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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큰 나무 사이 걸었더니 키가 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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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큰 나무 사이 걸었더니 키가 커져 있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8.08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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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동아시안컵 준우승...월드컵 자신감으로 중국·일본 연파, 올림픽 예선 경쟁력 확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여자축구가 비록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10년 만의 우승까지 이루지는 못했지만 준우승을 거두며 북한, 중국, 일본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8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북한과 2015 EAFF 동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0-2로 졌지만 중국, 일본을 연파하며 2승 1패의 전적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이 월드컵 멤버를 대거 빼고 2진급 선수들로 채웠다고는 하지만 극동지역 4개국이 벌이는 라이벌 경쟁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만으로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한국 여자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은 17위로 일본(4위), 북한(8위), 중국(14위)보다 밑이다. 일본은 FIFA 여자 월드컵에서 2011년(우승)에 이어 올해(준우승)까지 2회 연속 결승전에 오른 강호다.

북한은 2011년 여자 월드컵 당시 징계로 이번 대회 본선에 올지 못했지만 늘 세계 정상급이다. 중국은 2000년대에 비해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언제나 세계 8강에는 드는 전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도 월드컵 무대를 밟으면서 한층 성장했다. '큰 나무 사이를 걸었더니 내 키가 어느새 커져 있었다'는 한 작가의 말대로 한국 여자축구도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 프랑스 등 세계 강호와 맞대결을 펼치면서 그만큼 발전했다.

북한전을 통해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권하늘(부산 상무)과 함께 조소현(인천 현대제철)의 조합은 탄탄한 중원을 구축하기에 충분하다. 이미 여자월드컵을 통해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조소현은 일본전 득점과 함께 다시 한번 '주장의 품격'을 보여줬다.

또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빠졌지만 이민아(현대제철)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민아는 157cm의 작은 체구에도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수들을 당황케했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끝까지 공을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줘 지소연의 대체자로 호평을 받았다.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정설빈(현대제철)은 북한전에서도 날카로운 슛 2개를 날렸다. 정설빈은 원톱 뿐 아니라 측면 공격수로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줌으로써 윤덕여 감독의 공격 조합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들었다.

장슬기(고베 아이낙) 등 새로운 선수들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이소담(대전 스포츠토토)나 이금민(서울시청) 등 윤덕여호에 새롭게 발탁된 선수들의 경쟁력도 확인했다.

다만 심서연(이천 대교)의 부상이 안타깝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상으로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소 3개월 이상 재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빨리 경기력을 찾느냐에 따라 내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올림픽 예선전 출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래도 한국 여자축구는 충분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더이상 북한, 중국,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당당하게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동아시안컵에서 증명해냈다. 올림픽 예선전까지 남은 6개월의 시간을 충실히 보낸다면 아시아에 단 2장이 배정된 올림픽 본선 티켓을 처음으로 따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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