으면서도 승리를 챙겼다. [사진=AP/연합뉴스]

 

여기까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다음은 논란이 일었다. 클롭 감독까지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은 것. 클롭의 자리는 2군 코치 닐 크리츨리가 대신했다.

현지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클롭 감독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클롭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맞서면서도 23세 이하(U-23) 팀에는 그에 맞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크리츨리를 언급한 것이다.

결국 휴가를 떠난 클롭과 1군 선수단을 대신해 나선 ‘젊은 리버풀’은 후반 나온 상대 자책골로 신승을 거두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승리에 대한 큰 기대를 갖지 않았던 리버풀이지만 이날 승리로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트레블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스포츠 팬들이 쓰는 말처럼 어떤 문제와 역경이 있어도 될 팀은 된다는 걸 보여준 리버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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