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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성년식' 찾은 김호 전 감독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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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성년식' 찾은 김호 전 감독의 쓴소리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6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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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더 키워라"..."유소년과 외부 영입 비율 7대3이 이상적"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70대 노감독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창단 사령탑으로서 10년 가까이 이끌었던 팀의 '성년식'을 함께 한 김호(71) 전 감독은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김호 감독은 수원에 대한 애정어린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호 전 감독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홈경기에 시축자로 나선 뒤 하프타임에는 1995년생 20세 성년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며 수원의 성년식을 함께 했다.

김호 전 감독은 1995년 수원의 지휘봉을 잡아 2003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데뷔 시즌인 1996년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 준우승을 이끌었고 이듬해인 1997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안컵위너스컵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1998, 1999년 K리그 2연패를 달성하며 수원의 레전드 감독이 됐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수원 삼성의 창단 사령탑인 김호 전 감독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홈경기에 앞서 시축을 위해 그라운드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수원 서포터들은 물론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에 온 팬들도 김호 전 감독에 깎듯이 인사하며 그의 '빅버드' 방문을 따뜻하게 맞았다. 김 전 감독도 큰 환대에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김호 전 감독은 "정말 다시 태어나면 수원 감독을 맡고 싶다. 아쉽다면 내가 더 노련했을 때 팀을 맡을 걸 그랬다는 것"이라며 "축구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바로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팀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유소년 시스템 강화를 주문했다.

김호 전 감독은 "포항은 1970년대부터 이미 유소년을 적극 육성했고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강팀이 됐다. 수원은 물론이고 모든 K리그 팀들이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원도 유소년 육성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어 "명문팀이 되려면 70%는 직접 키운 선수로 채워야 하고 나머지 모자란 30%를 외부 영입으로 메워야 한다. 그런데 수원은 팀이 육성한 선수들의 비율이 30%도 안된다"며 "유소년 선수들의 비율이 70%까지 올라오면 조직력도 좋아지고 탄탄한 팀이 될 것이다. 영입 선수가 많으면 그 선수가 빠져나갔을 때 또 다시 팀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계속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또 김호 전 감독은 "7, 8년 동안 유소년 팀들을 돌아다녀보니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너무 어리다"며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지도자들이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 [수원=스포츠Q 노민규 기자]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이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홈경기에 앞서 열린 시축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 전 감독은 K리그의 감독들이 너무 젊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의 수제자인 서정원(45) 감독 역시 이제 감독 3년째를 맞이하는 초보 지도자다.

그는 "서정원 감독이 잘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며 "K리그 감독들 모두 젊어서 노하우가 모자라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긴 하지만 경험이 너무 없어 세련된 축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 지도자들은 많이 져봐야 한다. 그래야 이기는 비결을 알게 된다. 지는 경험은 젊었을 때 해야 한다"며 "젊은 감독들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자해야 한다. 감독은 남들 놀 때 다 놀고 할 것 다 하면서 살면 못한다"고 덧붙였다.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앞두고 있는 서정원 감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호 전 감독은 "선수로서 맞는 국제대회와 지도자로 치르는 국제대회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세계 축구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자들도 세계화, 국제화되어야 한다. 지금 K리그의 젊은 감독들은 세계화라는 측면에서도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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