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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 '오늘영화' 윤성호 감독, 기획·연출 양수겸장의 꿈…할 수 있는 자가 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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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1) '오늘영화' 윤성호 감독, 기획·연출 양수겸장의 꿈…할 수 있는 자가 구하리라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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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상업영화의 만연 속에서도 '독립영화'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자신의 길을 지키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인들이 있다. 스포츠Q는 '영화본색'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리고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색(色)을 보여주려는 독립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원호성 기자] 윤성호 감독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이름만으로도 어지간한 배우들보다 더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스타 감독이다. 단편영화 시절부터 지리한 일상을 비트는 재기발랄함을 과시해온 윤성호 감독은 2007년 첫 장편영화 ‘은하해방전선’으로 영화인들이 직접 선정하는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올해의 독립영화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은하해방전선’ 이후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윤성호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선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윤성호 감독의 영화라는 이름으로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영화도 어느새 2011년 6월 개봉한 상영시간 60분의 중편영화 ‘도약선생’이 마지막이었다.

‘은하해방전선’ 이후 새로운 장편영화가 없었다고 해서, ‘도약선생’ 이후 4년 동안 그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극장 개봉작이 없었다고 해서 윤성호 감독이 그 동안 영화계를 떠나 다른 일을 했던 것은 아니다. 윤성호 감독은 그 시간 동안 비록 그가 연출을 맡아 극장에 개봉시킨 영화가 없었을 뿐, 다양한 영상 창작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다.

◆ 윤성호 감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 촬영소스를 확인중인 윤성호 감독 [사진 = 인디플러그 제공]

지난 시간 동안 윤성호 감독이 어떻게 지내왔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할 작품이 있다. 그것은 바로 2010년 윤성호 감독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인터넷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이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전까지의 윤성호 감독이 그저 독립영화 감독으로만 알려져 있었다면, 이 작품을 계기로 윤성호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에서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할 때만 해도 아직 독립영화 연출의 이미지가 강했죠. 아니 이미지만이 아니라 당시 저는 실제로도 독립영화 연출자였고요.”

5분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 10개로 구성된 인터넷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웹드라마’의 원조로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전에도 TV나 스크린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공개된 영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라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정해진 규격이 없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특성을 활용해 5분 분량의 짧은 에피소드들을 선보이면서도 전체 에피소드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로 진행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최근 유행하는 ‘웹드라마’의 원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가 윤성호 감독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을 계기로 윤성호 감독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웹드라마로 시작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2012년 케이블TV MBC 에브리원을 통해 방송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영화 포맷에 맞춰 재편집해 스크린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시작한 영상 콘텐츠가 TV로, 그리고 스크린으로 연결된 것이다.

“사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그 당시 정식개봉을 하지는 않았어요. 포털사이트에 정보가 영화로 나오는 이유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기존 영상을 재편집해 극장용으로 만들어서인데, 당시에 개봉을 하려고 했으면 할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인터넷으로 다 공개가 된 내용이기에 굳이 개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었죠. 지금은 어차피 부산영화제용으로 만든 것도 있었으니 그 때 개봉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해요. 관객이 몇 명이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를 가지고 두 개의 윈도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는 기회였거든요.”

◆ 4년 만의 개봉작 ‘오늘영화’로 돌아온 윤성호 감독, 그리고 감지된 그의 변화

▲ 옴니버스 영화 '오늘영화' 중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백역사' [사진 = 인디플러그 제공]

20일 개봉한 ‘오늘영화’는 윤성호 감독에게는 ‘도약선생’ 이후 4년만의 정식 극장개봉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도 온전히 윤성호 감독만의 영화는 아니다. ‘오늘영화’는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단편 ‘백역사’를 비롯해,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 등 세 편의 단편을 묶어낸 옴니버스 영화이고,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오늘영화’ 자체는 극장개봉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기획된 프로젝트였으니 말이다.

‘오늘영화’에서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단편 ‘백역사’는 20분이라는 짧은 분량에 남녀 주인공 두 명이 등장하는 소소한 연애기이다. 이야기 역시 간단하다.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박종환 분)는 숙취로 주말 잔업을 조퇴하고, 간밤에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정연주 분)를 찾아가 약속대로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차이나타운의 만두집에서 일하고 있던 여자는 남자와의 만남을 딱히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무료한 주말을 보내기 싫어 남자를 따라 나선다.

