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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박진만 강인권, 진짜 초보 이승엽과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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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박진만 강인권, 진짜 초보 이승엽과 차이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10.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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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한국에 단 10명만 있는 프로야구 감독.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은 자리지만 왕관의 무게를 버텨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시즌 도중 옷을 벗는 이들도 있고 소방수로서 대행 자격으로 팀을 이끄는 이들도 있다.

성적에 따라 많은 비판에 직면해야 하는 독이 들었지만 누구든 원하는 성배이기에 ‘임시 감독’ 개념인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는 다르다. 지난 12일 강인권(50) NC 다이노스 감독 대행이 정식 사령탑에 오른 데 이어 18일 박진만(46) 삼성 라이온즈 대행까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박진만이 18일 삼성 라이온즈와 3년 총액 최대 12억원에 정식 감독으로 계약을 맺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감독 대행의 승격 확률은 36%(14/39)에 불과했다. 최근 사례는 김성근(80) 전 감독의 임시 대체자로 나섰던 이만수(64)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 감독으로 부임했던 2011년이었다.

무려 11년 만에 새로운 케이스가 나왔고 동기생까지 배출했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팀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줬기에 가능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8월 허삼영 전 감독 사임 후 퓨쳐스(2군) 팀 사령탑에서 내부 승격했다. 임시직이긴 했으나 지휘봉을 잡은 뒤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고 28승 22패, 이 기간 승률 4위(0.56)를 기록했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삼성(2005~2010년)에서도 뛰었던 인연이 있다. 2016년 SK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이듬해부터 삼성에서 수비·작전 코치, 2군 감독, 1군 감독대행을 맡으며 차곡차곡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선수단과도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며 ‘형님 리더십’을 보여줬다. 때론 냉철한 승부사의 면모와 함께 선수단 장악 능력도 보여줬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과를 냈고 삼성은 계약기간 3년 총액 최대 12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총 1억5000만원)에 박진만을 삼성 16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이끈 강인권 감독 대행은 뛰어난 지도력으로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이후 11년 만에 승격 사례를 이뤄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박진만 감독은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신인 발굴과 ‘이기는 DNA 접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팀을 이끌었고 8월 1군 감독 대행으로 팀을 맡은 후에는 9월 이후 승률 1위(0.621)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빠진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강인권 NC 감독도 예상 가능했던 내부 승격 사례다. 시즌 초반 이동욱 전 감독이 사퇴하며 갑작스럽게 팀을 맡게 된 그는 58승 50패 3무, 승률 0.537을 기록했다. 막판까지 KIA 타이거즈를 위협하며 가을야구 경쟁을 펼쳤다. 강 감독 부임 후 NC의 승률은 올 시즌 KIA(0.490)보다 높았다.

두산 베어스와 NC, 한화 이글스에서 코치 생활을 한 그는 2020년부터 NC에서 수석코치로 활동하며 이 전 감독을 보좌했다. 시즌 초반 팀이 급격히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빠르게 팀을 수습했고 특히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었다.

NC는 시즌 종료와 함께 강 감독을 붙잡았다. 3년 총액 10억원(계약금 2억5000만원, 연봉 2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앞으로 구단과 지속 가능한 강팀을 만들어 갈 분을 모시고자 했다”고 계약 이유를 전했다.

통상 초보 감독에게 2년을 맡기는 것과 달리 박진만 삼성 감독과 마찬가지로 3년 계약을 맺었다. 내부에서 확실한 신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검증이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주목받는 이가 있다. 프로야구 전설 ‘홈런왕’ 이승엽(46)이다. 그는 지난 14일 두산 11대 감독으로 부임하고 18일 취임식을 가졌다. 계약기간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3년, 대우는 프로야구 초보 감독 중 최고인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지도자 경험 없이 곧바로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잠실=스포츠Q 손힘찬 기자]

 

박진만, 강인권 감독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주목을 받고 있지만 두산의 선택에 대해선 시선이 엇갈린다.

프로야구 역사에 손꼽히는 전설인 이승엽이지만 은퇴 후 걸은 길만 보면 두산 선택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야구 해설위원과 KBO 홍보대사, 기술위원 등으로 활약하긴 했으나 방송 일에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지도자로서 경험은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감독으로 활약한 몇 개월이 전부다.

박진만 삼성, 강인권 NC 감독은 짧은 기간이지만 능력을 보여줬고 두 팀은 가능성을 보고 이들과 계약했다. 해당 구단에서 코치 생활을 통해 충분히 선수단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들이 빠르게 감독 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로, 두산인으로서도 모두 경험도 없다. 두산과 이승엽 감독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풀어가야 할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하다.

이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취임식에서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바로 ‘초보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시즌이 시작되면 지금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현역 23년간은 물론이고 은퇴 후 5년 야구장 밖에서도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며 언젠가 찾아올 ‘감독 이승엽’을 준비했다.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식 사령탑으로서 어떻게 겨울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다음 시즌은 세 초보 사령탑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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