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23:32 (월)
뮤지컬 디바 김소현 "명성황후, 손준호·주안 부자와 사랑에 빠진 나날" [인터뷰]
상태바
뮤지컬 디바 김소현 "명성황후, 손준호·주안 부자와 사랑에 빠진 나날"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10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뮤지컬 배우 김소현(40)이 인생의 화양연화를 누리고 있다.

20주년을 맞은 창작뮤지컬 ‘명성황후’(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타이틀 롤을 맡아 강단 있는 변신을 보여주는가 하면, 예능프로 ‘오 마이 베이비’에선 남편 손준호의 사려 깊은 아내이자 아들 주안의 눈물 많은 엄마로 대중 곁에 바투 다가서는 중이다.

결혼과 출산 이후 더욱 풍성해진 디바로 거듭난 김소현을 지난 7일 오후,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 여성적 숨결 불어넣으며 새로운 명성황후 캐릭터 탄생

올해 명성황후는 동갑내기 뮤지컬 스타 김소현과 신영숙이 맡았다. 신영숙의 명성황후가 강인한 카리스마를 토해낸다면 김소현의 명성황후는 이제까지 명성황후 여배우들과는 결이 다르다. 앳되고 약해 보이는, 여성적인 숨결을 불어넣다가 점점 강한 면모로 변주한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십분 살려내면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꾀한 셈이다.

“저의 변신에 관객들께서 낯설어 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게 무엇보다 기쁘죠. 한국적인 인물을 거의 해보지 않아서 외형적으로 낯선데다 음역대와 소리도 그동안 해왔던 거완 많이 달라서 많이 망설였거든요.”

'명성황후' 속 뮤지컬 넘버들은 메조 소프라노를 위한 곡이다. 하이 소프라노인 김소현은 어머니(성악가 장경혜)로부터 이를 조절하기 위해 보컬 레슨을 받았다. 낮은 음역대에서도 전달력을 높이려고 발음에 더 신경 썼다. 무엇보다 조선의 국모이자 비운의 왕비 명성황후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문헌과 궁녀 일기, 복식 서적 등을 고시 공부하듯 탐독했다.

“인물 평가를 두고 논란이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일찌감치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그녀의 선택이 충분히 이해됐어요. 또 그래야만 명성황후를 연기하는 배우로써 관객을 설득할 수 있겠죠. 광복 70주년을 맞아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공연들이 많은데 명성황후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져 후손들이 마음으로 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명성황후와 가장 뜨거운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김소현은 명성황후의 여장부 면모에 치중하기보다 웃을 때조차 이를 드러내지 않았을 만큼 기품 있고 가녀린 여성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 ‘백성들이여 일어나라’ 부를 때 애국심 폭발 체험

어려움도 많았다. 1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폭넓은 세월을 연기해야 하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휙휙 지나가는 작품이다 보니 생략된 부분을 연기로 채워 넣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대곡들이 즐비한 게 큰 부담이다.

“한 장면이 끝나면 몇 년이 흘러버린 상황이라 백 스테이지에서도 연기하고 있어야 해요.(웃음) 또 과거 겨울시즌에 주로 공연해서인지 의상이 두터워요. 경사 무대에서 고무신을 신은 채 두툼한 의상과 가채를 쓴 채 노래하다보면 열이 분출되질 않아서 2배로 힘들더라고요. 노래들도 스케일이 큰 난곡들이라 공연할 땐 거의 유체 이탈 수준이에요. ‘백성들이여 일어나라’로 정점을 찍은 뒤 커튼콜 때 또 다시 노래를 불러야 해서 매번 초죽음 상태가 되죠.”

하지만 일본 낭인들의 칼에 무참히 희생된 명성황후가 부르는 ‘백성들이여 일어나라’가 흐를 때마다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울컥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처음 맛본 소중한 체험이다.

“애국심이 폭발해요. 발끝에서부터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얻곤 하죠. 명성황후가 세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르는 ‘어두운 밤을 비춰다오’는 온몸으로 겪어온 격동의 세월, 백척간두에 선 나라에 대한 걱정이 절절하게 묻어나요. 단순히 명성황후의 슬픈 아리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공감하기에 더욱 슬픈 것 같아요.”

김소현이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백성들이여 일어나라'를 열창하고 있다[사진=에이콤 인터내셔널 제공]

◆ 결혼과 출산 이후 급격한 변화...예능 출연, 캐릭터 변신

2001년 서울대 음대 성악과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지망생에서 일약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 크리스틴으로 혜성처럼 데뷔한 이후 가녀리고 우아한 여주인공 캐릭터의 원조로 군림해 왔다. 뒤를 이어 조정은 윤공주 임혜영 트로이카가 청순가련 여주 계보를 형성했다.

“크리스틴은 정말 오래 했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배역이죠. 크리스틴을 연기함으로써 결혼도 했고요. ‘명성황후’는 뮤지컬 배우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일깨워준 작품이에요. 신기하게도 결혼과 출산하고 나서부터 좋은 작품들을 연이어 만나게 됐어요. 결혼했을 땐 ‘이젠 무대가 끝이구나’란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특히 ‘엄마’라는 타이틀은 슈퍼 파워를 늘 제공해준다. 몸이 부서져라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함이 생겼다. 주부, 배우의 역할을 쪼갤 수밖에 없는데 “작은 부분을 극대화하다 보니 힘이 더 커지는 듯하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2년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출연 이후 '백년손님- 자기야' ‘오 마이 베이비’ 등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오고 있다. 고고한 뮤지컬 배우에서 매사에 서툰 주부의 속살을 공개하며 대중과 한층 가까워졌다.

“과거엔 배우는 무대 외의 노출을 삼가야 한다고 굳게 믿었어요. 출산 직후 ‘위대한 탄생’ 출연 제의가 와서 거절했더니 남편이 ‘우리를 많은 사람이 알게 돼 뮤지컬을 보러 온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뮤지컬을 더 알리는 방법이 아니냐’고 설득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쇼킹했어요. 그래서 출산 100일째에 출연하게 된 거죠.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주안이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행복하고요.”

 

최근 주안이가 처음으로 엄마가 일하는 현장을 보러 왔다가 “좋은데 귀가 아프다”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지? 엄마는 일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더니 “알았어! 그러면 엄마 가서 1등하고 와”라고 천진난만하게 대답해 또 한 번 울컥했다고 고백한다.

“방송을 보신 분들이 주부로서 서투르다고 말씀하시는데 저, 똑 소리 나게 잘해요. 재미나는 장면이 부각되다보니 그래 보이는 거죠. 요리도 잘 한다니까요. 우아하고 새침할 거란 저에 대한 오랜 편견과 비슷한 거죠. 실제 얌전한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후후.”

◆ “인생은 한 번뿐인데 도전해야죠”

최근 몇 년간 김소현의 무대 위 변신은 거침이 없다. 공주과 캐릭터를 훌쩍 뛰어넘어 ‘위키드’의 코믹한 금발마녀 글린다, ‘엘리자벳’의 비운의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벳과 같은 배역에 과감히 몸을 던지고 있다.

“예쁘고 공주 같은 캐릭터는 원 없이 다 해봤잖아요. 열심히 변신하고 있어요. 제 자아를 잃어버릴 만큼.(웃음) 인생은 한 번뿐인데 도전해야죠. 15년 동안 무대에 서오면서 느낀 점은 연습의 중요성이에요. 뮤지컬은 100점이 없는 분야라 마라톤을 하듯 꾸준히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