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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김다비… 한계 없애는 '부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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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슬·김다비… 한계 없애는 '부캐'의 세계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6.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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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부캐릭터', 온라인 게임에서 자주 쓰는 말로 자주 쓰는 주요 캐릭터 외에 필요에 의해 새로 만든 캐릭터를 말한다. 최근 연예계에서는 또 다른 정체성을 앞세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을 통칭하기도 한다.

익숙한 얼굴로 다른 이름을 말하는 이들은 신선한 매력으로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했음은 물론, 자신의 한계마저도 뛰어넘는 행보를 선보여 시선을 끈다.

 

[사진=MBC, 미디어랩시소 제공]
[사진=MBC, 미디어랩시소 제공]

 

# "눈치 챙겨"… '본캐' 알아도 모르는 척

연예계에 등장한 '부캐릭터'의 시작은 '마미손'이다. 2018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777'에 고무장갑 색인 핑크빛 복면을 쓰고 출연한 래퍼 마미손은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마미손'은 '마미손'이라는 논리다.

힙합 팬들은 그를 매드클라운이라고 지목했으나 마미손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으며, 매드클라운 역시 SNS에 "엮지 말아달라. 불쾌하다"고 정색해 웃음을 자아냈다.

'카피추' 역시 2002년 데뷔한 개그맨 추대엽의 '부캐'다. '자연인' 카피추가 산 속에서 창작했다는 곡들은 추대엽이 그동안 선보였던 표절 개그와 다를 바 없지만 '자연인'스러운 개량한복, 내추럴(?)한 헤어스타일은 물론 아무 것도 모른다는 뻔뻔한 태도로 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면서 뒤늦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카피추 역시 자신의 '찐' 정체를 부정한다. 라디오에 출연한 카피추에게 ‘정말 추대엽 아니냐?’는 질문이 쇄도하자 그는 “자꾸 오해를 하시는데, 가훈이 ‘정직’이다. 저는 욕심 없는 남자 카피추”라고 밝혔다.

매드클라운이 아닌 '마미손'으로 통신사 광고에 출연한 마미손, 19년 무명을 극복하고 불혹의 나이에 전성기를 열게 된 카피추는 '부캐' 열풍의 수혜자라고 할 만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마미손 유튜브, MBC '방송연예대상' 캡처]

 

# '트롯 이무기'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부캐열풍+트롯코인' 제대로 탔다

지난해 11월, 혜성같이 등장한 트로트 신동 '유산슬'은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다시 만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만들어진 유재석의 '부캐'다.

유재석은 이 방송을 통해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곡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을 정식 발매했으며 3월에는 송가인과의 협업곡인 '이별의 버스 정류장'을 발표했다. 부캐릭터 '유산슬' 덕분에 유재석은 지난 1991년 데뷔 이후 28년 만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유산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본캐'와 '부캐'의 철저한 세계관 분리였다. "제 의사와 상관 없이 시작하게 됐다"며 소속사 사장(?) 김태호 PD에게 불만을 표출하다가도 어느새 '유산슬'이 된듯 능청을 떠는 유재석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놀면 뭐하니' 속 유재석은 '유산슬' 이후에도 오케스트라 '유르페우스', 셰프 '유라섹', 치킨 튀기는 '닭터유' 등 다양한 정체성의 부캐릭터로 데뷔 30년 차에도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KBS 1TV '아침마당' 방송 화면 캡처]
[사진=KBS 1TV '아침마당' 방송 화면 캡처]

 

최근 '유산슬'을 떠올리게 하는 부캐가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 달 1일 근로자의 날에 트로트곡 '주라주라'를 발표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둘째이모 김다비'다.

자신을 김신영의 둘째이모라고 주장하고 있는 김다비는 빠른 1945년 생이라는 구체적인 설정과 머리핀을 빽빽하게 꽂은 올림머리, 반테안경, 골프는 못치지만 챙겨입은 화사한 빨간색의 골프웨어, 그리고 자신의 조카라는 김신영을 똑닮은 외모까지 유니크한 매력으로 대중을 열광시켰다.

김다비 역시 '본캐'와 자신을 철저하게 모른 척한다. 출연하는 예능마다 "김신영을 닮았다"는 반응이 이어지지만 김다비는 "그런 말 하면 나 좀 서운하다"며 여유 있게 맞받아친다.

마미손, 카피추와 더불어 유산슬, 김다비 역시 '아침마당', '영재발굴단', '뽕숭아학당' 등 채널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다. 이는 '본캐'로는 명분이 없었지만 '부캐'로는 가능한 활동 범위 확장을 보여줬다.

본캐릭터, 부캐릭터로 나뉘는 정체성의 분리는 기존 정형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본캐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다 폭넓은 타겟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캐'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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