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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정찬헌+임찬규 선봉 LG, 기대감 무르익는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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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정찬헌+임찬규 선봉 LG, 기대감 무르익는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7.01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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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창단 30주년을 맞은 LG 트윈스의 목표는 대권 도전이었다. 지금도 변함은 없다. 하지만 자신감의 배경은 사뭇 달라졌다.

LG는 지난해 4위로 마쳤는데 다소 부족한 방망이의 힘을 메울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한 마운드의 힘 때문이었다. 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차우찬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은 어떤 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올해는 완전 딴판이다. 최근 주춤하며 4위까지 떨어졌지만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며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는데, 그 중심엔 이민호(19)-정찬헌(30)-임찬규(28)가 있다.

 

LG 트윈스가 올 시즌 새로운 1~3선발 이민호(왼쪽), 정찬헌, 임찬규를 앞세워 대권 도전을 향한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연합뉴스]

 

윌슨과 켈리, 차우찬이 평균자책점(ERA) 4.47, 5.12, 4.98로 동반 부진에 빠져 있는 가운데 리그 2위를 달리던 LG는 7연패에 빠졌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는 비아냥을 다시 한 번 들어야 했다.

그러나 뉴 에이스 트리오는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노히트노런에 가까운 완봉승으로 연패 사슬을 끊은 정찬헌을 시작으로 임찬규(7이닝 무실점), 이민호(5이닝 1실점)가 나란히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슈퍼루키 이민호(오른쪽)는 올 시즌 LG 선발진을 든든히 책임지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신인왕은 내 손에! 슈퍼루키 이민호

셋의 성을 따 ‘정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노히트노런급 활약을 펼친 것도 있고 나이순으로 따지면 ‘정임이 트리오’가 맞지만 성적으로만 따지면 ‘이정임’이 더 적합하다. 올 초 휘문고를 졸업하고 LG의 1차 지명을 받은 만 18세 우투수 이민호다.

불펜에서 시즌을 연 이민호는 2군에 내려가 선발 수업을 마친 뒤 1군에 복귀한 뒤 리그 정상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7경기 2승 2패 ERA 1.62.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넘겼고 최다 2실점으로 짠물투구를 펼치고 있다.

볼넷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최고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그를 한참 웃도는 탈삼진 능력을 보인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17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주자를 내보내지 않지만 위기에선 더 강해진다. 피안타율도 0.200로 낮은데 주자 있는 상황에선 0.183, 득점권에선 0.077로 언터처블. 베테랑 투수 같은 루키의 담대함에 류중일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재목을 알아본 류중일 감독이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선발 데뷔전 이후 5경기에서 이민호의 평균 등판 간격은 열흘. 프로 풀타임 첫 시즌에 체력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애지중지 슈퍼루키를 관리하고 있다. 전날 경기에서도 116구까지 던지게 했지만 류 감독은 이날 이민호를 곧바로 2군에 내려 보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최소 열흘 이상의 로테이션 기간을 확보해주며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그간 성적 외로 많은 논란을 자아냈던 정찬헌이지만 올 시즌은 뛰어난 실력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정찬헌 '논란은 그만', 이젠 실력으로 빛나리

2008년 데뷔 이래 이토록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종종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실력보단 논란으로 인한 것이었다.

광주일고 에이스로 기대 속에 2008년 LG에 입단한 정찬헌은 첫해부터 선발 중책을 맡았으나 3승 1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불펜으로 돌아서야 했다. 이후 불펜에서 주로 활약했지만 성적은 썩 신통치 않았다.

2015년엔 음주운전까지 저지르며 물의를 일으켰고 2018년 마무리로 전환해 27세이브(5승 3패)를 수확했지만 부상 후유증 속에 많은 경기출장이 독이 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ERA는 4.85.

더 큰 문제는 부상이었다. 지난해 시즌 초반 흐름이 어느 때보다 좋았지만 부상 속에 조기 시즌아웃됐다.

늘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던 정찬헌이지만 올 시즌 선발로 전격 변신했다. 첫 경기에선 4이닝 3실점했지만 이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연착륙했고 지난달 27일 SK 와이번스전에선 9회 1사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치며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했다. 이젠 누구나 인정하는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시즌 성적은 4승 1패 ERA 2.56.

다양한 구종을 비슷한 릴리스포인트와 투구폼으로 던지며 타자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성공시대를 써나가는 정찬헌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부상. 그러나 연투 부담이 없는 선발은 오히려 체력 부담을 지워냈고 이는 정찬헌이 부상 부담 없이 더욱 강하게 투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즌 초반 활약이 한 여름밤의 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유다.

 

임찬규도 안정감을 높이며 LG의 든든한 선발진으로 거듭났다. [사진=연합뉴스]

 

◆ 화려했던 데뷔 시즌, 9년 만에 날개 달까

2011년 LG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휘문고 우투수 임찬규는 첫해 신인왕 레이스를 펼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은 4.46으로 다소 아쉬웠지만 150㎞를 웃도는 빠른공은 임찬규를 빛나게 했다.

그러나 군 입대 이후 수술대에 오른 뒤 구속이 크게 떨어졌고 이전의 위력은 사라졌다. 구속에 대한 욕심을 버린 임찬규는 정확히 던지는데 더 집중했고 이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구속도 증가했고 변화구의 위력도 더욱 배가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4승 2패 ERA 3.99. 이민호와 정찬헌에 비해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지난 2경기에선 13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는 안정감을 보였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투구의 적극성이다. 불펜투수로 뛴 적이 많아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 시즌까지 9이닝당 볼넷 4.18개를 내줬지만 올 시즌엔 어느 때보다 과감한 피칭으로 볼넷을 줄여가고 있다. 47⅓이닝 동안 볼넷은 12개. 9이닝 환산 2.28개에 불과하다.

반면 삼진은 확 늘었다. 올 시즌 5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그의 9이닝당 탈삼진(KK/9)는 무려 9.51로 올해의 투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구창모(NC, 9.92)에 이어 2위다. 이 역시 과감한 승부로 인한 긍정적 결과물이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 윌슨과 켈리, 차우찬은 결국 초반의 부진을 어느 정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만 된다면 리그 최강의 6선발 체제까지도 가능하고 컨디션에 따라 여유 있는 5선발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다. 여전히 타선의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투수 놀음이라 불리는 야구에서 이토록 강한 선발진을 구축한 팀은 정규리그에선 좋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이치다. LG의 올 시즌 거창한 목표가 설레발로만 끝날 것 같진 않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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