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6 (금)
유선 "황석정 든든한 동기...황정민 오빠 롤모델" [인터뷰]
상태바
유선 "황석정 든든한 동기...황정민 오빠 롤모델"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21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육체적으론 힘드나 마음은 훨씬 풍요로워졌어요.”

결혼과 출산 이후 3년 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유선(39)의 선택은 ‘공포’였다. 영화 ‘4인용 식탁’ ‘가발’ ‘검은 집’ ‘이끼’ 등 공포와 스릴러물에서 서늘함을 안겨줬던 그녀가 20일 개봉한 공포영화 ‘퇴마: 무녀굴’(감독 김휘)에서 더욱 깊어진 분위기를 가동한다.

신진오 작가의 인기 공포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 진명(김성균)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를 치료하던 중 그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선은 미술관 관장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금주 역을 맡아 사건을 이끌어 나간다.

 

◆ 두 번째 공포영화 ‘퇴마: 무녀굴’에서 악령에 빙의된 모성 연기

“본격적인 공포영화로는 ‘가발’ 이후 두 번째예요. 그렇다고 익숙하진 않아요. 당시엔 별다른 CG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졌다면, 이번엔 CG가 대거 사용됐기에 대상이 없는데 마치 있는 듯 혼자서 연기해야 하느라 낯설었죠. 고독한 작업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대상, 자신과의 싸움이었으니까.”

‘검은집’에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던 유선은 이번엔 악귀에 빙의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두렵고 섬뜩했다. 무엇보다 딸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영화의 정서가 혹시라도 여파를 끼칠까봐 신경이 곤두섰다. 일상에서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상상만 해도 섬뜩한데 그런 존재가 있음을 인지하는 정서를 유지해야 하니 두렵더라고요. 배역과 일상의 구분을 지혜롭게 해야 하지만 영향은 받을 수 있으니까. 최대한 일상에서 차단하려고 시나리오는 낮 시간에 보고, 대사 연습은 집 밖에서 했어요. 간혹 집에서 시나리오를 보다가도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즉시 덮어버렸죠.”

최면에 빠져들고, 악령에 빙의돼 시시각각 변하는 금주 연기는 만만치 않았다. 눈을 희번덕거리고 몸을 뒤틀며 소리를 질러댄다고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운 접근이었어요. 믿고 몰입하지 않으면 연기가 흔들리게 되니까 상황을 그리면서 딸에 대한 감정을 가져가는 게 숙제였죠. 금주의 가장 큰 목적은 딸을 지켜내는 거잖아요. 모성본능이 공감돼야 하므로 감정연기가 관건이었어요. 그런데 나도 누군가의 딸이고,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쉽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죠.”

 

대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독에게 “현장은 유쾌하게 환기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공연한 김성균 차예련 김혜성 등 배우들이 너무 인간적이라 큰 도움이 됐다. 카톡 단체창을 만들어 응원글을 나누고, 다 함께 몰려다니며 신명나게 촬영했다. 캐릭터로 인해 가라앉거나 후유증을 겪을 필요 없이 현장에서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 리더 역할을 하게 됐어요. 동생들이 너무 착해서 선배 대우를 해준 거죠.(웃음) 분장이나 촬영 콜을 제일 늦게 받게 해주고...이런 대우는 처음이었어요. 이제까지 촬영 현장에는 주로 오빠들이 바글댔거든요. 박해일씨(영화 ‘이끼’) 정도가 동갑이었고. 아무튼 동생들의 마음이 너무 예뻤어요.”

이런 호흡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출연한 MBC 예능프로 '라디오스타'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화제몰이를 제대로 했고, 이 여파로 유선은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도 출연한다.

◆ 한예종 동기 황석정 인기 뿌듯...극단 학전 선배 황정민은 롤모델

요즘 대세로 부상한 여배우 황석정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기(2기)다. 1기로는 오만석 이선균 장동건 문정희 등이 있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연극무대에 서다가 한예종에 입학한 황석정과 다섯 살 차는 있지만 4년 동안 같이 수업을 받으며 동고동락했다.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

“특히 요즘 후배들을 보면 너무들 잘해서 자랑스러워요.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얻고요. 일찌감치 자기 위치를 찾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론 부러워요. ‘차이나타운’에서 (김)고은이가 당차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신선한 마스크에 연기를 너무 잘해서 다음 행보가 기대돼요. ‘경성학교’의 박소담도 매력적이었고요.”

 

이렇듯 한예종 출신들이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유선은 기본에 충실한 수업과정을 꼽았다.

“연기의 기본인 호흡과 발성부터 출발해서 독백, 신(Scene), 공연으로 단계별 수업이 진행돼요. 학생들이 하드 트레이닝을 받기에 이를 이겨냈다는 자부심이 절로 생겨나죠. 그래서 모교에 대한 자긍심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연이어 천만 질주를 벌이고 있는 배우 황정민은 롤 모델이다. 황정민과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당시 극단 학전 선후배 사이로 영화 ‘검은집’에서 공연했으며, 유선의 결혼식 축가도 맡아줬을 정도로 각별하다. 유선은 올해 개봉 예정인 ‘히말라야’에서 엄홍길 대장 역 황정민의 아내로 특별 출연한다.

“오빠가 같이 하면 좋겠다고 연락을 해와서 망설임 없이 출연했죠. 너무 짧아서 아쉬었으나 오빠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니 너무 멋있더라고요. 마치 작품을 짋어지 듯 소품부터 아역배우 연기, 라면의 면발 상태까지 모든 걸 다 챙겨요. 면발이 좋아야 맛있게 먹는 연기가 나온다며. 그만큼 섬세하고 책임감이 강하기에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제 롤 모델이에요. 후배들에게 저런 선배가 됐으면 하죠.”

◆ “일상에선 안정주의자...연기에서만큼은 도전정신 충만”

승부근성이 있는 배우들이 그렇듯 유선 역시 무난한 캐릭터보다 극한의 인물들을 주로 맡아왔다.

“편안하고 평범한 캐릭터보다 ‘와~ 이걸 어떻게 하지?’ ‘할 수 있을까’란 캐릭터에 끌려요. ‘검은집’ 때도 ‘이걸 어떤 여배우가 할까? 그럼 내가 해보자’였어요. 파격적인 캐릭터니까 내가 이 시장을 열어 제치자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일상에선 안정주의자인데 연기에서만큼은 도전정신이 충만해져요.”

 

유선은 중국 진출 영화 ‘시칠리아 햇빛아래’ 촬영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와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넘나들며 감동적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멜로영화다. 유선은 동생(이준기)과 함께 시칠리아에서 살아온 꿋꿋한 여인 수진을 연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시칠리아에서 3주, 상하이에서 2박3일간 촬영을 진행했다. ‘시칠리아 햇빛아래’는 오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아직도 많아요. 절권도를 배워서인지 액션연기에 대한 쾌감이 있어요. 남자들을 제압하는 여전사의 쾌감? 후후. 그래도 집에 가면 애교 있는 아내이자 상냥한 엄마예요. 이번에 호러를 했으니 다음엔 멜로나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여자로서 인생의 변곡점을 지난 뒤 만난 유선은 품이 훨씬 넉넉해졌다. 엄마 역을 기피하는 젊은 여배우들에게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모성애 표출을 다양하게 해낼 수 있는데다 오히려 감정의 폭과 시야가 넓어진다”고 조언했다. “큰 차이 없으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왕성한 활동 예감이 절로 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