흔히 이야기하는 젊은 시절의 치기 어린 부끄러움을 ‘흑역사’라고 한다면, 윤성호 감독의 이 영화는 그 반대의미인 ‘백역사’다.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나 대낮에 처음 얼굴을 본 이들 남녀는 서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결국 극장 안에서 ‘사랑의 증거’를 요구하며 뜨거운 키스로 청춘의 한 페이지에 사랑을 그려낸다.

그리고 ‘백역사’에는 여전히 깨알 같은 윤성호 감독의 장난기와 함께, 미묘한 윤성호 감독의 변화도 감지된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의 영어 버전이라 할 수 있는 ‘Every dog has his day’를 영화의 영어 제목으로 붙이는 센스나 자전거를 타고 조퇴하는 남자의 뒤를 노숙자가 아무 이유 없이 무작정 따라 달리는 모습이 윤성호 감독이 즐겨 쓰는 특유의 장난기라면, 톡톡 튀는 캐릭터나 대사, 자막을 이용하지 않고 담백하게 인물과 풍경만 담아낸 텅 빈 화면과 남자가 돈을 빌리러 가는 야구 연습장 장면의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편집 리듬은 분명 윤성호 감독의 예전 영화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영화가 미니멀한 이유는 솔직히 예산이 적어서죠. 돈이 없었다는 그런 자조적인 표현이 아니라 저예산 프로젝트라는 의미예요. 이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라는 우리나라 독립영화계에서 중요한 영화제의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잖아요. 그렇다면 돈을 적게 준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주어진 예산 내에서 견적을 성실하게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였고, 어차피 다른 감독님 영화들이 캐릭터도 많고 재미도 있으니 저는 심플하고 미니멀하면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영화를 한 번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죠.”

“최근 2년 동안은 영화보다 ‘썸남썸녀’ 처럼 웹드라마 같은 다양한 영상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러다보니 작업할 때 자막이나 효과, CG, 보이스오버 내레이션, 네티즌들이 좋아할 드립 등을 많이 쓰게 됐죠. 물론 저도 그런 자잘한 효과들을 주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렇게 데코레이션이 잔뜩 들어간 음식들만 계속 만들다 보면 진짜 단순한데 맛있는 일품(一品)요리가 그리워지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백역사’는 제 예전 영화들처럼 무언가를 채우려는 것보다 비우는 것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내레이션도 CG도 효과음도 자막도 다 빼고 그냥 배우와 컷만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비록 지금은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에 더 주력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윤성호 감독의 본업은 바로 ‘영화감독’이다. 지금의 그는 영화감독만이 아니라 좀 더 넓고 다양한 세계에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윤성호라는 작가의 기초는 언제나 영화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 뿌리는 항상 윤성호 감독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관객들은 이런 윤성호 감독의 뿌리를 알고 있기에, 잦은 외도에도 윤성호 감독이 언제든 ‘백역사’처럼 흐뭇한 웃음을 이끌어줄 영화를 다시 만들 것이라 확신하며 그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윤성호에게 영화가 무엇이냐고 하면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무브먼트(movement)가 아닌 엑서사이즈(exercise)나 트레이닝(training)의 의미랄까요? 사람이 운동을 안 해도 사실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은 없지만, 몸이 건강하기는 힘들잖아요. 저도 영화를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얻고 그런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영화를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통해 제 삶의 호흡을 좀 더 가쁘게 하고 감각을 깨우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사실 운동을 하는 목적이 내 몸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건강하려고 하는 것이잖아요. 저에게도 영화가 그래요. 영화를 통해 저는 제 인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가거든요.”

◆ 웹드라마의 선구자 윤성호 감독, 그가 바라보는 웹드라마의 미래

▲ 윤성호 감독 [사진 = 인디플러그 제공]

지금은 바야흐로 웹드라마의 전성시대다.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최소 30분 정도의 방송분량을 채워야만 하고, 장르 역시 TV를 중심으로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야만 하는 공중파나 케이블과는 다르게 웹드라마에는 특정한 제약이나 규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사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시도해볼 수 있다.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웹드라마는 완결된 이야기 구조가 없이 오직 콘텐츠나 스타 하나만으로도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방송사에 매이지 않으니 소비대상 역시 한국의 시청자만이 아니라 가까이는 일본, 중국부터 멀리는 유럽, 남미까지도 인터넷을 타고 전파될 수 있다는 위력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이미 5년 전에 웹드라마의 선구자가 되어버렸던 윤성호 감독은 현재의 웹드라마 열풍을 어떻게 생각할까?

