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챌린지 2015] (25) '바스켓 퀸' 박혜진, '100% 아닌 100%' 더이상 없다
상태바
[챌린지 2015] (25) '바스켓 퀸' 박혜진, '100% 아닌 100%' 더이상 없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29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뛰는 여자프로농구 2년 연속 MVP…농구밖에 모르는 바보?

[300자 Tip!] 한국 여자농구는 전환기를 맞았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박혜진(25·춘천 우리은행)이라는 대형 스타가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미 2013~2014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박혜진은 2014~2015 시즌 소속팀을 통합 챔피언으로 이끌며 정은순, 정선민(이상 은퇴), 변연하(청주 KB스타즈), 김영옥(은퇴)에 이어 역대 5번째로 2년 연속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선수가 됐다. 이제 막 20대 중반에 들어선 박혜진은 명실상부한 한국의 '바스켓 퀸'이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시즌은 어떨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까지 바라보는 박혜진의 꿈은?

▲ 소속팀 우리은행의 통합 3연패를 이끌고 자신도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가 된 박혜진은 이미 2014~2015 시즌의 영광은 잊었다. 새로운 시즌, 그리고 올림픽을 위해 다시 시작한다. 그렇기에 25세 박혜진의 마음 한 구석에는 더욱 큰 꿈과 야망이 싹트고 있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2014~2015 시즌 WKBL이 끝난지도 어느덧 두 달이나 지났다. 박혜진에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MVP는 이제 과거일 뿐이다. 어제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즌을 향해 막 출발했다.

WKBL 6개 구단들이 2015~2016 시즌 준비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은행 역시 통합 4연패를 위해 휴가를 마치고 지난 22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박혜진을 만났다.

아직 30대 후반의 선수들이 여전히 WKBL 무대를 누빈다. 워낙 몸 관리에 충실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그만큼 선배들을 위협하기에 실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선수들의 더딘 기량 성장은 자연스럽게 여자농구의 발전도 느리게 만든다. 그러나 박혜진이 세대교체의 선두주자가 됐다.

◆ "통합 우승도, 올림픽 대표팀 발탁도 열심히 하다보면 되겠죠"

"4년 연속 통합우승이요?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모두 우승하자고 목표를 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사실 지난 시즌은 위성우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플레이오프라도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부터 했는 걸요."

시작부터 꼬인다. 당연히 "통합 3연패를 이뤘으니 4연패도 가아죠"라고 당차게 말할 줄 알았다. 욕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우승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하면 더 부담되거든요. 늘 그렇듯이 시즌은 일단 시작해봐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통합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열심히 하다보면 따라오는 것 같아요."

▲ 박혜진은 명실상부한 '바스켓 퀸'이 됐지만 오히려 2014~2015 시즌에 임팩트있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특히 발목을 다쳐 인천 아시안게임을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아픔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박혜진은 2014~2015 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보냈지만 너무나 아쉬운 것이 많다고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도 그렇고, 시즌 내내 자신이 보기에 임팩트 있는 면모를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도 불만스럽다고 말한다. 이런 아쉬움을 다음 시즌에는 다 풀어버리겠다고 한다.

"위성우 감독님께서는 꾸준히 한 것이 팀에 더 큰 힘이 됐다고 말씀해주시지만 성에 차지 않아요. 다음 시즌엔 더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사실 아시안게임도 많이 아쉬워요. 대회를 앞두고 발목을 다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거든요. 정말 많이 속상했어요. 너무 뛰고 싶었고 원래 뛰어야 하는 경기였는데 아파서 그럴 수 없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팠죠."

다가오는 시즌은 소속팀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올림픽이라는 더 큰 목표가 있다. 당장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201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우승을 차지하면 내년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낼 수 있다. 만약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내년 6월 열리는 세계 예선전에 나가야 한다.

"올림픽 대표팀에 뽑히게 된다면 제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해야겠죠. 대표팀에서는 막내에 속하기 때문에 궂은 일을 많이 하면서 책임감도 느껴야겠죠. 대표팀에서도 임팩트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제 몸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컨디션을 끌어올려야죠."

▲ 2009년 신인왕에 올랐지만 정작 소속팀 우리은행은 밑바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패배의식에 빠져있던 자신을 일꺠워준 지도자가 현재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라고 말한다.

◆ 치욕과 환희 모두 맛본 흔치 않은 경험, 박혜진을 성숙시키다

박혜진은 25세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나 어른스러운 답변을 술술 이어갔다. 도통 마음에 어떤 욕심이 들어있을지 알 길이 없다. 좌절과 환희를 동시에 맛본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선수여서인지 박혜진은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하다.

