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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 백종원 둘러싼 정체성 논란 "언제까지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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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 백종원 둘러싼 정체성 논란 "언제까지쥬"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22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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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맛간장, 프라이팬 닭갈비, 통조림 생선구이, 만두전, 만능된장...자신만의 레시피를 줄줄이 히트시키며 ‘요리예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백종원을 둘러싼 정체성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 6월30일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백종원씨는 전형적 외식 사업가다. 그가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업소 레시피를 따른 것이다.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건 쉽다. 백종원 식당 음식은 다 그 정도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고 평가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MBC 인기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백종원이 집밥 콘셉트의 요리를 하는 장면

그는 이어 백종원의 인기 비결을 두고 "방송에서 백종원을 ‘백주부’라고 한다. 주부는 대체로 엄마다. 백주부를 ‘백종원 엄마’라고 풀면 백종원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알 수 있다.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1980∼90년대생들은 맞벌이로 바빠 내게 요리 한 번 가르쳐준 적이 없는 엄마와 달리 부엌의 온갖 인스턴트 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백종원에게서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대체 엄마’다"라고 분석했다.

백종원은 7월9일 ‘집밥 백선생’ 기자간담회에서 “나를 디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음식이 세발자전거라면, 셰프는 사이클 선수다. 자전거 박사들이 볼 때는 내가 사기꾼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나는 자전거를 보급화하는 것처럼 요리도 보급화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황 칼럼니스트의 분석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잦아들 것 같던 논란이 재점화했다. 7월8일자 조선일보에서 박은주 선임기자는 “백종원은 자기 식당 상호를 은근히 드러내는 PPL(간접광고)을 하는 '하수'가 아니다. 대신 자기 식당이 만들어내는 가벼운 음식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보인다. 프로다. “이건 너무 달아” “이건 맛이 너무 가벼워” 같은 비평 대신 “뭘 그리 까탈스럽게 굴어” “요즘 설탕이 대세잖아” 같은 평가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집밥 선생’ 컨셉으로 지나치게 많은 방송에서 ‘유일한 음식 훈장님’처럼 대접받는 건, 좀 부당한 일이다. 그 와중에 ‘백종원식 음식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는 일도 개운치 않다"고 덧붙였다.

백종원이 성공한 외식 사업가에서 ‘먹방’ ‘쿡방’의 대세가 된 데는 대중의 니즈와 맞아 떨어진 그의 ‘역할’과 ‘퍼스낼리티’가 절대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요리 대세' 백종원이 tvN 요리예능 '집밥 백선생'에서 제자 손호준 윤상 김구라 박정철에게 요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대거 등장한 젊고 잘생긴 셰프들은 대부분 전문적 방식으로 조리된 요리를 줄줄이 내놓았다. 반면 백종원은 숙련자들이나 이해 가능한 요리가 아닌, 누구나 도전할 만한 요리 방식을 천연덕스런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툭툭 알려줬다. 쉽고 간편했다. 대체 재료를 사용해도 무방하며 소량만을 강조했던 설탕을 듬뿍 사용해도 괜찮았다.

이런 방법론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백종원의 해박함은 전문 요리사를 능가할 정도였다.

국민적 요리 멘토란 의미의 ‘백선생’부터 ‘백엄마’ ‘백주부’란 갖가지 별칭을 얻게 되자 통과의례처럼 정체성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백종원에 환호하는 이들은 “집밥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줬다” “음식에 관심은 많으나 요리를 두려워하던 이들이 요리에 직접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최소한의 재료와 노동으로 ‘고급지게’ 식탁을 차려내는 것은 그만의 장점이다”라고 평가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분명 편리한 요리방식이지만 입맛이 달고 짜고 맵고...자극적으로 변해가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방송과 언론 시스템, 자신이 어떻게 소비되는 지를 너무 잘 아는 비즈니스맨이라 지금의 신드롬을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느낌이다”라며 삐뚜름한 시선을 보낸다.

그런데 이런 논란조차 '백종원 신드롬'을 공고히 구축하는데 자양분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백종원을 둘러싼 유·무용론은 그리 중요하진 않아 보인다. 대중을 소구할 만한 미덕이 그의 요리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상은 신기루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 이후의 우리 식탁이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일반인의 주체적인 요리활동이 얼마나 확산했는지가 중요하다. 바로 이게 시청자의 식탁을 책임지게 된 ‘백선생’, 그를 주시하는 이들 모두가 입맛을 다실 공통 레시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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