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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흥국생명, 여자배구 상향평준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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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흥국생명, 여자배구 상향평준화 '뚜렷'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03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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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1라운드가 한창인 가운데 애초 ‘1강’으로 꼽힌 인천 흥국생명만 연승을 달리고 있고, 나머지 5개 구단은 서로 물고 물리며 순위판 흥미를 더한다.

하지만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흥국생명이 아직까진 기대했던 경기력을 100% 보여주고 있진 않다. 지난 9월 한국배구연맹(KOVO)컵에선 준결승전까지 무실세트 경기를 벌였던 것과 달리 이미 무실세트 행진은 끝난 지 두 번째 경기만에 끝났다. 

흥국생명은 3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만날 때마다 접전을 벌였던 직전 시즌 1위 수원 현대건설과 2020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원정경기에 나선다. 만만찮은 현대건설이 불안한 흥국생명의 연승행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1일 인천 계양체육관으로 지난 시즌 최하위 김천 한국도로공사를 불러들였다. 앞서 2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이지만 이날 처음 홈 팬들 앞에서 경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두 세트를 맥없이 내주며 끌려갔다. 리시브가 흔들렸고, 경미한 부상을 안고 뛴 이다영의 패스워크도 살아나지 않았다.

김연경(왼쪽 두 번째) 효과는 확실하지만 경기력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사진=KOVO 제공]

3세트 들어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다영을 불러들이고 김다솔을 내보내 반전을 꾀했다. 외인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루시아는 부진했지만 김연경(26점)이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이재영(28점)이 쌍포를 구축 세트스코어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김연경은 공격성공률 43.64%, 리시브효율 43.75%로 공수겸장 면모를 제대로 발휘했다. 현재 각종 지표 상위권에 자리하며 월드클래스 기량을 뽐내고 있다.

앞서 대전 KGC인삼공사를 셧아웃 완파한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켈시(39점)를 앞세워 흥국생명을 궁지로 몰았지만 4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놓친 게 뼈아팠다.

이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완화 방침에 따라 경기장 수용규모의 최대 30%의 관중이 처음으로 배구장을 찾았다.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에 김연경까지 더한 흥국생명 인기를 반영하듯 계양체육관 525석은 매진됐지만 이름값보다 아쉬운 경기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재영-김연경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레프트 라인을 보유했음에도 리시브가 기대만 못하다. 팀 리시브효율 36.90%로 6개 구단 중 4위다. ‘디그 여왕’ 김해란 은퇴 공백 속에 리베로로 나서고 있는 도수빈과 박상미가 아직까지 그림자를 지워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한다.

루시아, 김세영, 김연경까지 키 190㎝가 넘는 3인방이 전위에서 블로킹에 가담할 때 높이는 위력적이지만 팀 블로킹 역시 세트당 2개로 4위에 처져있다. 꾸준한 김연경, 이재영과 달리 루시아와 이다영은 기복이 있어 경기력을 안정시켜야 한다. 루시아는 한국도로공사전 7점에 그쳤다. 

한국도로공사전 2세트 큰 점수 차로 끌려가자 박미희 감독은 작전타임 때 “너희들 자존심도 안 상하냐. 점수를 봐라”며 일갈했던 장면은 흥국생명 현 상황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한국도로공사전 부진에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선수들을 일갈했다. [사진=KOVO 제공]

올 시즌 특히 여자배구 상황평준화 추세가 뚜렷하다.

KOVO컵 우승으로 흥국생명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던 GS칼텍스(1승 3패)는 현대건설(2승 1패), 흥국생명에 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시작하는 등 다소 부진하고 있다. 하지만 강소휘, 한수지 등 핵심인원이 잔부상을 안고 있었던 만큼 경기력은 점점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5위 화성 IBK기업은행(2승 1패)은 외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라자레바가 득점 3위(99점), 공격성공률 2위(43.6%)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적생 세터 조송화와 리베로 신연경도 제 몫을 해주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한국도로공사(1승 2패)도 KOVO컵 부진했던 켈시가 최근 2경기 자신감을 얻었고, 부상 공백기를 가졌던 미들 블로커(센터) 배유나가 돌아와 전력이 안정을 찾았다. 

지난 시즌 끈끈했던 조직력을 잘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GC인삼공사(1승 3패)는 3연패로 시작했지만 지민경이 팀의 고질적 약점인 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모양새다. 지난 1일 GS칼텍스전에서 디우프는 40점을 올리며 지난 시즌 베스트7 라이트로 선정된 위용을 과시했다.

지금껏 흥국생명이 상대한 GS칼텍스, KGC인삼공사, 한국도로공사 모두 김연경, 이재영 특유의 대각 공격에 해법을 찾은 듯 그런대로 좋은 수비를 펼쳤다. 김연경은 11년만에 국내로 복귀하며 "국내 여자배구가 상향평준화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올 시즌 '봄배구' 진출 팀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흥국생명-현대건설 매치업은 절친 김연경과 양효진의 만남, 친정을 상대하는 이다영, 박미희 감독과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의 지략대결 등 관전포인트가 많다. 특히 전방위적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루소와 김연경의 '배구도사' 간 맞대결에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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