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6 (금)
[뷰포인트] '세월호 참사' 과잉·오보 vs 흐느낀 앵커 손석희 정관용
상태바
[뷰포인트] '세월호 참사' 과잉·오보 vs 흐느낀 앵커 손석희 정관용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4.21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국민적 불만과 비판이 거세다.

무고한 생명이 대거 희생된 재난 앞에서 언론은 그간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인격권을 침해하는 취재, 경마식 보도, 속보경쟁이 부른 섣부른 보도가 적잖았다. 이와 달리 핵심을 짚어내거나 참담한 상황에 공분하는 모습으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경우도 있다.

세월호 침몰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종편 JTBC 뉴스 진행자는 막 구조된 어린 고등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사실을 아느냐”는 무분별한 질문을 했다. MBN은 인명구조 능력이나 자격을 갖추지 않은 홍가혜씨가 "해경이 민간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채 버젓이 내보냈다. 구조상황 소식을 전하던 한 SBS 기자는 생중계 도중 웃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세 방송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곧장 시청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 사과하는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사진=JTBC 방송캡처]

오열하는 유족이나 넋을 잃은 실종자 가족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 그 장면을 내보내거나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구조된 여섯살 여자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은 허언일 뿐이다. 희생자와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했다. 초기 재난대책본부의 구조자 숫자를 그대로 발표했던 것부터 시작해 잠수부들의 선체 진입, 공기 주입 등 팩트 체크(Fact check)되지 않거나 실제 상황보다 앞선 보도를 했다가 금세 정정하는 일이 잦았다. 한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는 아무런 근거 없이 북한 소행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매체는 피해자들의 보험금 액수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모두 불신을 초래했다.

반면 JTBC ‘뉴스9’의 손석희 앵커는 자사 기자의 인터뷰 논란을 대신 깊이 뉘우치며 사과했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말을 잇지 못한 채 10초간 침묵했다. 안산 단원고 실종자 학생의 학부모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사망자가 추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곧바로 제작진을 향해 사망자 속보 자막을 넣지 말라며, 실종자 부모의 충격을 배려했다. 하지만 “부처 이름까지 바꾸면서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던 정부, 최소한의 안전규정도 지키지 않았던 선박회사, 우왕좌왕하는 구조당국, 사고가 난지 불과 하루 만에 이 모든 문제들이 드러났다”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핵심을 파고 들었다.

21일 오후 JTBC 간판 진행자들은 일제히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정관용 라이브'의 정관용 평론가와 '뉴스9'의 손석희 앵커는 유가족 화면과 소식을 전하면서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눈물을 보이거나 울음을 삼키는 목소리로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파파라치 언론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곤 했던 온라인매체 디스패치는 현장 심층보도 및 실종자 가족 인터뷰를 통해 구조상황의 현실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재난 보도일수록 사실에 기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희생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한국기자협회는 20일 세월호 참사 관련, 10개항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내놓았다. 국가적 재난 대응체제의 부재 속에 오락가락,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정부만 비판할 일이 아니다. 언론계 역시 재난 보도의 준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