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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장신 포워드 농구' 실험, 그 장단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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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장신 포워드 농구' 실험, 그 장단점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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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동준 형제에 김민수·박승리까지…테크니션 외국인 선수 고려한 영입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서울 SK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것인가, 전주 KCC의 실패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SK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승준(37)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번 여름 대대적인 새 판 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는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직전 부산 케이티, 서울 삼성과 예상 밖의 트레이드를 감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상오(34)를 케이티에 내주고 2번 슈팅가드를 볼 수 있는 오용준(35)을 영입한데 이어 삼성과는 주희정(38)과 신재호(24)를 내주고 이동준(35)과 이정석(33)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여기에 FA 이승준까지 데려오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SK의 영입은 일단락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이승준, 동준 형제를 한꺼번에 보유했다는 것이다. SK는 이들 외에도 김민수(33)와 박승리(25)까지 4명의 혼혈 선수를 보유하는 사상 초유의 팀이 됐다. 이와 함께 문경은 감독이 이들을 어떻게 활용해 새로운 SK 농구를 만들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민수는 서울 SK에서만 뛰면서 문경은 감독의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로 성장했다. SK가 이승준, 동준 형제를 영입하긴 했지만 주전 파워 포워드는 계속 김민수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KBL 제공]

◆ 비슷한 성향의 이승준·이동준·김민수 활용법은

이승준은 205cm의 파워포워드로 2014~2015 시즌은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까지 경기 평균 두자리 득점을 올려주는 득점력과 리바운드를 잡는 능력까지 탁월하다. 다만 수비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승준이 몸담았던 삼성이나 원주 동부가 모두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 역시 그의 수비력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동생인 이동준도 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는 형보다 5cm 작은 200cm이지만 역시 같은 파워포워드다. 오히려 득점력에서는 형보다 떨어지고 3점슛 능력도 없다. 수비에서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그나마 SK 농구에 최적화된 선수가 김민수다. 김민수 역시 개인 플레이와 수비에 좀처럼 가담하지 않는 플레이로 한때 '계륵' 취급을 받았지만 문경은 감독의 조련과 함께 공수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로 변신했다. 이제 김민수가 없는 SK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다. 이에 따라 4번(파워포워드)을 도맡아 할 선수는 김민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과 이동준은 결국 김민수를 중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인데다 이승준은 부상 전력까지 있어 40분 풀타임을 뛰기는 어렵다. 김민수의 체력을 안배하기 위한 교체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최부경(26)의 군입대로 비어버린 5번(센터) 자리를 맡아볼 수도 있다. 이승준이 최부경보다 5cm 더 큰데다 탄력면에서도 훨씬 뛰어나다. 문경은 감독은 이승준에게 득점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보다는 센터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 서울 SK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동준(왼쪽)을 영입한데 이어 자유계약선수로 이승준까지 영입했다. 이승준-동준 형제는 김민수의 교체카드와 군 입대한 최부경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KBL 제공]

◆ 단신 외국인 선수 선발 따른 테크니션 영입도 고려

2015~2016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2명을 단신, 장신으로 나눠 뽑을 수 있다. 화려한 개인기를 무기로 하는 외국인 선수를 데려옴으로써 좀 더 화려한 테크닉 농구를 선사하겠다는 것이 KBL의 의도다.

사실 SK는 2000년대 초 로데릭 하니발(42)이라는 테크니션을 보유해 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키는 193cm에 불과했지만 탁월한 득점력과 개인기로 SK의 첫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단신 외국인 선수를 무조건 1명을 뽑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SK 역시 테크니션을 적극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2번(슈팅 가드)과 3번(스몰 포워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외국인 선수가 영입 대상이다. SK가 하니발 같은 외국인 선수를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뽑는다면 문경은 감독이 생각하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다.

3라운드까지는 코트에 외국인 선수를 한 명만 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SK는 김선형과 오용준을 1번(포인트 가드), 2번으로 두고 김민수과 이승준을 4, 5번으로 기용하면서 외국인 선수에게 2번과 3번을 동시에 맡기는 포메이션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센터를 내보낸다면 김선형, 오용준, 박승리, 김민수를 1번부터 4번까지 기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승준, 이동준의 영입으로 자칫 SK의 스피드 농구에 큰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KCC가 2m가 넘는 선수를 대거 기용하는 장신 농구를 구사했다가 스피드가 떨어져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또 이승준, 이동준이 뛰어난 수비력을 갖고 있지 못해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SK는 울산 모비스를 상대로 한 지난해 11월 20일 경기에서 박상오, 박승리, 김민수, 코트니 심스 등 2m에 가까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 장신 농구로 승리를 거둔 기억도 있다. 김선형의 빠른 발만 남겨두고 나머지 네 선수를 장신 숲으로 채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용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SK는 무려 4명의 혼혈 선수를 보유한 첫 팀이 됐고 장신 포워드를 스쿼드에 채우는 파격적인 실험을 올 시즌 하게 됐다. 예년보다 한 달 일찍인 9월 12일부터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에 손발을 맞춰볼 시간도 3개월 정도 뿐이다. 100여일의 시간 동안 문경은 감독이 SK를 어떤 팀으로 변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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