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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생고생? '안방불패' 제주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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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생고생? '안방불패' 제주의 두 얼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5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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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육지와 섬 오가며 체력 소모…홈에선 4승 1무, 원정서 2무 3패 '극과 극'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안방에서는 그 누구에도 지지 않는 제주가 집만 떠나면 속을 앓는다.

어느덧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도 11라운드를 맞는 가운데 제주의 홈과 원정경기 성적이 극과 극이다. 홈에서는 4승 1무로 '안방 불패'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집만 떠나면 2무 3패로 생고생하고 있으니.

골득실 기록도 큰 차를 보인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5경기를 치르면서 10골을 넣고 2골을 잃었다. 경기당 평균 2골을 넣으며 신바람을 냈다. 하지만 원정에서는 5경기에서 2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홈에서 약한 팀만 만나고 원정에서는 강한 팀만 만난 것도 아니다. 안방에서는 포항도 이기고 울산도 꺾어봤다.

하지만 나들이에서는 서울과 인천 등 하위권 팀에 덜미를 잡혔다. 공교롭게도 제주는 3연패 수렁에 빠졌던 서울의 첫 승 제물이 됐고, 인천에 시즌 첫 홈경기 승리를 안겼다.

▲ 제주 윤빛가람(가운데)이 지난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2015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안방불패의 위용을 자랑하는 제주는 8라운드까지 시즌불패였던 울산을 이날 꺾었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 비행기 타고 가는 원정이 가장 큰 원인

제주가 홈에서 강하고 원정에서 약한 이유는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떠나야만 하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오는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다.

제주가 한번 원정을 떠나려면 장비를 싸들고 제주공항으로 가서 짐을 부쳐야 한다. 비행기도 곧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대기했다가 탑승한다. 또 비행기를 타면 지상과 다른 압력 때문에 다리에 피로가 쌓인다. 1시간여 탑승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제주 관계자에 의하면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원정 숙소까지 최대한 빨리 가도 대여섯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 당일에 이동할 수는 없다. 자칫 날씨가 나빠져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2, 3일 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이쯤 되면 해외 원정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에 대해 조성환 감독은 "원정을 치르는 일정이면 선수들도 힘들 것을 예상하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며 "마치 해외에 나가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 원정만 나가면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고 극복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 제주는 안방에서 불패를 자랑하지만 원정에서는 올 시즌 5경기에서 2무 3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홈 승률이 90%인 제주의 원정 승률은 20%에 불과하다. 사진은 지난 9일 경기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인천과 제주 선수들. [사진=스포츠Q DB]

이는 반대로 제주월드컵경기장이 '방문팀의 무덤'이라는 말과 귀결된다. 제주가 원정길을 떠나는 것처럼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는 원정팀도 똑같은 일을 경험해야 한다.

비행기 한두 시간 타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도 체력이 크게 달라지는 선수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학범 성남FC 감독은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떠나면 제주나 옆나라 중국, 일본이나 멀리 호주나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힘들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바다를 건너는 원정은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뜻이다.

◆ 올해부터 도진 원정 징크스, 심리적 부담부터 떨쳐라

박경훈 전 제주 감독(전주대 교수)도 원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인정한다. 무엇보다도 공항이 가까운 지역은 낫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이 든다는 것이다.

박경훈 교수는 "그나마 공항이 가까운 서울이나 인천을 비롯해 수도권 원정은 나은 편이다. 비행편도 많고 경기장도 가까워 그나마 피로가 적다"며 "하지만 전주나 포항 등은 공항에서 거리가 만만치 않다. 포항은 부산을 통해 가고 전주도 광주에서 이동하는 불편이 있어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제주의 원정 징크스가 고질적인 것은 아니다. 올 시즌은 홈 승률(90.0%)과 원정 승률(20.0%)의 차이가 크게 나지만 지난해는 홈(57.9%)과 원정(47.4%) 승률이 큰 차가 없었다. 2013 시즌에는 홈(52.6%)보다 원정(57.9%) 승률이 더 좋았다.

▲ 제주 선수들이 지난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2015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결국 원정 징크스를 넘어서려면 선수들의 부담부터 떨쳐버리는 것이 먼저다. 원정에서 잘 풀리지 않았던 기억에 사로잡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가 원정 5경기에서 5실점에 그친 것에서 보듯 홈이나 원정이나 수비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만 골을 넣지 못해 이기지 못했다. 결국 반드시 이기겠다며 발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부담감만 떨친다면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원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바다를 메울 수도 없고 연고지를 이전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제주가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원정 징크스는 우리 스스로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며 "사실 홈이나 원정이나 경기력에서 큰 차는 없었다. 승리에 대한 간절함과 목표를 갖고 강한 정신력과 체력으로 원정경기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제주의 11라운드 상대는 수원 삼성. 이 역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원정이다. 수원은 K리그 클래식 경기와 대한축구협회(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르는 강행군에 부상 선수까지 속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전남과 FA컵 경기에서 2-0까지 앞서나가고도 승부차기에서 져 타격이 만만치 않다. 제주의 시즌 원정경기 첫 승이 6경기 만에 달성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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