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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버지 향해 걷는 연극의 길, 배우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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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버지 향해 걷는 연극의 길, 배우 전현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0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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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송 딸 전현아, 연극 '차이메리카' 英 홍보마케터 테스 열연...극작가·교수로도 맹활약

[스포츠Q 글 용원중·사진 노민규기자] 연극계 거목 전무송의 딸인 2세 배우 전현아(44). 극작가, 교수, 연기학원 원장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8세 아이의 엄마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그가 3년 만에 무대로 외출을 감행했다.

◆ “테스는 작가 생각 대변하는 인물...작품 속 배역 위치 쉽게 간파”

전현아는 1989년 중국 천안문 시위 당시 온몸으로 탱크를 가로막은 한 남자를 추적하는 미국인 사진기자 조와 중국 지식인 장린의 20여 년에 걸친 우정을 담은 연극 ‘차이메리카’(5월1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영국 출신의 프리랜스 홍보마케팅 담당자 테사 켄드릭 역을 맡아 관록이 밴 연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연극계 거목 전무송의 딸인 2세 배우 전현아는 연극 ‘차이메리카’에서 다국적 기업의 홍보를 맡아 수완을 발휘하는 열혈 커리어 우먼 역을 소화하고 있다.

테사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 사진기자 조(서상원)와 인연을 맺는 인물로, 다국적 기업의 홍보를 맡아 수완을 발휘하는 열혈 커리어 우먼이다. 전현아는 베일 듯 날이 선 대사의 뉘앙스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 기업의 해외 시장 점령사를 극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역할마저 담당한다.

“성수정 번역가가 처음에 ‘정말 어려운 인물이다. 잘 안 보인다’는 말을 했을 때 보인다고 건방을 떨었어요. 테스 연기가 쉬울 줄 알았죠. 그런데 주인공 조가 중국 지식인 장린을 찾아가는 과정에 테스는 없거든요. 인물 자체는 어렵진 않은데 배우가 연기하기에 어려운 캐릭터죠. 작가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인물이에요.”

영국의 젊은 여류작가 루시 커크우드의 야심차고 매력적인 필력이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전현아는 1999년 동서 희곡문학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뒤 2012년 남편인 김진만이 연출을 맡고 아버지(전무송), 남동생(전진우)과 함께 출연한 연극 ‘보물’의 극본을 집필한 바 있다. 극작가의 눈에 비친 희곡의 매력은 또 다른 결이지 않을까.

◆ 셰익스피어의 사라진 7년 소재로 한 희곡 구상 중

▲ 작가이기도 한 전현아는 덕분에 작품 전체 속에서 배역의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정말 많은 게 담겨져 있는 희곡이에요. 그렇다고 작가가 복잡하게 풀지도 않았어요. 과연 우리는 21세기를 무엇을 바라보며,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며 사는지를 되돌아보게 해요. 내 믿음이 맞는 건지,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요즘 아이 교육을 위해 역사책을 자주 보는데 학창시절 역사공부를 했을 때 모르거나 감춰져 있던 사실이 꽤 많더라고요.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많고. 과거를 알아야 앞으로의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잖아요. 천안문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얻어 방대한 픽션을 선명하게 만들어낸 점이 대단해요.”

작가이자 배우의 장점은 작품 전체 속에서 배역의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배역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정서가 뭔지를 다소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구상은 늘 하지만 게을러서”라며 쑥스러워하는 전현아가 요즘 작가로서 시선을 꽂은 대상은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가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시절을 보낸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런던으로 오기까지 밝혀지지 않은 7년이 있어요. 셰익스피어를 둘러싸고 ‘한 사람이 아닌 몇 사람이다’ ‘누구의 필명이다’ ‘백작이다’ 등등 소문이 많아서 흥미로운 데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쉽죠. 남편과 함께 틀을 잡아가는 중이에요.”

◆ ‘연극인 집안’ 아버지 전무송·남동생 전진우(배우), 남편 김진만(연출가)

▲ 전현아에게 전무송은 보통 '아버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극인생의 좌표이기 때문이다.

연극인 집안의 홍일점이다. 남편은 유명 아역 탤런트 출신 연극 연출가이며 남동생 역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아는 연극배우가 되기로 작정한 후 집안의 반대를 덜어내기 위해 우회로를 선택, 국악고에서 가야금을 전공한 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94년 SBS 공채 탤런트 4기로 데뷔해 드라마로 얼굴을 알렸지만 2008년 대하사극 ‘왕과 나’ 출연 이후 고향과 같은 연극무대를 지키고 있다.

그런 전현아에게 전무송은 연극인생의 좌표다. “아버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다. 유년기부터 아버지를 따라간 연극 연습실에서 놀았고, 집에선 아버지가 대사 연습하는 걸 지켜보며 따라하곤 했다. 아버지로부터 따로 지도받은 적이 없으나 체화됐다. 언젠가 고 강태기 배우가 “현아야, 아버지한테 그만 가르쳐달라고 해”라고 말해 “저 배운 적 없는데요?”라고 반문한 적이 있었다. 말투와 표정에서 전무송이 느껴졌기 때문이란 설명에 깜짝 놀랐다.

“아버지께서 올바로 가셨다고 믿기에 쫓아서 가고 있는 거죠. 생각해 보면 꿈이 변한 적이 없었던 직업이에요. 어떨 땐 무대에 서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이에요. 배우의 길을 다지고 헤쳐 나가면 제가 아버지를 따라갔듯이 후배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파요.”

▲ 전현아에게 '전무송의 딸'이라는 시선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길이 올바른 길이었기에 자신도 뚜벅뚜벅 그 길을 따라가려 한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전무송의 딸’이라는 시선으로 인해 늘 모범적으로 살려 아등바등했다. 그러다보니 ‘차이메리카’ 때 연출가로부터 “테스는 자유분방한 인물인데 현아씨는 너무 스탠다드야”란 질타도 들었다. 동료, 선후배들은 ‘선생님의 딸’이라는 부담을 품은 채 그를 대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욕구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성장했어요. 딸로서, 아내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지만 배우로선 답답한 면도 있고 한계이기도 하죠. 제가 풀어야할 과제인 것 같아요.”

◆ “학생들 가르치며 한국연극 뿌리 찾아가는 작업에 희열”

전현아는 8년 전부터 한국영상대 연기과 겸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서 A&B연기학원을 운영한 지 햇수로 4년째다.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화술이다. 배우의 첫 번째 임무는 작품의 내용, 작가의 생각, 캐릭터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기에 정확한 발음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정말 맞아요. 배우 경험에서 얻은 걸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데 가르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죠. 학생들이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요. 무엇보다 서양에 비해 역사가 짧은 한국연극의 뿌리를 찾아가며, 더 깊이 내리는 작업을 학생들과 함께 해나가는 점이 의미 깊어요.”

■ Who’s 전현아?

 ▲ 전현아는? 극작가, 교수, 연기학원 원장, 한 남자의 아내, 8세 아이의 엄마 그리고...

1971년 10월9일 서울 출생. 164cm 48kg.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 94년 SBS 공채 탤런트 4기 입사. 98년 올해의 연극상 신인연기상(땅 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수상. 드라마 ‘임꺽정’ ‘토지’ ‘연개소문’ ‘왕과 나’, 연극 ‘유령’ ‘가스등’ ‘뜨거운 파도’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상당한 가족’ ‘산소’ ‘쉬반의 신발’ ‘보물’ 출연.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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