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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유아인, 청춘 아이콘의 외침 "난 아직 목마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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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유아인, 청춘 아이콘의 외침 "난 아직 목마르다"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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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할리우드에 반항하는 청춘의 상징 제임스 딘이 불멸하고 있다면, 충무로엔 아픈 청춘의 아이콘 유아인이 현재 진행형이다.

유아인이 배우 인생의 화양연화를 맞았다. 지난해 드라마 ‘밀회’부터 시작해 천만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에 이어 오는 9월16일 개봉하는 ‘사도’(감독 이준익)로 20대의 끝자락과 30대의 첫 자락을 강렬하게 닫고 여는 중이다. 위험한 사랑에 탐닉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안하무인의 소시오패스 재벌3세, 아버지의 외면으로 광기에 빠져드는 세자...결핍 가득한 20대 청춘의 세 얼굴을 숨가쁘게 보여주고 있는 아이콘과 랑데부했다.

 

◆ ‘완득이’ ‘깡철이’ 그리고 ‘사도’

해외 이주노동자 엄마의 부재와 지체장애인 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고교생 ‘완득이’나 아픈 엄마를 위해 위험한 선택을 받아들이는 부산 사나이 ‘깡철이’,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는 비운의 세자 ‘사도’에 이르기까지 극중 이름을 내건 3편의 영화는 모두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헌사다. 세 영화 속 유아인의 연기는 늘 온도가 높다. 감정의 부피는 측정하기 버거울 정도로 크다.

“‘깡철이’가 엄마를 위한 영화였다면, ‘사도’는 아버지 코드의 영화예요. ‘완득이’는 부모님 모두를 포괄하고요. 청년들은 유년기의 상처, 결핍을 극복하려는 욕망이 강한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아버지에게 더 따뜻했으면, 더 완벽했으면, 기대하면서 끊임없이 갈등했고요. 사도 역시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버지의 손실, 눈길, 위로를 원했겠죠. 제가 워낙 반항아라 아버진 실망하셨을 거예요. 학창시절에 어머니는 저 때문에 학교에 수시로 불려 다니시기까지 했고요. 그러다가 17세에 배우를 하겠다고 일찌감치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고...우리 집도 그런 평범한 가정 중 하나였어요. 그런 감정이 영화에 묻어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은 아버지를 향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아버지란 틀에 넣지 않은 채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게 됐고, 아버지 역시 저를 한 인간으로서 바라봐주시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부모님이 ‘배우 유아인’에 대해 너무 기뻐하세요. ‘베테랑’이 잘 되고나서 정말 무뚝뚝하신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라고 문자를 보내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럴 분이 아닌데. 한 번은 엄마에게 ‘내가 아무 것도 아니고, 나락으로 떨어져도 사랑한다는 거지?’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확인받고 싶어할 때가 있잖아요.”

 

◆ 김윤석 황정민 송강호 그리고 김희애

김윤석(완득이), 황정민(베테랑), 송강호(사도) 그리고 여배우 김희애(밀회)와 잇따라 공연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0대 연기자들이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살려주는 데 있어 고수들이다. 젊은 연기자로선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이들과 마주했을 때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유아인은 움츠러들거나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스파크를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두 세대가 직조하는 팽팽한 긴장과 꽉 짜인 호흡은 관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사도’ 언론시사가 끝나고 나서 가장 기분 좋았던 평가는 ‘송강호 배우와의 호흡이 좋았다’는 거였어요. 앙상블이 좋다는 얘기는 배우의 목표이기도 하니까요. 액션과 리액션이 연기라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끌어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데 그동안 또래들과 연기한 작품보다 노련한 선배들과의 공동 주연작이 많았어요. 익숙해져서인지 기죽지 않은 채 연기할 수 있었죠. 끊임없이 긴장하고, 거기서 오는 짜릿함을 연기할 때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곤 하죠. 달라진 점도 있어요. ‘완득이’ 때는 나를 확 차단하고 공연했다면, 이젠 느슨하게 열어가면서 연기하게 됐다는 거? 네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기죽지 않는 법, 신뢰를 얻는 법, 동등한 파트너로서 연기하는 법을 배웠지 싶어요. 저희가 스승과 제자 사이는 아니잖아요. 촬영현장이 연기학원도 아니고. 이들에게 어떻게 자극을 드릴까, 나는 어떻게 당당히 설 수 있을까를 늘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얕은 수를 쓸 순 없어요. 베테랑들이시니까. 진심을 다 해야 하죠. 그러니 더 긴장하고 몰입하게 됐거요. 후배로서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 선배님들의 크기는 모두 같으나 김윤석 선배님과는 다시 해보고 싶어요. ‘완득이’ 때 제가 너무 어렸고, 공연한 지 오래 됐으니까요.”

