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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송유진 전재익 신드롬 해부(上) '컬링 남매'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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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송유진 전재익 신드롬 해부(上) '컬링 남매' 인기 비결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18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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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평창올림픽이 전국에 컬링 바람을 일으키며 ‘킬러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면 올 시즌 출범한 코리아 컬링리그는 그 믿음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무대로 손색이 없었다. 

눈부신 외모와 차가워 보일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송유진(21),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출구’를 찾기 힘들만큼 많은 매력을 뽐내는 전재익(22)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더불어 스포츠계에 아이돌 팬덤 문화까지 접목되며 그 시너지가 커지고 있다. 스포츠Q에선 자못 흥미로운 컬링 신드롬과 그 원인에 대해 해부해본다.

 

컬링 열풍 중심에 선 전재익(왼쪽)과 송유진. 톡톡 튀는 매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 류현진-손흥민 넘었다, ‘조회수 킬러’ 송유진 전재익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크게 떠오른 종목은 단연 컬링이었다. 그동안 빗자루질(스위핑)을 하는 이색 종목 정도로 여겨졌던 컬링이었다면 평창에선 ‘팀 킴’이 매력적인 경상도 사투리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영미’, ‘헐’ 등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컬링을 제대로 알렸다.

과거와는 확실히 달랐다. 다양한 지역에 컬링 인프라가 구축됐고 코리아 컬링리그가 출범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컬링을 어느 때보다 ‘핫’하게 만든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스타 탄생 덕분이었다. 지난해 12월 23일 믹스더블(혼성 듀오) 경북체육회B-경북체육회A 경기가 기점이 됐다. 송유진-전재익으로 구성된 경북체육회B가 현 국가대표 A팀(장혜지-성유진)을 제압한 것. 뛰어난 실력보다 더 화제가 된 건 송유진의 빼어난 미모였다. 경기 이후 송유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폭발적인 관심 덕에 경기일정까지 조정됐다. 이들의 12월 31일 더블헤더 경기가 모두 생중계로 전파를 탔는데, 3연승을 달리며 컬링 팬들에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대회 독점 중계권을 가진 구독자 12만의 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는 송유진과 전재익 듀오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샷 이후 송유진이 전재익을 향해 “굿샷 좀 해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218만을 기록했다. 류현진 김광현 등의 내용으로 꽉 찬 메이저리그, 손흥민을 대표로 하는 해외축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치고 단숨에 인기 영상 2위로 떠올랐다. 1위는 11개월 전 스프링캠프에서 찍은 류현진 영상(257만)인데, 조만간 역전이 가능한 기세다. 이와 유사한 경기 클립 영상이 126만, 전재익 스페셜 영상이 95만 뷰로 톱10 중 3개를 장식하고 있었다. 이들이 나오기만 해도 10만 뷰를 넘기는 건 우스워졌다.

 

끊임 없는 대화로 '특급 케미'를 자랑하는 전재익(왼쪽)과 송유진. MBC스포츠플러스 이들 덕에 함박 미소를 짓고 있다.

 

◆ 인기비결 하나. 국가대표 잡고 깜짝 등장, 2022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뛰어난 실력은 전제조건이었다. 코리아 컬링리그 믹스더블에선 총 5팀이 라운드 로빈 방식을 벌였는데, 경북체육회B는 7승 1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모두가 반전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준비된 우승 후보였다.

임명섭 경북체육회 코치는 “작년에 대회 포인트가 없어서 대표팀 선발전엔 못 나갔지만 A팀과 붙을 때마다 매우 치열했다. 특히 대회 직전엔 비슷하게 갔다”며 “작년 선발전에 못나간 만큼 더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객관적으론 A팀이 약간 앞서지만 B팀 상승세가 무섭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결성돼 아직까진 많은 시간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지만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2019년 12월 태백곰기 전국컬링대회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선 소속팀 선배이자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장혜지-성유진까지 제치며 결승에 직행했다.

