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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2) '오늘영화' 구교환 이옥섭 감독,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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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2) '오늘영화' 구교환 이옥섭 감독,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9.1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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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상업영화의 만연 속에서도 '독립영화'라는 이름 아래 묵묵히 자신의 길을 지키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인들이 있다. 스포츠Q는 '영화본색'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리고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색(色)을 보여주려는 독립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스포츠Q 글 오소영 기자·사진 이상민 기자] 8월 개봉한 영화 '오늘영화'는 각기 다른 세 단편이 묶인 옴니버스 영화다.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 감독 등이 참여했다.

구교환, 이옥섭 감독은 '오늘영화'의 '연애다큐'를 공동연출했다. '연애다큐'는 연인인 교환(구교환 분)과 하나(임성미 분)가 자신들의 연애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영화제에 출품하려는 과정을 담은 '셀프 카메라'식 영화다. 구교환, 이옥섭 감독은 지난해 출품한 '4학년 보경이'로 공동작업을 시작해 '연애다큐'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까지 작업을 이어왔다. '연애다큐'의 공동연출에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이 이유가 됐다.

▲ 옴니버스 영화 '오늘영화'의 '연애다큐'를 공동연출한 구교환(좌), 이옥섭(우) 감독. 극중에서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두 사람은 인터뷰 장소에 오던 중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다. "인터뷰에 신선한 소스를 내놓기 위한 운명적인 사고였을까요."(구교환)

▲ 구교환 부끄럽지만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작년에 처음 가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다큐만이 가진 성격에도 매력을 느꼈다. 스포츠 경기에선 종료 1분을 남기고 역전골을 넣는다면 감동적이겠지만, 극영화라면 너무 가짜인 게 되는 거니까. 페이크다큐로 리얼리즘과 재미를 구현해보고 싶었다. 이옥섭 감독은 평소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찍었던 사람이라 함께 하게 됐다. 

◆ 페이크 다큐 '연애다큐'의 시작…"순간은 지나도 영화는 남는다"

'연애다큐'엔 "사랑하는 사람이 날 기록해줬으면 좋겠다"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 구교환, 이옥섭 감독에게 영화란 소중한 순간을 담는 작업이기도 하다. '연애다큐'의 하나는 구교환 감독의 옷(토레스 레플리카)을 입고 등장하고, 교환 아버지의 회갑연 장면에는 구 감독의 가족이 출연했다. 축구선수 페르난도 토레스에 대한 기록은 구교환 감독의 전작 '거북이들'(2011)에도 등장한다. 

▲ 구교환 사물에 애정이 있는 편이라 영화에도 실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은근한 사인을 남겨 놓는다. 영화의 정서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굳이 밀어넣는 건데, 이런 순간을 남겨두는 게 좋은 것 같다. 토레스 팬으로 출연하고 나니 토레스는 이적했고,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를 찍고 나니 DVD 아닌 파일을 주고받는 시대가 됐더라.

▲ 이옥섭 순간은 지나도 우리가 찍은 영화는 남으니까. 2007년도에 찍은 영화에는 우리 외할머니가 출연했다. 연기를 너무 못하셨는데도 그 촬영이 좋았던 건 이를 나중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움직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담긴 거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다. '연애다큐'의 구교환 감독의 가족들은 식사 장면이 영화 촬영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조명, 카메라가 있으니까. 그런데 신기한 게, 그 모습이 또 연기는 아니었다. 

▲ '연애다큐' 교환(구교환 분)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 '엄마가 보는 영화'에서 '엄마 친구도 보는 영화'로 

구교환 감독의 코미디와 이옥섭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만나, 두 사람이 공동연출한 '연애다큐'는 항상 달콤하지만은 않은 연애의 면을 조명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내려야만 하는 아찔한 상황도 마주하고, 눈물 없이도 아릿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작업하며 많이 싸웠다"지만 결국엔 각각의 강점을 살리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서울예술대학 선후배 관계이기도 한 두 감독은 실제 연인 사이다. 

▲ 이옥섭 서로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었다.(웃음) 선배님은 미술을 중요시하고 투자하는데, 내가 보기엔 어차피 장면에 쓰지 못할 거라 반대하는 식이다. 같은 주제를 갖고 모였지만 구현 방식이 달랐다.

▲ 구교환 다른 사람에게 만든 영화를 보여주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인데, 내가 그나마 '연애다큐'에서 등에 땀이 덜 나는 부분은 아버지의 회갑장면부터 엔딩까지다. 이 부분에서 다큐를 찍었던 이옥섭 감독의 강점이 발휘됐다. 환경을 만들어두고 배우(임성미)에게 이제 뭘 할거냐고 묻는 거다. 그런 식으로 실제의 것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풍경이 연출됐다. 

 

'오늘영화'는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첫 개봉작으로, 주말 객석은 꽉 찼을 정도다. 그동안 영화제 출품은 했었으나 정식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펼치는 자신들의 현재를 가리켜 "감독지망생"이자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평했다. 