우리은행은 한동안 어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감독이 와도 팀을 살려놓지 못했다. 박헤진도 우리은행이 침체기에 빠져있을 때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들어온 케이스다.

2009년 신인왕에 오르면서 스타의 길을 걸을 것처럼 보였지만 팀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패배의식이 스멀스멀 몸에 배어들었다. 그런데 2012~2013 시즌을 앞두고 위성우 감독이 부임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위성우 감독님의 훈련은 한 번 받아보면 정말 힘들죠. 하지만 제 패배의식을 완전히 일깨워주신 고마운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이전까지만 해도 저는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100%가 아닌 100%였더라구요. 힘들 때는 포기하고 근성도 약했는데 지금은 포기하기도 싫고, 지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싫죠. 꼴찌를 할 때는 경기장에 관중도 없어 창피했는데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의미가 남달라요. 농구에 눈이 뜬거죠."

우리은행 선수들은 시상식마다 위성우 감독을 밟는 의식을 펼친다. 그만큼 이가 갈리도록 힘든 훈련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감독을 미워하거나 증오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님인데 편하다면 거짓말이죠. 코트에서는 무섭고 독한 분이 밖에만 나서면 장난도 많이 치고 친오빠 같아요. 오히려 더 무서운 분은 전주원 코치님이죠. 아무래도 같은 여자라 선수들 속마음을 전부 꿰뚫어보시니까요."

▲ 박혜진은 자신이 신인이었던 시절 현역으로 활약하던 전주원 코치를 상대하면서 주눅이 들었던 기억을 되새기며 이름 석자만으로도 상대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 농구밖에 모르는 바보? 농구에 올인하는 승부사!

바닥을 경험한 박혜진은 농구에 눈이 뜨면서 명실상부한 농구 여왕이 됐다. 그럼에도 아직 자신은 멀었다는 박혜진이다.

"솔직히 제가 두 시즌 연속 MVP가 된 것은 팀 성적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최고가 아니에요. 전주원 코치님이나 정선민 코치님에 비하면 한참 멀었죠. 신인이었을 때 선수로 뛰던 전주원 코치님을 상대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 이름에 주눅이 들더라구요. 저도 제 이름 석자만 들어도 다른 선수들이 부담을 갖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요."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박혜진에게 숨겨진 야망이 조금씩 드러난 순간이었다.

"라이벌은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그것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자신감이 없으면 초등학생도 뚫지 못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저를 막을 수 없죠."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박혜진은 말하면 말할수록 성숙함이 묻어난다. '농구 9단'은 아니어도 '6~7단'은 되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박혜진은 지금 농구에 푹 빠져있다.

"저는 사회생활 이런거 전혀 몰라요. 농구밖에 모르는 바보죠. 이번 휴가기간에도 고향(부산)에서 친구들 만나서 맛집 가고 카페에서 수다 떨고 잠 실컷 자고 왔어요. 원래 코트에서 열심히 뛰기 때문에 오히려 코트 밖에서는 게을러지는 것 같아요. 사귈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사귈 시간도 없어서 남자친구도 없어요."

▲ 박혜진은 농구에 빠져 산다. 스스로 농구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최고가 된 지금도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농구에 건 승부사를 발견하게 된다.

'농구 바보'가 아니라 농구에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건 승부사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 시즌 끝난 뒤풀이 때 분위기 맞추려고 한두 잔 마시는 것 빼놓고는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단다. 그래도 부산에서 너무 많은 것을 먹으러 돌아다녀 살이 찌지 않았는지 걱정부터 하는 '바스켓 퀸'이다.

"아시안게임 때 보니까 (이)미선 언니나 (변)연하 언니나 몸 관리가 정말 철저하시더라구요. 저도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오랫동안 뛰고 싶어요."

한국에서 가장 농구를 잘 한다는 선수로 두 번이나 인정받았지만 아직 박혜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아직 많은 것이 모자라다고 애써 겸손하다.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역설적으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큰 야망을 마음 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한국 여자농구를 평정하고 세계까지 평정할 기세다. 농구에 자신의 인생을 건 박혜진이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취재후기] 삼천포여고 출신의 박혜진은 WKBL에 들어왔을 때부터 178cm의 장신 포인트가드로 각광을 받았다. 한 팀이 이승아가 있어 슈팅 가드로 변신하기도 해 두 포지션이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역시 현역시절 최고의 장신 포인트가드였던 전주원 코치가 박혜진을 지도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 통합 MVP가 됐음에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박혜진도 이를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에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