이들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송유진은 “아이스 파악에 있어 많이 성장했다. 작전을 짤 때에도 넓게 보는 시야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임명섭 코치는 “송유진은 야무지고 똑 부러진다. 소신도 있고 열정도 넘친다. 전재익은 고등학생 때부터 가르쳤는데 TV에 보이는 것처럼 성격도 소탈하고 팀 원 융화역할을 잘한다”며 “똑같은 성향이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는데 오히려 케미가 잘 맞아서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경험이 부족한데, 팀워크가 좋다보니 경험만 많이 쌓이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스스로 꼽는 ‘송송 커플’(송유진 송아지(전재익))의 강점은 무엇일까. 

 

송유진(왼쪽)과 전재익은 늘 밝은 미소와 즐기는 태도로 컬링 팬을 양산하고 있다.

 

전재익은 “즐기면서 계속 배워나가는 것”, 송유진은 “우리의 케미(스트리)”라고 말하며 깜찍한 손동작을 보였다. 전재익과 다소 호흡이 맞지 않는 것 같았지만 송유진은 이마저도 의도한 것이라며 “뛰어난 호흡이 있어 발전 속도 또한 빠른 것 같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목표도 명확했다. 송유진은 “더 많은 대회를 통해 경험하고 성장해서 선발전까지 무사히 마치는 게 계획”이라고 했고 전재익 또한 “배워야 할 것, 해야 할 게 너무 많지만 차근히 하나씩 해나가면서 대비할 것”이라고 태극마크를 향한 계획까지 전했다.

B팀의 반등엔 경북체육회 역할이 지대했다. 임 코치는 “믹스더블 실업은 경북체육회가 유일한데, 2팀이나 꾸릴 수 있게 해주신 게 고마웠다”며 “처음엔 한 팀만 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두 팀을 유지했고 그 덕에 코리아 컬링리그에도 나설 수 있었다. 자칫 스타탄생이 없었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 계기로 앞으로도 좋은 작용이 될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 인기비결 둘. 무한 매력, 송유진으로 입덕해 전재익이 닫아버린 출구

리그 초반엔 “재익이 형 근무 환경 최상이다”, “장래희망 : 전재익” 등의 댓글이 주된 반응이었다. 모든 관심이 송유진에게 쏠려 있었다.

송유진이라고 외모로만 인기를 끈 건 아니다. 전재익을 향한 강렬한 지시로 ‘걸크러시’ 매력을 뽐냈고 이 같은 훌륭한 리드 속에 팀은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우스에서 대기 중인 전재익에게 “오빠 나와”라고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반전 매력은 덤. 218만 뷰와 함께 “굿샷 좀 해주면 안돼요?”라는 유행어를 만든 장면으로 귀여운 반전 매력을 뿜어내며 송유진을 ‘컬링 여신’으로 완성시켰다.

전재익은 그저 ‘송유진 파트너’ 정도로 여겨졌다. ‘굿샷’ 영상 이후엔 “재익아 앞으로 너는 술 마실 때 원샷 대신 굿샷해라”, “이기면 유진이 덕분 지면 무조건 재익이 잘못”이라는 반응이 큰 공감을 샀다.

 

빼어난 외모로 컬링계 아이돌로 떠오른 송유진.

 

그러나 2주 휴식기 동안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많은 영상 콘텐츠가 확대 재생산되며 팬들이 전재익 진가를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진 그저 송유진의 어떤 말에도, 실수 후에도 미소만 짓는 순수함과 해맑음으로 파트너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면 이젠 완전히 전세가 역전됐다.

온힘을 다해 중심을 잃을 정도로 강하게 스위핑을 하는 걸 보고는 ‘갓 태어난 송아지 같다’고 해 송아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둘은 졸지에 ‘컬링계 송(유진)-송(아지) 커플’이 됐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해맑은 미소로 송유진의 긴장을 풀어줬고 ‘굿샷’ 콜과 파트너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의 적극적인 하이파이브, 동료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 않는 믿음과 수용성 등은 컬링 팬들을 홀렸다.

경기 시작 전 선수 소개 때에는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둘이다. 특히 리그가 진행될수록 전재익은 중계진과 선수들을 ‘빵’ 터뜨리는 폭소만발 포즈로 큰 관심을 끌었다. 유쾌한 행동에 자신을 희화화하는 댓글도 많아졌지만 “여러분들이 즐거우시면 그걸로 됐다”며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인배적 면모로 또 한 번 매력을 발산했다.

