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23:32 (월)
모자에 적은 주문 그대로, 해커가 쓴 '강타선 해킹의 정석'
상태바
모자에 적은 주문 그대로, 해커가 쓴 '강타선 해킹의 정석'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14 2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일 두산전 8이닝 1실점 완벽투…8월 3승 평균자책점 0.82 초강세

[잠실=스포츠Q 이세영 기자] 무적이었다. 적어도 NC에서만큼은 클레이튼 커쇼나 잭 그레인키 부럽지 않았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애릭 해커가 꾸준한 투구로 강타선 두산을 또 한 번 무너뜨렸다.

특히 이날 해커의 모자에 적힌 글귀가 돋보였는데, 이 다짐대로 경기를 펼쳐 더욱 의미 있었다. 해커의 모자에는 ‘한 번에 한 투구(One pitch at a time)’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1구 1구를 소중히 여기는 해커의 마음가짐이 묻어난 글귀였다.

이 말대로라면 버리는 공이 없어야했다. 투구수를 아끼는 경기 운영이 필요했다. 해커는 자신의 다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날 해커가 5회까지 던진 공은 73구. 7회나 8회까지 갈 수 있는 페이스였다. 8회 위기에 몰렸을 때 21개의 공을 던졌지만 6회와 7회 합쳐 15구밖에 소진하지 않았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해커가 14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 역투하고 있다.

해커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산발 6피안타 4탈삼진 볼넷 없이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3-2로 이겨 깔끔하게 시즌 14승(4패)째를 챙긴 해커는 다승 선두 유희관(두산)과 격차를 1승으로 좁혔다.

이날 해커는 변화구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속구 52개를 던지는 동안 슬라이더 37개, 커브 11개, 포크볼 4개, 커터 5개를 던진 해커는 위에서 절묘하게 떨어지는 공으로 두산 타자들을 속였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두산 타선은 해커의 춤추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잘 맞은 타구가 드물었고 맞아도 내야 땅볼이 되기 일쑤였다.

잘 나가던 해커는 팀이 3-1로 앞선 8회 위기를 맞았다. 2사 1루에서 대타 오재원의 타석 때 포수 김태군이 타격 방해를 한 것. 오재원이 스윙을 할 때 방망이가 미트에 맞고 말았다. 다소 억울하게 한 베이스를 내준 해커는 집중력이 흔들렸다.

다음 타자는 민병헌. 한 방이 있는 타자이기에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예상대로 승부는 치열하게 흘러갔고 민병헌은 해커의 7구를 받아쳤다. 하지만 결과는 우익수 뜬공. 민병헌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고 마지막 위기를 잘 넘긴 해커는 환호했다.

해커의 올 시즌 기록은 뛰어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날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찍은 해커는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행진을 질주했다. 아울러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을 2.74로 낮춘 해커는 8월 3승 평균자책점 0.82의 초강세를 이어갔다. 후반기 성적은 4승 1패 평균자책점 1.54.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노릴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이다.

▲ [잠실=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해커가 14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 역투하는 도중 모자를 벗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경기 후 해커는 “팀이 2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 의미 있었다”며 “어제 팀이 아쉽게 졌기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 타자들이 초반에 점수를 내줬고 김태군의 리드도 좋았다. 수비도 잘 받쳐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문 NC 감독은 “1점차의 어려운 승부였는데, 선수들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며 “어려운 고비를 넘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