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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 소녀 손수현, 배우가 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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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 소녀 손수현, 배우가 되다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1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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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드라마 '블러드' 마친 손수현 "전도연같은 아우라 꿈꾼다"

[300자 Tip!] 배우 손수현(27)은 때에 따라 묘하게 다른 인상을 보여준다. 그를 가장 널리 알린 버스커버스커 '처음엔 사랑이란 게' 뮤직비디오에서는 이별 후 아파하는 여자의 모습이었고, 각종 화보에서는 좀처럼 말이 없을 것 같은 고독함을 표현한다. 첫 드라마 '블러드'에서 민가연 역으로는 순수하고 선한 모습을 보여주나 싶더니, 숨겨왔던 본 모습을 드러내며 반전을 선사했다.

인터뷰에서의 모습은 또 달랐다. "이렇게 오랫동안 캐릭터를 가진 게 처음이라, 떠나보내기가 아쉽다. 정이 많이 들었다"며 웃어보이는 말간 얼굴과 친근한 태도에는 화사함과 싱그러움이 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첫 드라마 '블러드'를 마친 손수현을 만났다. 그간 '화보 모델'로 알려져 있던 그는 이제 소리와 숨을 입고 배우로서의 한 걸음을 떼는 중이다.

 

◆ 첫 드라마 '블러드' "연기, 어렵지만 '고민' 있어 좋다"

첫 드라마 '블러드' 출연에서 얻은 것은 여러 가지다. 지진희 등 여러 선배들을 보며 연기를 배웠고, 이와 함께 손수현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예를 들어 '싫다'는 감정을 표현할 때, "싫어"라고 말로 하면 편한데 말 없이 표정으로 표현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이런 '말 없는 표현'의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대사를 하면서는 앞으로 누군가의 말과 표정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첫 드라마'가 주는 의미는 크다. 본격적으로 배우로서의 걸음을 떼는 작업이고, 자신의 필모그래피에도 처음으로 오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드라마'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것이 있냐"는 물음에 따라온 대답은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촬영 동료들에 대한 배려였다.

"'아프지 말자'는 거였어요. 제가 잔병치레가 많은 스타일이어서요. 아프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니까 홍삼, 비타민을 정말 많이 챙겨먹었죠. 덕분에 촬영을 마칠 때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았어요."

 
 

약 두 달 반 동안 20부작 '블러드'를 함께한 손수현은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어렵지만, 또 재밌다"고 했다.

"연기는 제게 생각, 고민할 거리를 주는 것 같아요. 그냥 멍하게 살 수도 있는데, 대본이 주어지고 일할 기회가 생기면 캐릭터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표현에 가까워지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매력 있어요.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면도 있고요. '블러드'를 하면서는 민가연과 내가 비슷한 점이 뭘까 생각을 많이 했죠. 실제 나와 캐릭터와의 접점을 찾는 것이 재밌어요."

'블러드'에는 꽤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고, 그간 영화 '신촌좀비만화', '테이크 아웃' 등에서도 연기했다. 감독들이 그를 찾는 이유는 뭘까. 손수현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독님들께선 '정형화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제 연기를 보면 뭔가가 이상한데…(웃음) 그 이상한 뭔가가 장점이나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쟁 전공 소녀, 배우가 되다 "연기도 악기를 배우는 것 같아"

손수현은 우연한 기회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모델 활동으로 배우의 길에까지 들어서게 됐다. 본래는 예술고등학교를 나왔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아쟁 소녀'였다. 그에게 연기라는 도전은 어린시절 배웠던 피아노를 떠올리게 했다.

"아쟁을 배우기 전 피아노를 배웠었어요. 피아노는 건반을 치기만 하면 소리가 나니 쉽게 보이지만, 배울수록 어려움이 느껴지는 악기예요. 연기도 이와 같았던 것 같아요. 말하고, 움직일 수 있고, 글도 읽을 줄 아니 연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와, 정말 어렵다' 생각하죠.

'블러드'를 하면서 배운 점은, '연기에 보편적인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대중을 대하는 작업이다보니 고민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멀었죠."

연기를 갓 시작한 신인치고 '보편적인 표현이 필요하다'는 말에서 돋보이는 것은 직관적인 분석이었다. 여기에는 그간 영화 등 예술작품들을 즐기고 수년간 배웠던 아쟁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였다.

 

"아쟁은 8줄로 이뤄져 있어요. 처음엔 한 줄, 두 줄, 세 줄 식으로 소리내는 연습을 하죠. 이렇게 기본적인 훈련 후 연주를 시작하게 되는데, 연기 또한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악기를 배웠을 때를 대입하면 이해가 빨리 되는 것 같아요. 아예 새로운 영역의 것을 알아가는 데 좀더 수월하니까요. 아직까지는 생각만 그렇고 액션은 못 따라가지만요.(웃음)"

◆ '악플'에는 긍정·초연, "연기를 잘 하면 없어지지 않을까"

손수현은 악플이 적지 않은 배우다. 이는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를 닮은 인상 때문에 그를 따라한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반응을 보는 편이냐'는 물음에 손수현은 "판도라의 상자같다. 악플이 많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보게 된다"며 웃었다.

"하지만 상처받는 편은 아니에요. 스트레스받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이런 말씀을 안 듣게 될까' 생각하죠. 일부러 공식석상에서 다른 스타일, 화장도 해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나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계속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젠 연기를 잘 하면 이런 반응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더욱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려고요."

 

밝고 풋풋한 인상 때문인지 손수현은 '소녀'의 이미지가 강하다. 2년 뒤면 서른을 맞이하는 그는 "30대에 갖는 '로망'이 있다"고 했다.

"30대에는 고혹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보다 더 많이 경험하고 생각을 많이 해서, 서른 넷, 다섯 쯤에는 그런 아우라를 품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이런 면 때문인지 손수현이 존경하는 배우는 전도연이다. 그는 연신 "너무 멋있는 선배님이다"며 그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정말 멋있어요. 꾸미지 않은 내추럴함에서 오는 아름다움, 강한 느낌이 있어요. 작품에 맞는 모습이라면 실제 자신의 이미지를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 멋있고요. 여배우가 예쁘게 보이고 싶을 법하잖아요. 저 또한 그렇게 역할에 확실히 젖고 싶어요."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가 정말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짝사랑, 이별 연기를 많이 했는데 알콩달콩한 연기를 해 보고 싶거든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재밌게 봤어요."

 

[취재후기] 아무래도 손수현과 아직까지는 떼어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아오이 유우'다. 이와 관련해 손수현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아오이 유우가 아닌 손수현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좋지 않은 반응에 대해 "다 제 몫이다"면서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간 화보, 대사가 없는 뮤직비디오에서 손수현을 만났기 때문일까. 새침하거나 말없이 과묵한 성격을 생각했으나 실제로 마주한 그는 밝고 친화력이 좋은 모습이었다.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회사 대표님이 걱정하신다"며 후후 웃어보인 그는 밝은 에너지를 남겼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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