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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멘도사' 삼성라이온즈, 이학주 '한방 치료'로 뚫은 혈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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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멘도사' 삼성라이온즈, 이학주 '한방 치료'로 뚫은 혈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13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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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메이저리거 출신 마리오 멘도사는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타율이 좀처럼 2할을 넘지 못했다. 이후 타율이 2할 초반 이하의 타자들을 멘도사 라인이라고 부르게 됐다.

지난해 반발계수 조정으로 타자들의 성적이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팀 타율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도 0.250은 지켜냈다.

시즌 초반이라곤 해도 삼성 라이온즈의 방망이가 얼마나 차갑게 식어 있는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팀 타율이 ‘멘도사 라인’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이학주(30)의 한 방은 삼성 타선의 꽉 막힌 혈자리를 뚫어놨다.

 

 

삼성 라이온즈 이학주(왼쪽)가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회말 쐐기 타점을 올린 뒤 강명구 코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전까지 삼성은 팀 타율 0.198에 불과했다. 김헌곤(0.105), 강민호(0.118), 이원석(0.125), 박해민(0.185), 타일러 살라디노(0.174)까지 주전 5명이 1할대에 허덕이고 있고 이성규와 김상수(이상 0.200)라고 딱히 나을 건 없는 수준이다. 

김동엽(0.310)이 유일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김지찬과 김재현(이상 0.500)이 대타로서 활약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 전 허삼영 감독은 “예상과 너무 다른 지표로 선수단이 스트레스를 받고 당황해하고 있다”면서도 “7경기 성적 때문에 조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 내가 급해지면 선수단은 더 영향 받는다. 최대한 기다리면서 풀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써 담담해보이려 했지만 걱정이 크지 않을 리 없다. 홈런과 타점도 당연히 적은데, 기동력도 좋지 않다. 도루 4개를 성공시켰지만 5차례나 실패했다. 희생타는 단 하나도 없었고 희생플라이도 2개로 적었다. 볼넷이 29개로 가장 많기는 하지만 정작 안타가 없으니 출루율은 0.300으로 최하위다.

반면 삼진(57개)은 가장 많았고 수비에서도 실책이 8개로 가장 많은 등 도무지 이길 수 없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박해민(왼쪽)과 김상수가 키움 선발 최원태의 투구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투수진이 평균자책점 3.92, 3위로 선방해주고 있는 게 꼴찌를 면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자 위안거리다.

허 감독은 “1할대 타자들이 많다. 지표보단 자신감의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이날 경기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상대 투수는 키움 토종 에이스 최원태. 삼성 타자들은 정공법으로 나섰다. 빠른 타이밍에 승부를 건 것. 6회까지 19타자 중 3구 이내 승부가 무려 12차례나 됐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7회엔 최원태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한 듯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지만 결과는 3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이었다. 타격감이 얼마나 바닥에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9회말 2아웃에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스포츠. 전날 무릎 부상을 딛고 복귀한 이학주가 영웅으로 나섰다. 

 

 

이학주(오른쪽)가 8회 쐐기타에 이어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다. 이학주는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추가 득점에도 성공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8회초 김상수의 안타와 이원석의 희생번트로 잡은 기회에서 최원태의 까다로운 투심패스트볼을 밀어쳐 쐐기타점을 뽑아냈다. 7회까지 단 73구로 삼성 타선을 요리했던 최원태는 이학주에 완전히 휘둘렸다.

이학주는 강민호의 타석 때 2루를 훔쳤고 이후 강민호의 타격 때 노련한 리드 후 테일러 모터가 포구에 실패하자 잽싸게 3루까지 파고들었다. 이후 최원태는 박찬도에게도 안타를 맞았고 이학주는 편안히 득점에 성공했다.

결국 난공불락이던 최원태는 한순간에 무너진 뒤 강판됐고 모터의 연이은 실책으로 점수 차를 4점까지 벌릴 수 있었다. 9회엔 이성규의 홈런포까지 터져나왔다.

허삼영 감독은 잘 맞히고도 상대 호수비에 막히는 불운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답답해 했다. 그 꽉막힌 혈을 이학주가 뚫었고 이날 삼성은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김헌곤의 타율(0.087)은 1할대 밑으로 떨어졌고 여전히 멘도사 라인에 머물고 있는 타자들이 많지만 영웅의 등장과 승리의 기억은 분위기를 확 바꿔놓을 수 있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라고 한다. 아무리 타격이 좋지 않았던 팀도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지난해 0.250의 타율은 기록했다. 홈런이 쏟아지고 있는 이번 시즌 삼성 방망이가 살아나는 건 이 같은 한순간의 계기에 의해 충분히 좌우될 수 있다. 이학주의 활약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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