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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상생으로, 박주영-정조국 투톱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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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상생으로, 박주영-정조국 투톱 효과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03 2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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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0일만에 선발 호흡, 정조국 시즌 리그 첫 골…최용수 감독 "써보고 싶었던 조합, 나쁘지 않았다"

[상암=스포츠Q 박상현 기자] FC 서울에는 현재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고 있는 두 공격수가 있다. 정조국(31)과 박주영(30)이다. 모두 포지션이 스트라이커라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당연히 낙제점이다. 그러면 이 둘을 붙여놓으면 어떨까. 일단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정조국과 박주영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홈경기에 투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이들이 동시에 선발 출격한 것은 2008년 4월 30일 부산 원정경기 이후 2590일만이었다.

서울이 자랑하는 두 스트라이커다. 모두 연령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을 거치며 각각 '패트리어트(정조국)'와 '축구 천재(박주영)'라는 별명이 붙여졌을 정도로 골 감각이 남달랐다. 전성기에는 서울의 9번(정조국)과 10번(박주영)을 맡았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FC 서울 박주영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정조국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상생이 아닌 경쟁의 상대였다. 서울이 주로 원톱을 즐겨했기 때문이다. 최전방 한 자리를 놓고 언제나 이들은 경쟁을 벌여야만 했다.

득점력 빈곤에 고심하던 최용수(44) 감독은 훈련 때 종종 써봤던 이들의 투톱 조합을 실전에서 활용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 골 이상을 넣기가 힘들어 '이진법 축구'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었기에 여러 시도를 해봐야 했던 최 감독이었다.

결과는 정조국의 골로 나타났다. 정조국은 2012년 12월 부산과 홈경기 이후 913일만에 서울 소속으로 K리그 득점을 신고했다. K리그 챌린지 안산 경찰청에서 뛰었던 것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6월 29일 대전전에서 2골을 넣은 이후 339일만이다. 서울의 모든 정규 경기를 통해서는 지난 4월 29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과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 2골 이후 35일만이다.

그러나 정조국의 골은 인천 수비의 실수로 말미암은 것이어서 썩 개운치는 않다. 그래도 최용수 감독은 정조국-박주영 조합으로 골이 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뒤 "두 선수의 투톱 조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며 "원톱을 할 때는 2선에서 공을 받아줄 수 있는 선수들이 없어 최전방 공격수가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두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2선에서 공을 연결해주고 전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기 때문에 인천 수비를 흔들어놓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최 감독은 "정조국은 모두 알다시피 대표팀 경력도 있는, 장점이 많은 공격수"라며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묵묵히 훈련을 소화한 성실한 선수다. 두 선수 모두 골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자신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상암=스포츠Q 노민규 기자] FC 서울 정조국(가운데)이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홈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은 뒤 박주영(오른쪽)과 함께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오랫만에 골맛을 본 정조국도 "일단 고참으로서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결승골을 넣어 기분이 좋다"며 "(박)주영이와 마지막으로 함께 섰던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주영이는 굉장히 많은 것을 가진 공격수다. 같이 뛰다 보면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아 항상 고맙다"며 "대화를 통해 원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랜 동료이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은 이들 외에도 김현성과 박희성, 윤주태, 에벨톤, 몰리나, 윤일록 등 다양한 공격자원을 활용해봤지만 득점력 빈곤을 풀어내지 못했다. 사실 박주영-정조국 조합도 이날 한 골밖에 터뜨리지 못해 추가골을 원했던 최용수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일단 첫 시도에서 골이 터져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최용수 감독은 다시 한번 두 선수의 조합으로 오는 6일 전북 현대와 15라운드 원정경기 승리를 노리고 있다. 경쟁자에서 상부상조하는 상생의 관계가 된 두 베테랑 공격수의 투톱조합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빛을 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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