 

◆ 실존 인물 연기, 리얼리티와 상상의 간극

사극 ‘장옥정’의 숙종, 영화 ‘사도’의 사도세자, 10월5일부터 방영될 SBS 50부작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태종 이방원 모두 실존 인물이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익히 알려진 인물들이기에 허구의 캐릭터에 접근할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배우로서는 해석의 무게가 몇 곱절로 늘어나게 된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진짜 안 좋아요.(웃음)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도 최대한 원전을 멀리 하곤 하죠. 가공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보다 더 하는 건, 신선한 지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거죠. 이 캐릭터는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내 거니까 자유롭게 해석하려고 노력하고요. 특히 이번 ‘사도’ 때는 공부를 많이 했어요. ‘뒤주’ ‘죽음’이라는 이야기의 강렬함 때문에 대중이 너무 익숙해 하기에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야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도세자는 많이 다뤄지질 않았어요. 특히 영조-사도세자-정조 3대에 걸친 관계를 다룬 작품은 거의 없고요. 그래서 오히려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고, 캐릭터를 어떻게 풍부하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했죠. ‘사도’를 보면 사도세자의 감정선이 아주 다채롭지는 않아요. 갈등부터 시작해버리니까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인해 점차 광기에 빠져드는 과정이라든가, 뒤주 안에 갇혔을 때 하루하루가 지나며 육체적 컨디션과 눈빛이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세공하려고 애는 썼어요. 결과물을 봤을 땐...제 연기가 매우 입체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요.”

‘사도’는 멋 부림이 없는 담백하고 우직한 영화다. 사도세자는 연민 가는 캐릭터다. 유아인은 좋은 것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직진과 단단함으로 한껏 밀어붙이고 싶었다. 사도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슬픔, 절망, 비극을 살풀이했다. 이를 알아본 것일까. 영화를 본 그의 친구들은 “속 시원했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자유의지로 걸어온 배우의 길...청춘영화에 대한 갈증 커”

스크린에선 2007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데뷔한 이후 9년 동안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대 청춘스타들이 인기를 위해 즐겨 차용하는 이미지보다 거칠거나 낯선, 음울한 캐릭터에 몸을 실음으로써 유아인의 이미지는 ‘반항’으로 굳혀졌다. 그간 쌓아온 뚜렷한 개성과 연기력은 올해 들어 최대치로 폭발하는 중이다.

“20대, 30대 초반 배우가 연기력에서 신뢰를 주는 게 쉽진 않아요. 전 흥행작이 많은 배우도 아니고요. ‘완득이’ ‘베테랑’ 2편이 되니까 믿음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하는 사람이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흔들리지 않고 지난 10년을 계속 가다보니 ‘베테랑’과 ‘사도’를 만났어요. 특히 ‘사도’는 12년간 준비를 해왔어요. 바래왔던 연기이자 작품이고, 내가 걸어왔던 길의 정점이죠. 그간의 괴로움과 절망도 이 순간을 위해 극복할 수 있었구나 싶어요. 절대적으로 제게 중요했던 건 진실한 연기와 자유의지였어요. 젊은 배우들의 경우 눈치 봐야할 게 많거든요. 그런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나를 던질 수 있는 작품, 현장을 전적으로 내 의지로 선택해왔죠. 그래서 후회하는 작품이 단 한 개도 없어요. 설령 시청률, 흥행성적이 초라하더라도 얻는 게 있고 자기위안을 할 수 있으니까. 대작들에서 스코어를 많이 올렸다고 화양연화는 아닌 것 같아요. 난 아직도 목이 마르거든요. 청춘물에 대한 갈증이 크고요. 주류 상업영화에서 말살됐다시피 한 진정한 청춘영화를 찍고 싶어요.”

자유의지를 넘치도록 품었던 18세기 조선의 스물여덟 청년 사도세자는 뜻을 펴지 못한 채 부러졌다. 자유의지로 살아온 21세기 서른 살 청춘스타 유아인은 날개를 달고 마침내 비상했다. ‘사도’와 유아인. 아주 특별한 인연이자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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