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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고급' 트릭과 대비되는 김광현 '빈글러브 태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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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고급' 트릭과 대비되는 김광현 '빈글러브 태그 논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1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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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삼성전서 빈글러브 태그로 아웃시킨 후 능청스런 연기…MLB 사례와 차이점은?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트릭은 사전적인 의미로 ‘속이다’, ‘속임수를 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상대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한 장난과 농담 모두 이에 포함된다.

9일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27)이 대구 삼성 라이온스전에서 순간적인 기질을 발휘, 빈 글러브로 주자를 태그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상대팀과 관중, 심판마저도 모르고 지나갔다. 홈으로 들어오던 주자는 아웃 선언됐고 삼성은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 문제의 장면. 공은 분명 브라운의 글러브에 들어갔지만 김광현이 태그하고 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심판과 삼성 더그아웃은 '눈 뜨고 코 베인' 격이 됐다. [사진=KBS N 스포츠 방송화면 캡처]

상황은 이랬다. SK와 삼성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4회말. 삼성의 2사 2루 찬스에서 5번 타자 박석민이 투수 김광현의 2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내야 높이 떴고 김광현과 1루수 앤드류 브라운, 3루수 김연훈이 홈플레이트 근처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SK의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공은 페어 지역에 떨어지며 내야 안타가 됐다.

그 사이 2루 주자 최형우는 홈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김광현은 홈으로 들어오던 최형우를 글러브로 태그했다. 심판의 판정은 태그 아웃. 공수 교대가 이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TV 중계화면 리플레이를 확인한 결과, 이는 오심이었다. 김광현의 글러브에 공이 없었던 것. 당시 원바운드 된 공을 잡으려 김광현, 브라운이 동시에 글러브를 내밀었는데 브라운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다. 김광현은 일단 눈앞에 주자가 보이니 태그를 했고 심판도 의심하지 않고 아웃을 선언했다.

공수 교대가 이뤄진 뒤 김광현은 1루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브라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때 브라운이 공을 떨어뜨렸고 다시 허리를 굽힌 뒤 공을 주웠다. 김광현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심판과 삼성 더그아웃 쪽을 쳐다봤다.

◆ 순간적인 기질 발휘한 MLB 사례와 어떻게 다른가?

바다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올해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광현의 경우 심판이 발견했다면 상황이 번복될 수 있지만 이들의 플레이는 룰 안에서 이뤄진 정당한 플레이였다.

지난 5월 11일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는 샌프란시스코와 원정경기에서 9회 동점을 막는 절묘한 트릭 수비를 선보였다.

9회말 1사 1루 상황. 타석에 선 그레고르 블랑코가 우익수 이치로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다. 이때 아리아스가 3루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이치로의 능청스런 연기에 당한 것. 이치로는 자신의 머리 위로 타구가 날아가는 줄 알면서도 마치 낙구지점을 파악한 듯 몸을 돌렸고 이를 본 아리아스는 적극적으로 뛰지 못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전력으로 뛰었지만 홈까지 들어오기엔 무리였다. KBO리그에선 LG 이진영, 롯데 손아섭 등이 이런 플레이에 능하다.

6월 19일에는 주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장면이 나왔다. 텍사스-LA 다저스전에서 0-0으로 맞선 9회말 2사 3루서 다저스 대주자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상대 투수의 보크를 유도했다. 텍사스 투수 키오니 켈라를 상대로 마치 홈으로 파고드는 듯한 액션을 취했다. 이에 당황한 켈라는 보크 규정을 잊은 채 세트포지션에서 왼쪽 어깨를 움직였다. 이를 본 주심은 보크를 선언했고 다저스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들의 트릭은 모두 룰 안에서 이뤄진 플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치로가 일부러 공을 쫓아가지 않은 행위, 에르난데스가 홈으로 파고들 것 같은 액션을 취한 것 모두 룰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김광현이 순간적인 생각으로 빈 글러브 태그를 한 게 심판의 눈에 발견됐다면 판정이 번복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김광현의 행동이 위 두 선수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 팬들은 김광현이 지금이라도 양심선언해 진심어린 사과를 하길 바라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팬들은 김광현의 '양심선언'을 원한다

이처럼 MLB 사례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행동을 한 김광현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김광현은 경기 후 구단을 통해 “태그를 위한 연속적인 동작을 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일부러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다”며 의도적으로 속이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광현의 애매한 해명은 야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포털사이트 상에서 한 팬은 “김광현의 순간적인 판단에 알프레도 피가로의 12승이 날아갔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다른 팬도 “김광현은 빠른 시간 내에 양심선언 해야 한다”고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상황 종료 후 브라운과 능청스런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해 대다수 팬들은 김광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은 이미 종료됐지만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다른 이야기다. 팬들의 김광현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김광현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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