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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에서 끝낼 건 아니잖아' 태극낭자들, 언더독의 반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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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에서 끝낼 건 아니잖아' 태극낭자들, 언더독의 반란 어디까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20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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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미국 다음으로 세계 3위, 이겨야 한다는 부담 초월…미국과 평가전 기분좋은 기억 되새길만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스페인을 꺾고 사상 최초로 여자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여자축구가 이제부터 '끝판왕'만 만난다. 8강에 오르면 독일, 4강까지 가게 된다면 미국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만날 첫 번째 끝판왕은 프랑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2일 오전 5시(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16강전을 벌인다.

프랑스는 FIFA 랭킹에서 독일, 미국 다음으로 높은 3위로 한국(18위)보다 한참 위다. 16강 진출팀 가운데 프랑스는 세 번째로 높은 순위인 반면 한국은 카메룬(53위), 콜롬비아(28위), 스위스(19위)에 이어 네 번째로 낮다. 우승후보와 '언더독'의 맞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도 F조 리그에서 28위 콜롬비아에 0-2로 덜미를 잡혔다. 그렇기에 한국이 프랑스를 꺾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언더독으로서 즐겁게 도전하다 보면 의외의 결과도 따라올 수 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오는 22일 한국의 16강전 상대는 FIFA 랭킹 3위 프랑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강한 상대 프랑스, 그렇다고 16강으론 아쉽다

프랑스가 분명 강한 상대이긴 하지만 '난공불락'은 아니다. 12년 전에 한국이 처음으로 출전했던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아쉽게 0-1로 진 적이 있다. 아직 한국 여자축구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전이었던 당시에 프랑스와 선전을 펼쳤다.

한국도 강해졌지만 프랑스도 분명 강해지긴 했다. 2003년 당시 9위였던 프랑스는 조금씩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독일, 미국에 이은 FIFA 랭킹이 높은 팀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물러설 필요는 없다. 16강이라는 첫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하나의 '보너스'다. 조금만 삐끗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녹다운 토너먼트라는 점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차피 한국 여자축구로서는 잃을 것이 없다. 선전하면 지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긴다면 대이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그러나 한국은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스페인전 승리의 기쁨을 이제 잠시 접어두고 프랑스전에 모든 것을 맞춘다. 스페인전을 마친 뒤 오타와 숙소에는 '아직 아니야. 16강에서 끝낼 건 아니잖아. 차분히 준비해 프랑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9일(한국시간) 주캐나다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초청 오찬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22일 세계랭킹 3위 프랑스와 만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심리학 박사로 여자대표팀의 멘탈 코치로 합류한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의 '작품'이었다. 윤 교수는 다 잡았던 코스타리카전을 2-2로 비긴 뒤 고개 숙인 선수들을 향해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라는 문구를 숙소 곳곳에 붙여 용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이번에는 너무 승리에 고취되지 말고 프랑스전을 제대로 준비하자는 의미였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도 16강에서 끝낼 생각은 없다. 윤덕여 감독은 애초부터 8강을 목표로 했다. 지소연도 "이왕 캐나다까지 왔는데 몬트리올, 오타와만 보고 갈 생각은 없다. 기왕이면 밴쿠버(결승전 장소)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16강전부터 4강전까지 모두 몬트리올에서 치르기 때문에 밴쿠버도 가보겠다는 것은 최대한 높은 곳까지 가겠다는 뜻이다.

◆ 스페인전 통해 지소연 부활, 고도의 집중력 또 보여준다면

가장 고무적인 것은 지소연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지소연은 후반 8분 조소현의 동점골이 터져나왔을 당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골은 조소현이 만들었고 어시스트는 멋진 '택배 크로스'를 올려준 강유미였지만 오른쪽으로 빠져 들어가는 강유미를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준 것은 지소연이었다.

이제부터는 토너먼트인데다 모두 한국보다 강한 상대들이기 때문에 지소연이 집중 수비를 받을 가능성은 적다. 물론 지소연을 경계하겠지만 한국의 득점 루트가 지소연만이 아니라는 것이 파악됐기 때문에 프랑스도 지소연만 집중 수비할 수는 없다. 집중 수비가 풀린다면 지소연은 활동 범위가 더욱 넓어지게 돼 대표팀의 공격력이 더욱 탄력받을 수 있다.

▲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회복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은 '언더독'의 입장에서 프랑스와 만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또 주목할 것은 집중력이다. 한국은 스페인전에서 단 2개의 유효슛만으로 스페인 골문을 열었다. 스페인전에서 보여줬던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준다면 프랑스전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끝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 침착한 경기 운영도 곁들어져야 한다. 미국 ESPN은 스페인전을 치른 한국을 두고 '마치 심장전문의처럼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이처럼 침착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스페인전을 앞두고 숙소에 붙었던 '차분하고 정확하게 악착같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차분하게 기다리고 악착같이 뛰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었고 그대로 했더니 정말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프랑스는 A매치 108경기에서 47골을 넣은 유지니 르 솜머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돋보인다. 161cm로 키는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 조건에서 저돌적인 돌파가 뛰어난 선수다. 또 마리-로르 델리도 A매치 88경기 59골을 넣은 공격수로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다.

그러나 한국이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간다면 급해지기 시작하는 쪽은 프랑스다. 프랑스로서는 한국전 승리가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국은 잃을 것이 없는 언더독이다. 언더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경기를 즐기다보면 프랑스를 더욱 급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다시 한번 '카운터 어택'을 날린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최종 평가전에서 확인한 좋은 기억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은 FIFA랭킹 2위 미국을 상대로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0-0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국전에서 좋은 기억과 스페인전에서 보여줬던 냉정함만 발휘된다면 대파란의 주인공은 태극낭자들이 될 수 있다.

▲ 한국은 세계랭킹 14위 스페인과 경기에서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미국과 평가전에서 좋은 기억과 스페인전에서 보여줬던 침착함이 곁들여진다면 프랑스도 이겨낼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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