스스로도 강점으로 꼽는 케미는 팬들이 이 팀을 ‘덕질’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놀라운 건 경기 이후에 만나본 둘의 역할은 다소 달랐다는 것. 인터뷰에 나선 송유진이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할 때마다 전재익은 옆에서 도움을 주며 ‘오빠미’를 뽐냈다. 팬들이 목격했다면 ‘심쿵’했을 장면이었다.

 

'갓 태어난 송아지 스위핑'의 전재익. 송유진을 능가하는 인기로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대화가 끊이지 않는 둘이다. 송유진은 “어디를 가든 어디에 앉아 있든 생각이 나면 모든 걸 다 얘기한다. 경기 외적인 것까지도”라고 말했다. 전재익도 뒤지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도 딱 떠오르는 게 있으면 모두 자유롭게 얘기한다”고 보탰다.

‘송송 커플’의 특급 케미에 팬들은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더욱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나아가 이쯤 되니 둘이 실제 커플로 발전하는 건 아닐지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둘이 사귀면 유진이가 고백한 거고, 팀이 깨지면 재익이가 고백한 거임”이라는 댓글이 7000개가 넘는 공감을 받기도 했다.

둘을 모두 잃고 싶지 않은 팬들은 이들이 비즈니스 커플로 남아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송유진은 “우리는 정말 비즈니스”라고 말하자 전재익은 “80년 동안 그럴 것”이라고 받아쳤고 이에 송유진은 다시 “아니, 800년 동안”이라며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누구보다 서로의 매력을 잘 알고 있다. 송유진은 “재익 오빠 자체가 워낙 꾸밈없고 자존감이 높아 자신을 내보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방송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가 똑같은데 그런 게 재익 오빠다워, 매력적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에 몸둘 바를 몰라 하던 전재익은 “유진이는 저를 편하게 생각해서 주저하지 않고 당차게 하고 싶은 말을 잘 하는 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설예은(가운데) 등도 많은 관심을 얻으며 컬링 열기를 키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긍정적 미래 컬링 국민스포츠를 꿈꾼다

아직 플레이오프와 결승을 남겨둔 대회지만 송유진 전재익 인기가 컬링계에 긍정적인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이미 입증됐다.

임 코치는 “우리야 맨날 보다보니 대중의 캐치 포인트를 놓쳤을 수도 있는데 그러한 반응들이 놀라웠다. 긍정적으로 컬링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재익이와 유진이가 좋은 역할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계기는 ‘팀 킴’과 깊은 연관을 맺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 한국에 컬링 첫 메달을 안기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광고는 물론이고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됐다. 이와 함께 전국에 컬링 인프라가 확충되기 시작했고 ‘팀 킴 키즈’가 생겨난 데 이어 지속된 관심이 리그 출범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바통은 ‘송송 커플’이 이어 받았다. 믹스더블 경기는 당초 오후 6시로 통일 돼 있었는데, 이들이 큰 관심을 얻으며 프라임 타임인 오후 9시 경기 편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리그 전체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됐다. 

 

믹스더블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박정화도 '꼬북좌'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코치는 “평창올림픽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면 이후 탄력 받아서 저변 넓어져야 하는데 이 리그가 그런 역할 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며 “컬링을 좋아하는데 경기 많이 못하는 선수들에겐 더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저변도 넓어지지만 상향평준화될 수 있는 기회다. 보시는 분들께도 좋은 경기력과 방송적 재미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들과 함께 경기를 한 ‘화산(박정화-김산) 듀오’ 경기도컬링경기연맹 박정화는 ‘꼬북좌(꼬부기+본좌)’라 불리게 됐고 ‘컬스데이’ 여자부 경기도청의 쌍둥이 선수 설예은-설예지 또한 큰 인기를 얻었다. ‘팀 킴’은 물론이고 최근 전국동계체전에서 우승한 ‘팀 민지’ 춘천시청 또한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리그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시즌 개최를 두고 대기업에서 관심을 나타낼 만큼 달라진 위상을 체감하고 있는 컬링계다. 팀 킴이 쏘아올리고 송유진 전재익이 키운 컬링 인기가 어디까지 번지고 이어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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