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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떠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춘추전국시대 도래…난세의 영웅을 찾아라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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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떠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춘추전국시대 도래…난세의 영웅을 찾아라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16 07: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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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자고로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처한 작금의 상황이 바로 그렇다.

15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는 본격적인 혼돈이 펼쳐졌다. 그 결과는 전반전 종료 직전 공개된 순위에서 무엇보다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MLT-08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은결의 1위, 여기까지는 그래도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만년 하위권인 김구라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들고 나와 2위를 차지했고, 직전 MLT-08에서 5위를 차지한 황재근 디자이너가 불과 방송 2회 만에 3위로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 이은결 1위, 김구라 2위, 황재근 디자이너 3위, 오세득 셰프 4위, 김영만 5위. ‘마리텔’ 방송 사상 이렇게 다이나믹한 순위 변동은 처음이고, 네티즌은 물론 제작진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였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반면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에 이어 ‘마리텔’에 다시 한 번 쿡방 열풍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 오세득 셰프는 4위, 그리고 MLT-07에서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백종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은 MLT-08에서 2위를 차지하고, 이번 방송에서는 꼴찌까지 추락했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라고는 해도 ‘마리텔’ 방송 사상 이렇게 다이나믹한 순위 변동은 처음이고, 네티즌은 물론 제작진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였다.

‘마리텔’이 이처럼 요동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짐작하듯 ‘천상계’의 절대 강자이던 백종원의 공백이 결정적인 이유다. 백종원의 하차 이후 ‘마리텔’은 확실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을 잃었다. 이는 백종원이 하차한 후 진행된 두 차례의 녹화 MLT-08과 MLT-09만 봐도 명백하다. 잠정 하차 이전 백종원의 마지막 방송이었던 MLT-07에서도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화제를 독식하며 ‘백종원 노잼’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지만. 백종원이 빠지자 ‘마리텔’은 중심을 못 잡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백종원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백종원 하나 없다고 프로그램이 위기에 처하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마리텔’의 인기에 백종원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마리텔’이 없었으면 백종원이라는 쿡방계의 슈퍼스타도 없었겠지만, 반대로 백종원이 없었다면 인터넷 생중계 콘텐츠라는 생소한 예능 포맷의 ‘마리텔’도 전혀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한 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MLT-09는 백종원의 뒤를 이어 ‘마리텔’의 기둥이 되어 줄 새로운 출연자를 찾는 시도의 장이었다. 백종원에 뒤지지 않는 인지도와 재미를 보여주는 이은결은 현 시점에서 백종원의 공백을 그나마 가장 안정적으로 채워줄 수 있는 유력 후보다. 첫 등장부터 백종원의 뒤를 잇는 2위 자리를 확고히 했던 이은결은 MLT-08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고, MLT-09에서도 전반 1위를 차지해 백종원 없는 ‘마리텔’의 얼굴이 될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

▲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세 번째 출연 만에 전반전 5위를 차지한 것은 ‘추억 콘텐츠’의 명백한 한계를 보여주는 씁쓸한 결과물이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세 번째 출연 만에 전반전 5위를 차지한 것은 ‘추억 콘텐츠’의 명백한 한계를 보여주는 씁쓸한 결과물이다. 김영만이 MLT-07에 처음 출연해 난공불락의 백종원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우리 사회는 종이접기 아저씨의 귀환에 대해 열광했지만, 그 열기의 유효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다.

‘추억 콘텐츠’의 이런 급속냉각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2014년 연말과 2015년 연초를 무엇보다 뜨겁게 달궜던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의 주역들이 그 이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너무 쉽게 뜨거워진 것은 쉽게 식는 법이다. 앞으로도 ‘추억 콘텐츠’를 내세운 출연자들을 섭외할 경우 ‘마리텔’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패션 디자인과 요리라는 전문 분야를 앞세운 황재근 디자이너와 오세득 셰프도 아직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황재근 디자이너는 화려한 입담과 실력을 내세워 MLT-08 꼴찌에서 MLT-09 전반전 3위라는 반전 드라마를 완성해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은결처럼 고정 출연자에 안착할 수 있겠냐고 하면 솔직히 미지수다. 김영만이 ‘추억 콘텐츠’의 힘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반복되는 비슷한 종이접기에 네티즌들이 금세 채널을 돌린 것처럼, 황재근 디자이너 역시 매번 비슷한 의상리폼이나 패션쇼로는 한계에 봉착할 날이 멀지 않았다.

