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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스' 골폭풍, 주민규가 쓴 10개월 반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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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스' 골폭풍, 주민규가 쓴 10개월 반전 드라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6.06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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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프로 지명 못받고 연습생 입단, 레니 감독 권유로 포지션 전향 후 챌린지 득점 선두 기염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염기훈(수원)과 강수일(제주)이 K리그 클래식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는 영예를 누렸다.

K리그 챌린지에는 이들보다 더 핫한 사나이가 있다. 바로 주민규(25·서울 이랜드)다.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상주)이 국가대표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민규의 화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첫 시즌을 맞은 막내 서울 이랜드가 6승 4무 2패(승점 22), 2위로 질주하는 이유다.

주민규는 12경기에 나서 11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6경기 연속골의 센세이션이다.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 3일 부천 FC전에서는 생애 첫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4연승을 견인했다.

▲ 주민규는 경기당 0.92골의 페이스로 11골을 뽑아내며 K리그 챌린지 단일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에 따라 주민규는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12,13라운드 위클리 베스트 MVP를 2연속 수상하며 주가를 확인받았다.

◆ 경기당 0.92골, 챌린지 역사로 남을 페이스 

경기당 0.92골의 가공할 득점 페이스다. 슛 세 번을 날리면 한 골이 터진다. 탁월한 결정력이다. 클래식 득점 1위 염기훈은 12경기에서 7골로 경기당 0.58골을 뽑아내고 있다. 1,2부 리그 수준이 다르긴 하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챌린지를 지배했던 아드리아노(대전)는 경기당 0.84골, 총 27골을 뽑아내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런 페이스라면 득점왕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 기록을 경신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득점 2위 그룹인 조석재(충주), 자파(수원 FC), 조나탄(대구)은 모두 7골을 기록 중이다.

골들이 아름답다. 지난 4월 15일 상주전에서는 뒤에서 넘어온 패스를 오른발로 트래핑하더니 곧바로 차 넣었다. 우아한 컨트롤이 마치 네덜란드 레전드 데니스 베르캄프를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지난달 10일 경남전 발리골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골로 꼽힌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골과 판박이였다.

그래서 팬들은 주민규에게 ‘주메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서울 이랜드 구단은 곧바로 주민규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4경기 입장권 패키지인 ‘주메스 팩’을 기획해 판매한 것. 창단 첫해 모든 것이 최초이자 역사인 서울 이랜드에서 주민규는 간판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 선수 생활 내내 미드필더로만 활약했던 주민규는 레니 감독을 만나 스트라이커로 변신했다. 포지션 전환 후 6개월 만에 득점 선두를 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연습생 미드필더서 도약, 10개월새 인생역전 

주민규의 맹활약 뒤에 스토리가 있어 더욱 감동적이다. 주민규는 2010년 한양대 재학 시절 전국추계 1,2학년 대학축구대회 득점상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지만 K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챌린지 고양 Hi FC에 번외 지명돼 프로 무대를 밟았다.

고교 때까지는 공격형 미드필더, 대학교와 고양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주민규는 지난해 8월 안양전을 통해 인생이 바뀌게 된다. 팀 사정상 후반 들어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고 마침 선수를 물색하던 마틴 레니 감독 앞에서 킬러 본능을 발휘한 것.

레니 감독은 주민규에 대해 "좋은 피지컬과 다른 선수들보다 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한국에는 등지는 플레이를 잘 하는 공격수가 많이 없는데 그는 이런 역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극찬했다.

올해초 서울 이랜드의 창단 멤버로 합류하게 된 주민규는 “두자리수 득점과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리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초짜 스트라이커가 이렇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지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반전이 펼쳐졌다. 3월 29일 잠실 개막전 때만 해도 주민규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외국인 스트라이커들의 부진 속에 4월 15일 상주전서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주민규는 5월에만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생팀 돌풍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지난해 단숨에 스타로 발돋움한 이정협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무명의 성공담은 리그를 넘어 사회 전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흐린 날만 가득했던 주민규의 앞날이 화창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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