“제가 볼 때 웹드라마의 열풍은 당분간 더 심화되고 가속화될 것 같아요. 지금은 매체의 틀이 바뀌었거든요. TV가 보급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모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거든요. 그런데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극장에 가는 대신 TV에서 박근형, 최불암과 같은 배우들을 보게 되는 거죠. 미디어나 매체가 바뀌면 결국 그에 걸맞는 콘텐츠가 나오게 되어 있어요. 지금은 TV에서 인터넷, 모바일로 바뀌는 시대이고 그렇기에 점점 더 다양한 웹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결국 지금 범람하는 웹드라마도 언젠가는 정리되고 크게 두 가지로 재편이 될 거예요. 먼저 ‘우리 옆집에 엑소(EXO)가 산다’처럼 연기력 검증은 안 됐지만 인기가 있는 아이돌들을 활용해 만드는 강력한 기획이에요. 이런 기획은 성공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웹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짧으면서도 소담한 이야기들이죠. 짧다고 해서 무조건 스피디한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TV가 요구하는 서사의 호흡을 억지로 따르지 않고 짧은 호흡으로도 공감가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 제 작품이라면 ‘출출한 여자’ 같은 것이 두 번째의 예가 되겠죠. 그리고 이 둘의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웹드라마들은 결국 사라지게 될 거예요. 지금이야 웹드라마가 미지의 대륙이니 너도 나도 뛰어들어보지만, 결국에는 애매한 작품들은 걸러지고 나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합당한 형식을 갖춘 작품들만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죠.”

윤성호 감독이 이야기하는 웹드라마의 미래는 결국 기존 영화계의 시장구조 재편이나 케이블TV가 생겨나며 방송계가 재편된 것과 비슷한 결말이다. 영화시장도 결국 다양한 영화를 목놓아 외치지만 결국 막대한 제작비나 스타가 투입된 매끈한 기획 상업영화가 시장을 지배하고 그 반대편에 개성과 작품성을 앞세운 작가주의 영화로 시장이 양극화됐고, TV 역시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에는 기존 TV에서 이미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았던 포맷들이 케이블TV에서도 다시 환영받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영화를 보면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애매한 영화는 사라지고 대작 아니면 개성있는 작가주의 영화만 살아남게 돼요. 웹드라마도 결국 이와 비슷하게 흘러갈 겁니다. 반면 모바일 콘텐츠는 조금 달라요. 지금도 유튜브(YouTube)나 페이스북에 간단한 퍼포먼스를 셀카처럼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그들은 내러티브가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하는 것이죠.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그런 연장선에서 나온 작품이고. 결국 모바일 콘텐츠는 그렇게 캐릭터 중심으로 특화될 거예요. 그리고 이제 거기에 다시 알게 모르게 내러티브가 결합되는 거죠. 예를 들어 한 유튜버가 매주 개별적인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데, 그걸 계속 지켜보다 보면 그가 결국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이 드라마처럼 펼쳐지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 윤성호 감독의 꿈 “영화와 시트콤, 온라인과 오프라인? 이제는 기획과 영화연출의 양수겸장”

▲ 윤성호 감독 [사진 =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제공]

윤성호 감독은 2010년 인터넷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후 극장 스크린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확인하기는 힘들었지만, 대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객 혹은 시청자들과 만남을 가져왔다. 윤성호 감독은 ‘썸남썸녀’, ‘출중한 여자’ 등 웹드라마를 직접 연출하는 것은 물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케이블TV 진출에 성공해 2012년 MBC 에브리원에서 시트콤 드라마로 제작되어 시청자들과 만나게 됐고, 세계 최초 웹툰 토크쇼인 ‘웹툰 토크쇼 툰드라’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KBS 예능국에서 만든 첫 드라마 ‘프로듀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잘 안 알려진 사실이지만 여러 드라마의 기획안을 만들기도 했다.