오세득 셰프의 경우는 황재근 디자이너와는 또 예가 다르다. 오세득 셰프의 쿡방은 같은 요리라고는 해도 재료나 요리법에 따라 결과물이 무궁무진 달라질 수 있기에 장기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는 이미 백종원이 성공적으로 증명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오세득 셰프는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바로 소통이다.

‘마리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티즌들의 발길을 붙잡는 눈에 띄는 콘텐츠지만, 일단 발길을 붙잡은 네티즌들을 계속 방에 눌러 앉히는 비결은 소통이다. 백종원은 본인이 먼저 지칠 정도로 네티즌들과의 소통에 능했고, 이은결 역시 마술사라고 잘난 척 하지 않고 장난기 가득 머금은 태도로 네티즌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이은결만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콘텐츠로는 일시적으로 주목을 받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성공의 여부는 결국 소통에서 판가름난다는 것이다.

▲ 패션 디자인과 요리라는 전문분야를 앞세운 황재근 디자이너와 오세득 셰프도 아직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마리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티즌들의 발길을 붙잡는 눈에 띄는 콘텐츠지만, 일단 발길을 붙잡은 네티즌들을 계속 방에 눌러 앉히는 비결은 소통이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그런 점에서 오세득 셰프는 지나치게 소통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친근미 넘치던 백종원과 다르게 ‘동네 큰 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랍스터(바닷가재)’와 ‘요즘이 제 철인 성게알’ 등 고급재료로 시작부터 위화감을 조성했고, 열심히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소통은 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쿡방만 들고 온다고 모두 시청률이 보장된다면 ‘마리텔’의 다섯 개 채널을 다 쿡방으로 채우는 것이 답일텐데, 그러지 않는 이유가 뭐겠는가?

사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15일 방송에서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준 것은 ‘마리텔’의 고정 출연자인 김구라였다. 김구라는 매주 방송 콘텐츠를 바꾸면서도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방송을 보여줬고, 아이템의 선정부터 소통까지 항상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왔다. 만약 김구라가 좀 더 호감형인 캐릭터였다면 ‘마리텔’은 백종원이 아니라 김구라에 의해 많은 부분이 좌우됐을지도 모른다. 결국 김구라의 꾸준함은 이번 방송에서 전반전 2위라는 성적표로 보답을 받았다.

15일 방송을 통해 ‘마리텔’ 제작진들은 쉽게 풀리지 않는 숙제를 받아 들었다. 그나마 김구라라는 고정 출연자의 기복 없는 방송과 당분간은 고정 출연이 확실시되는 이은결로 두 자리를 채웠다면, 남은 세 자리를 누구의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계속 ‘마리텔’에만 전념할 수 없는 이은결의 위치를 고려해 좋은 콘텐츠를 가졌으면서도 백종원이나 이은결처럼 소통력이 뛰어나고, 김영만처럼 화제를 불러 모을 수도 있는 그런 출연자를 찾아야만 한다.

2015년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마리텔’이 정규편성에 들어간 것을 따지면 벌써 6개월이 지난 셈이다. 6개월이면 보통의 신규 프로그램이 정규편성되어 방송되다 초반에 설정한 포맷이 한계에 봉착하며 서서히 프로그램의 힘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사실 백종원의 하차가 ‘마리텔’의 위기를 좀 더 극명하게 부각시킨 것은 맞지만, 백종원이 있었다고 해도 이 시점에서 ‘마리텔’의 한계봉착은 분명히 찾아왔을 것이다.

인터넷과 TV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들고 나온 ‘마리텔’은 이제 변화를 추구해야할 시점이다. 이미 다른 방송사들도 ‘신서유기’와 ‘18초’ 등 인터넷과 TV가 결합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으며 선구자인 ‘마리텔’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의 ‘마리텔’이 과연 23일 다음TV팟을 통해 진행될 MLT-10 생중계에서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설마 ‘마리텔’이 지금의 난세를 "짠"하고 극복해 줄 영웅이 어디선가 '갑툭튀'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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