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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배구인생 6개월 대반전, '말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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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배구인생 6개월 대반전, '말하는대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27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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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적응 실패 후 실업행, 지난해 12월 IBK 복귀... 소속팀 우승에다 국가대표까지

[스포츠Q 민기홍 기자] 6개월 만에 인생이 바뀌었다. 김유리(24·IBK기업은행)의 하루하루는 행복하다.

이정철(IBK기업은행)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현재 2015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에 출전해 순항하고 있다. 26일 밤 8강전에서는 이란을 3-1(25-17 22-25 25-17 25-14)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안착했다.

14인의 대표팀 멤버 중 가장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가 김유리다. ‘배구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 '블로킹의 대명사' 양효진(현대건설), ‘우승청부사’ 이효희(한국도로공사), ‘슈퍼루키’ 이재영(흥국생명) 등 스타들 틈에서 무명의 센터가 당당히 태극마크를 빛내고 있다.

▲ 김유리(왼쪽)는 지난해 12월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단 6개월 만에 소속팀 우승, 국가대표 승선이라는 꿈같은 삶을 살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알토스 제공]

V리그 팬들에게 생소했던 이 센터는 반년새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

◆ 실업 무대 평정, 이정철 감독의 러브콜, V리그 컴백 

IBK기업은행은 본격적인 순위 레이스에 돌입하는 시점인 지난해 12월 4일 김유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배구 골수팬들은 2010~2011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해 준수하게 활약했던 이 선수의 복귀가 반가웠을 것이다.

경남여고를 졸업하고 2011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유리는 V리그 두 시즌에 출전해 46경기를 소화하며 블로킹 33개, 118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고 2012-2013 시즌을 앞두고 프로 무대를 떠났다. 준수한 센터의 은퇴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코트를 떠나지는 않았다. ‘실업최강’ 양산시청으로 적을 옮겨 배구를 계속했다. V리그에서도 주목받았던 그에게 실업 무대는 좁디 좁았다. 김유리는 지난해 양산시청의 종별선수권대회, 실업연맹전 우승을 견인했다.

유희옥으로 시즌을 꾸려나가던 이정철 감독은 김유리를 향한 구애 작전을 펼쳤다. 기복이 심한 유희옥만으로는 센터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 감독은 본인이 직접 영입 전선에 뛰어들어 김유리를 V리그로 복귀시켰다.

기회는 금세 찾아왔다. 데스티니 후커의 발목 부상과 맞물려 김희진이 라이트로 돌아선 틈을 타 김유리는 단숨에 주전 센터로 발돋움했다. 속공 동작으로 상대 세터들을 헷갈리게 만들었고 간간이 터지는 블로킹으로 이 감독을 미소짓게 했다.

◆ 소속팀 우승-태극마크까지, ‘말하는대로’ 

김유리는 지난해 IBK기업은행에 입단하며 “팀의 두 번째 우승 달성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약속을 지켰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짜임새를 갖춘 IBK기업은행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를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었다.

이정철 감독은 우승 소감으로 "내가 운이 좋다. 김유리의 합류가 우승에 한몫했다"고 진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시즌 종료 후 국가대표 감독이 된 그는 내친김에 김유리의 가슴에 태극마크까지 달아줬다. 지난해만 해도 실업팀에서 뛰었던 선수의 급반전 인생이다.

물론 김유리는 양효진, 김수지(흥국생명)에 밀려 많이 출전하지는 못한다. 백넘버는 선수단 중 가장 뒷번호인 18번이고 한국이 치른 5경기 중 2경기에 출장해 단 4점만을 올렸을 뿐이다. 호주, 필리핀 등 약체를 상대로 주전들이 쉴 때나 코트를 밟는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인들을 뽑아 다음 시즌부터는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급격히 늘게 된다. IBK기업은행이 폭발적인 공격력을 지닌 김희진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김유리가 센터진에서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김유리는 V리그 복귀 소감으로 "다시 시작하는 프로선수 생활인만큼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소속팀 우승에다 국가대표 승선까지 ‘말하는대로’다. 후회 없는 배구 인생을 사는 김유리의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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