▲ 구교환 영화제 관객들은 뭔가 호의적이고 응원하는 느낌이었는데 개봉 관객들은 달랐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앞에 섰는데, 너무 차가웠다. '영화와 현실의 차이점을 아카데믹하게 얘기해봐' 그런 요구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웃음) 지금 만드는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개그 호흡이 주가 되고, 재밌게 술 한 잔 하는 느낌인데, 상업영화에는 확실히 책임감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만드는 영화는 가족, 친구들이 봐 주는 건데 상업영화는 엄마의 친구도 보는 영화가 돼야 한다는 거다. '오늘영화'를 보고서 어머니께선 "잘한 거지?" 물어보셨는데, 이런 말씀 대신 "좋더라" "재밌더라"와 같은 평을 받아야 하는 것 같다. 

▲ 이옥섭 대중의 취향이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난 내가 대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앞으로 점점 알게 되겠지.

▲ 구교환 내가 재밌는 걸 남들도 재밌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단 걸 또 깨달았다. 이런 면에서 이옥섭 감독님은 지금까지의 톤으로 판단하기엔 아까운 사람이다.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살리면서도 톡톡 튀는 로맨스도 있다. 나중엔 대단하게 돼 있지 않을까. 나중에, 한 10년, 20년, 40년 뒤에….

▲ 이옥섭 나중에, 한 40년, 50년 후쯤이면 그때 내 나이가…. 그리고 감독님이라고 하지 마라. 그냥 이옥섭씨라고 해라.(웃음)

▲ 구교환 감독은 리버풀 시절 토레스의 팬이다. 

◆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 "모든 선택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작품을 쌓아가며 점차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팬들도 제법 생겼다. ''오늘영화'에 참여한 강경태, 윤성호 감독은 구교환, 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에 대해 "상업영화 프로듀서들이 연락할 것 같다" "컷 분할이 상업영화보다도 대중적이다"(<씨네21>)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상업영화' 참여에 대한 가능성을 물어봤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으나 연락은 지속적으로 온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연애다큐' 작업 전에도 상업영화 쪽에서 공동작업 제의가 왔지만 사양했다. 이유는 '눈앞의 현재에 집중한다'는 이들의 가치관 때문이었다. 

▲ 구교환 다른 영화작업 제의가 왔는데 '연애다큐'를 하기로 했던 상황이었다. 물론 그쪽의 조건이 더 풍요로운데, '독립 단편영화를 해야 해서 못 하겠다'고 했으니…. 하지만 우리에겐 더 의미있는 선택이었다. 내가 한 일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고 생각하는데, 눈앞의 것에 집중하고 나중에 내 데뷔작으로 '연애다큐'가 실리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고 의도를 갖고 하는 일보다, 기대 없이 하는 일이 잘 되는 경우가 있더라. 우연성이 행운으로 터진 듯 보이지만, 이 우연도 일을 계속 하니 터지는 거다. 한 번에 되는 일은 없으니까. 이 기록이 쌓이면 결과적으로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서 옷장에 넣어둔 옷이 어느날 새 옷과 맞춰지며 잘 어울리게 되는 것처럼.

▲ 인터뷰 중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감독은 계속해 '디스'를 펼쳤다.

"순간에 집중한다"는 구교환, 이옥섭 감독은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가장 가까운 시기의 일을 언급했다.

▲ 구교환 상업영화나 장편영화에 대한 꿈은 당연하고…. 또다른 목표로는 연극을 해 보고 싶다. 연출을 하면서 한 신 정도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는.(웃음) 연극 '하녀들' 같은 작품 있잖나. 영화도 축제가 될 수 있고, 분명 보람있고 유쾌하지만 '놀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연극 연습은 다함께 족구도 하고 즐겁게 작업하는 놀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희곡을 바꿔 소동극을 내놓고 싶다.

▲ 이옥섭 시나리오를 우연에 기대서 쓰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주제가 없단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뭘 얘기하고 싶은지 말하고 싶다. 좀 성급한 편인데, 이 성급함도 없애고 행복하고 싶다.

두 사람은 재밌게 본 영화로 우디 앨런의 '마이티 아프로디테'를 꼽았다. '마이티 아프로디테'는 권태기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입양을 반대했던 남자는 입양아의 외모를 보고 그의 어머니에 호기심을 느껴 찾아간다.

우디 앨런의 영화는 예측불가한 전개와 독특한 발상, 웃음 뒤 페이소스가 공존한다. '마이티 아프로디테'를 보며 시계를 보지 않을 정도로 빠져들었다는 두 사람이니, 이들이 앞으로 하고픈 얘기에 대해 묻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취재후기] '오늘영화'는 지난 7일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인터뷰 독자에 하고 싶은 말로 관람을 부탁했다.

"사실 이용료 만원은 내게도 센 금액인데, 옴니버스 세 작품의 주제를 관통해 보신다면 그 가격이 아깝지 않으실 거다. 부담이 되신다면 한 분당 천원씩 마련하셔서 열 분이 함께 봐 주셔도 좋다.(웃음)"

■ '오늘영화' 구교환, 이옥섭 감독은?

▲ 구교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gookyo8)

연출 '오늘영화'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 '웰컴 투 마이 홈'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2014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

주연 '오늘영화' '4학년 보경이' '웰컴 투 마이 홈'

▲ 이옥섭

연출 '4학년 보경이' (2014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라즈 온 에어'

주연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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