“저를 보고 독립영화 감독인데 상업적인 작품을 한다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독립영화를 해봤으니 상업적인 작품도 해봐야겠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상업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독립영화와 같이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만 내가 상업적인 작품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 때 도전하고 싶었죠. MBC 에브리원에서 방송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도 당연히 상업적인 시도를 염두에 두고 들어간 작품인데, 당시에는 아직 제가 상업적인 기술이나 스킬이 다소 아쉬웠던 것이고요. 저는 새롭고 검증되지 않은 도전과 조금 검증됐지만 그만큼 쉽게 따라하기 힘든 대중적인 것 모두를 언제나 같이 하고 싶었어요.”

윤성호 감독은 얼핏 보면 세상 물정 하나 모를 것 같은 순진하고 밝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많은 욕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 욕심은 내가 영화를 해서 명성을 얻고야 말겠다는 그런 물질적인 욕심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그가 물질적인 욕심을 우선시했다면 웹드라마처럼 멀리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은하해방전선’으로 주목받은 직후에 진작 상업영화에 바로 도전장을 내밀었을 것이다.

“옛날에는 두 가지를 같이 한다고 하면 영화와 시트콤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랬다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하고 난 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같이 하고 싶다는 것으로 말이 변했죠. 생각해보면 영화나 시트콤이나 둘 다 오프라인이거든요. 영화와 시트콤만이 아니라 모바일이나 인터넷에 특화된 콘텐츠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썸남썸녀’ 같은 작품도 하게 된 것이고. 그런데 지금은 또 달라요. 모바일이나 인터넷은 결국 저 같은 사람들이 계속 트렌드를 쫓아갈 수가 없어요. 이 시장은 10대와 20대가 시장을 주도하는데 2016년의 10대와 2018년의 10대는 벌써 다른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저같은 사람이 아무리 빠르게 트렌드나 플랫폼을 쫓아도 결국은 시대에 뒤쳐질 수밖에 없어요.”

“사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후에 인터넷이나 모바일보다 드라마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았어요. ‘프로듀사’가 공식적인 첫 작업이긴 하지만, 그 이전에도 드라마 기획안을 많이 써줬죠. 시장에서도 뭔가 새로운 것은 필요한데 마침 윤성호라는 사람이 시장에서의 검증은 안 됐지만 영화 등 매체경험도 풍부하고 시트콤 같은 자잘한 재미도 잘 만들어내고 게다가 몸값도 싸니까 하하. ‘출출한 여자’나 ‘썸남썸녀’가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윤성호에게 이런 것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제가 연출한 결과물이라면, 드라마에서는 연출이나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통할 것 같다는 기획을 주로 했죠.”

윤성호의 공식적인 TV 첫 드라마인 ‘프로듀사’는 윤성호 감독 개인에게는 그리 좋은 결과로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로듀사’의 경험이 그저 윤성호 감독에게 시간낭비였던 것만은 아니다. 윤성호 감독은 ‘프로듀사’를 통해 자신이 그동안 생각해온 기획자 혹은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해볼 수 있었다.

“지금은 뭘 하고 싶냐하면 먼저 프로듀서예요. 아니 프로듀서라기보다는 크리에이터가 더 어울릴까요? 저는 드라마에서 이런 아이템들을 이런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어떠냐는 컨설팅을 많이 해주다보니, 이제 개인으로 혼자 긴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연출은 내가 직접 배우에게 감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내 안에서 나온,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들만 연출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보기 좋아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것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잘 할 자신은 없어도 내가 보기 좋아하는 것들은 기획 혹은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다는 것이죠.”

■ '오늘영화' 윤성호 감독은?

윤성호 감독은 단편 '졸업영화'로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을 수상한 뒤, 2007년 첫 장편 '은하해방전선'을 연출해 영화인들이 선정하는 디렉터스 컷 시상식에서 올해의 독립영화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윤성호 감독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썸남썸녀', '출출한 여자' 등 다양한 웹드라마와 아리랑TV의 의뢰로 만든 중편영화 '도약선생'을 연출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2012년 MBC 에브리원을 통해 시트콤 드라마로 정식 방송되기도 했다. '오늘영화'는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진행된 옴니버스 단편 프로젝트로, 윤성호 감독은 이 중 첫 번째 단편 '백역사'의 연출을 맡았다.

[취재후기] 윤성호 감독과의 인터뷰는 그가 얼마나 열정이 넘치는 사람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윤성호 감독은 영화로 그의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영화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고 방대한 세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차분하고 소박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결코 차분하고 소박하지 않은 그의 꿈이 이뤄지는 그 날을 학수고대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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