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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 출신 교수 박순희 "톱모델은 내 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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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 출신 교수 박순희 "톱모델은 내 손에서"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4.04.15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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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수명 짧기로 유명한 모델계에서 1996~2009년까지 해외 명품 콜렉션과 국내 톱 디자이너들의 쇼를 13년 동안 장식한 모델 박순희(36). 그는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모델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톱모델 강승현, 지현정, 이혜승을 비롯해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도전 수퍼 모델 코리아'(이하 '도수코')의 우승자들까지 박 교수의 트레이닝을 받았다. 워킹과 포즈 수업을 담당하는 박 교수지만 학생들에게 인성과 열정을 요구한다. 그는 고양이처럼 도도하게 걷는(캣워킹) 모델을 두고 "실은 아등바등 발장구를 치는 백조"라고 정의한다.

[스포츠Q 글 이예림 • 사진 이상민기자] "모델이란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어요. 나를 가장 빛나게 만들기 위해 최고의 스태프들이 공을 들이잖아요. 그게 모델의 특권이죠."

어떤 계기로 모델을 선택하게 됐는지 물으니 "대학교 다닐 때 동기가 슈퍼모델 대회에서 상을 탔어요. 학교에서 다들 왜 네가 못하겠냐고 해 발을 들이게 됐죠"라며 다소 의외의 답을 꺼낸다. 그럼에도 국내 패션지 화보 촬영, 국내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한국에 온 해외 디자이너들의 쇼는 모두 다 휩쓴 바 있는 톱 모델인 그는 현재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 모델 처우 법적으로 규정된 바 없어...외국과 달리 열악한 국내 환경

모델 한혜진은 종편채널 JTBC '마녀사냥'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며 동료 모델 이현이와 함께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에서 '솔드아웃 2'를 진행하고 있다. 모델 안재현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의 남동생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SBS 새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방송을 앞두고 있다. 최근 모델들이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현상과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지 국내 모델계의 현황에 대해 물었다.

"차승원씨, 조인성씨 등 남자 모델들이 방송계로 넘어갔는데 여자 파트너들도 키가 커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자 모델 출신들이 방송으로 진출하게 된 것 같은데요. 어떤 모델 에이전시와 YG, 에스팀(국내 대표 모델 소속사)과 기업 CJ가 합병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모델이 방송까지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죠."

"외국의 경우 모델에 대한 대우가 법적으로 마련돼 있어요. 쇼하기 4시간 전에 모이고 모델들을 위한 음식이 구비돼 있고 리허설이 추가되면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으로 규정된 게 없어서 모델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죠."

 

◆ 모델 아닌 교수 박순희제자들 열정과 인성이 중요

그는 2009년부터 동덕여대 모델과에 출강했고 2011년 교수로 임용됐다. 후배 양성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공부만 하다가 와서 워킹도 제대로 못하던 친구들을 가르쳐서 베테랑이 된 모습을 볼 때"라고 답한다. 그가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기준은 '열정'이고 '인성'을 가르친다.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장 중요해요. 면접을 보면 누가 간절한지 다 보여요. 돌발적으로 무엇을 해보라 시키면 준비를 못했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고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해보겠다고 하는 친구가 있어요. 당연히 어떻게든 해보려는 친구에게 눈길이 가고 점수도 더 주게 되죠."

"이번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켜달라고 강조했어요. 선배들에게 존경까진 아니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하죠. 얼마 전에 MT 행사가 있었는데 한 학생이 아버지의 수술 때문에 불참했어요. 오늘 그 학생이 찾아왔는데 사실 교회 참석 때문이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전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요. 거짓말을 했지만 옳은 방향으로 바꾸려고 한 거잖아요."

 

2008년 포드 슈퍼모델 오브 더 월드에서 1위를 차지해 세계적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강승현, 톱 모델 지현정과 이혜승,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송된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수코'의 시즌 1 우승자(이지민), 시즌 2 준우승자(박슬기), 시즌 3 우승자(최소라) 등 모두 박 교수의 트레이닝을 거쳤다. 세계적인 톱 모델이 되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트레이닝보단 모델의 성향이 중요해요. 강승현은 밝은 성격의 친구예요. 이상적인 모델 체형이 아님에도 외국에서 성공한 이유는 긍정적인 사고 때문이라고 봐요. 우리나라에서는 체형에 점수를 더 주자면 외국은 이미지에 점수를 더 주는 편이거든요."

◆ 완성된 모델은 내공이 중요 "다양한 체험을 해야합니다" 

박 교수는 현재 세종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교수란 직업이 안정적이지만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현역 모델들은 프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까.

"많은 체험을 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발레와 연기. 모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정말 큰 도움이 돼요. 발레를 배우면 몸의 라인과 손끝 처리가 달라지거든요. 잡지 화보를 촬영할 때 얼굴 클로즈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얼굴의 근육을 다양하게 움직이기 위해 연기가 도움이 되죠. 아, 제가 후배들에게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권해요. 아파봐야 감정이 다양해지죠."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냐마는 다음 시즌 패션쇼를 기약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환경, 어릴수록 유리한 업계의 생리 등 모델은 여러 모로 힘든 조건의 직업이다. 오랜 시간 버텨오고 살아남은 박 교수는 현역 모델들에게 초심의 열정을 잃지 말고 지망생들에게는 아름다운 모습만 보는 걸 경계하라 조언한다.

"신인 모델이면 주어진 일은 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 일의 규모를 보고 정해요. 저는 무명 시절이 길었는데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내공을 쌓았던 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모델 지망생들의 경우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모델은 물 위에 떠있는 백조예요. 20분의 쇼를 위해 피팅, 오디션, 무대 뒤에서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 등 준비 과정이 많아요. 캣워크만 보지 말고 우아하게 서 있기 위해 물 밑에서 아등바등 발장구를 치고 있는 거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취재후기]

인터뷰에 앞서 사진기자와 촬영을 했던 박 교수는 컷이 바뀔 때마다 과한 움직임 없이 고개를 몇 도만 꺾었다. 단지 사소한 차이로 다른 컷을 연출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톱'으로 만든 건 항상 초심으로 일을 대하는 태도였다. 후배 모델들뿐만 아니라 '프로'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좋은 본보기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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