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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송유진 전재익 신드롬 해부(下) 컬링 열기 불쏘시개 주접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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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송유진 전재익 신드롬 해부(下) 컬링 열기 불쏘시개 주접문을 아시나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26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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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재익아 적당히 웃어라 …빙판 다 녹자나..♥.’

‘솔직히 전재익 거품 아님? 언빌리 ‘버블’’.

다소 유치해보이기는 하지만 중독성 넘친다. 스포츠 판엔 생소한 댓글 문화가 컬링 열풍을 이끌고 있다.

주접문. 아이돌 가수 팬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문화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들을 향해 ‘주접’스러워 보이는 글로 애정 표현을 하는 것. 나아가 누가 더 독창적이고 예상을 뒤엎는 주접문을 쓰는지 다투듯 서로 경쟁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단언컨대 송유진과 전재익은 스포츠에 주접문을 도입시킨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 주접문, 컬링 열풍에 방점을 찍다

지난해 말 첫 출범한 코리아 컬링리그가 큰 관심을 끌게 된 건 단연 경북체육회B 믹스더블팀 송유진(21)의 등장 때문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카리스마 넘치는 스위핑 콜, 뛰어난 실력은 새로운 스타 탄생에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당초 송유진 파트너 정도로만 알려졌던 전재익(22)의 매력이 발견되면서부터다. 나아가 장난 식으로 전재익 매력에 대해 찬양하는 주접문을 쓰기 시작한 게 컬링 신드롬을 완성시켰다.

대회 독점 중계권을 가진 MBC스포츠플러스 유튜브 채널의 가장 핫한 콘텐츠는 컬링이 됐다. 송유진이 전재익을 향해 “굿샷 좀 해주면 안돼요?”라고 말하는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219만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건 댓글 수다. 전체 조회수 1위인 류현진 영상(257만)엔 1년여 동안 800여개 댓글이 달렸는데, 송유진 전재익 영상엔 2개월 만에 3배가 넘는 2700여개 댓글이 장식돼 있다. 100만 뷰급 관련 영상 2개에도 2000개 가량 댓글이 남겨졌을 정도로 참여형 영상이 돼가고 있다.

 

 

◆ 빛나는 아이디어, 제3의 재미를 주다

리그 초반엔 ‘한 명은 보기만 해도 이쁘고 한 명은 보기만 해도 웃기다’, ‘재익이형 근무환경 최상이다’, ‘장래희망 : 전재익’ 등 송유진을 찬양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굿샷’ 영상 이후엔 ‘재익아 앞으로 너는 술 마실 때 원샷 대신 굿샷해라’, ‘이기면 유진이 덕분 지면 무조건 재익이 잘못’ 등의 댓글이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그러나 2주 전지훈련 기간 동안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주접문을 바탕으로 한 댓글 놀이로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유튜브 컬링 영상 댓글엔 전재익을 위한 ‘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왕의 선택을 받기 위한 듯 찬양 일색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경쟁적으로 올라왔다.

‘진짜 선 넘지 마라 송유진. 전재익은 내꺼니까.’
‘재익이는 린스 안 써도 되겠다. 프‘린스’니까.’
‘(*버스 탑승 상황)
A : 아저씨 두 명이요.
B : 학생 한 명인데 왜 두 명이야? 
A : 제 마음속엔 재익이가 있거든요 
B : 학생 꽃은 돈 안 받아.’
‘사람들이 재익이만 좋아하는 거 보면 우리나라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어서 씁쓸하네.’
‘전재익... 당신 기다리느라 일주일이 6일이 됐어. 재익이 기다리느라 ’목‘이 빠져버렸잖아.☆.’
‘유진아 이제는 니가 왜 그렇게 굿샷 해달라고 했는지 알겠다.’
‘전재익 그만 보여줬으면…. ‘그’ 만 보여줬으면.’
‘전재익이 눈을 감았다 떴다, 이것을 우리는 ‘낮과 밤’ 이라고 부른다.’

팬들은 유쾌한 ‘댓글놀이’를 위해 영상을 클릭하고 또 클릭했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 속 송유진에게서 비롯된 컬링 열풍은 전재익을 아이돌로 변모시키기까지 했다.

 

 

◆ 당사자도 감탄한 주접문, 바람직한 스타 마케팅의 본보기

전재익은 “나 같은 관상이 편하게 놀리기 좋고 전형적인 동네 동생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며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 스스로 분석했다. 물론 아직은 현장 관전 문화가 크게 전파되지는 않았지만 마니아들을 다수 양산한 컬링이다.

“외부에서 알아보고 하는 건 별로 없다. 크게 인기를 체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전재익은 영상을 보며 “이게 우리의 모습이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치 타고난 스타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에 지켜보던 송유진은 오그라든다면서 질색해 웃음을 자아냈다. ‘입덕’한 팬들의 출구를 닫아버리는 이들의 ‘환상 케미’가 돋보였다.

어느 한쪽만의 공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 송유진과 전재익을 제대로 주목한 MBC스포츠플러스의 기획과 이들의 무궁무진한 매력, 또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팬들의 환상적인 조합이 빛을 발했다. 이러한 반응에 더해 송유진과 전재익도 재기발랄한 선수 소개, 팬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인터뷰 등으로 흥행 선순환 구조를 완성시켰다.

 

 

유튜브를 통해 뜨거운 열기를 체감하고 있다는 송유진과 전재익은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관련 영상 조회수를 전해들은 이들은 화들짝 놀랐다. 참신한 찬사에 본인들도 감탄하며 흥미로워 했다.

‘송유진 전재익 신드롬’은 스포츠에서 스타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반 스포츠도 얼마든지 이슈화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현상이다. 다만 스타가 될 수 있는 자질과 이를 조명해주는 언론, 반짝 인기로 그치지 않게 만드는 스타들의 실력이 수반돼야 한다.

여기에 주접문과 같이 팬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컬링 신드롬을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포츠계가 주목하고 본보기 삼아야 할 마케팅의 선례로 기억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열기를 살려가야 할 시점에 2019~2020 코리아 컬링리그 플레이오프가 무기한 연기된 것. 당초 24일 경북체육회A-경기도컬링경기연맹의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릴 플레이오프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미뤄졌다. 팬들은 하루 빨리 상황이 진정돼 화끈한 마지막 승부를 지켜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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