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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년, 쓰레기 더미에서 정의를 줍다 '트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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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년, 쓰레기 더미에서 정의를 줍다 '트래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09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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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스티븐 달드리 신작...기적같은 모험담 경쾌한 스릴러 터치로 완성

[스포츠Q 용원중기자] 브라질 리우의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열네 살 소년 라파엘과 가르도는 자신들의 일터인 쓰레기 처리장에서 지갑을 발견한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한 것도 잠시, 곧 경찰이 들이닥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며 지갑을 수소문한다. 지갑 안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 두 소년은 하수구에 사는 일명 들쥐에게 지갑을 맡긴다. 라파엘, 가르도, 들쥐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경찰은 이들을 쫓고, 아이들은 지갑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간다.

‘트래쉬’는 영국의 영화 명가 워킹 타이틀이 제작하고, 워킹 타이틀의 신화를 만들어온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의 리차드 커티스가 각본을,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년의 성장담과 드라마에서 탁월한 안목을 보여 온 장인들이 의기투합해 일찌감치 관심을 집중시켰다.

▲ 영화 '트래쉬'의 스틸컷

'트래쉬'는 앤디 멀리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은 베할라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거대한 쓰레기처리장 마을에서 평생을 빈민층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 형식에 담아냈다. 세 소년의 위험한 모험을 통해 부패한 정치인과 타락한 경찰 등 비열한 어른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충격을 안겨줬다.

영화는 정치경제적으로 격동의 공간인 남미 브라질의 리우를 배경으로 한다. 달드리 감독은 원작과 궤를 달리해 경쾌한 스릴러 장르를 차용하며 세상의 가장 더러운 곳에서 가장 고결한 희망과 정의를 줍는 소년들의 기적과도 같은 모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세 소년을 둘러싼 세계는 빈곤과 폭력, 암울함의 연속이다. 제목 그대로 쓰레기(Trash)다. 설상가상 악질 형사 및 경찰에 쫓기는 아슬아슬한 상황, 분노가 솟구치는 순간에도 아이들은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얼굴에는 낙천이 지워지질 않는다. “왜 이 일을 하는 거지?”란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게 옳은 일이니까요”라고 답한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지만 친구를 위해,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줄달음친다. 그들의 망설임 없는 직진은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알량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우회로 찾기에 급급한 기성세대 입장에선 얼굴이 화끈거려질 정도다.

▲ '트래쉬'의 세 소년 라파엘(릭슨 테베즈), 가르도(에두아르도 루이스), 들쥐(가브리엘 와인스타인)

원작의 탄탄함에 열정과 에너지를 부여한 리차드 커티스와 스티븐 달드리의 역량은 이번에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광활한 쓰레기 매립지와 아파트 단지의 스산함, 다닥다닥 붙은 산동네 골목길 추격전을 역동적으로 잡아낸 카메라 워킹과 리드미컬한 편집은 영화의 경쾌함을 든든하게 지탱해준다.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는 세 주인공을 연기한 초보 배우들이다. 포기를 모르는 작전사령관 라파엘 역 릭슨 테베즈의 총명함과 강인함은 예사롭지 않다. 행동대장 가르도 역 에두아르도 루이스, 비밀요원 들쥐 역 가브리엘 와인스타인은 연기 경력이 전무함에도 캐릭터와 일체가 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라스트 신은 100만 볼트급 청량감을 안겨준다.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려보다 낙관이 스멀스멀 퍼져나간다. ‘트래쉬’가 주는 선물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시간53분. 5월14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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