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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포수 안중열, '매너손'의 사나이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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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포수 안중열, '매너손'의 사나이 된 사연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9.1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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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1루심에게 손바닥 편 안중열, "선배 포수들 보고 동작 바꿨다"

[사직=스포츠Q 이세영 기자] 포수와 심판 사이의 관계는 다양하다. 판정 문제로 서로 날이 설 때도 있고 동업자 입장에서 격려해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한 두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선후배로 연결돼 있다 보니 포수와 심판이 직접적으로 대립각을 이루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서양 문화권인 메이저리그(MLB)에서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동료 프란시스코 서벨리가 최근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놓고 주심과 다툰 사례가 있다.

이렇게 포수와 심판이 홈플레이트 바로 뒤에서 심리전을 펼치는 가운데, 최근 안중열의 ‘매너손’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 안중열(가운데)이 4일 KBO리그 광주 KIA전에서 이홍구(오른쪽)의 스윙 여부를 1루심에게 요청하고 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가 이내 손바닥을 편 안중열이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사연은 이렇다. 안중열은 지난 4일 KBO리그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3회 이홍구의 타석 때 1루심에게 손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볼카운트 1-2에서 이홍구가 배트를 애매하게 내밀었는데, 안중열은 스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1루심을 가리켰다.

여기까지는 으레 발생할 수 있는 그림. 그런데 여기서 안중열이 재빨리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손을 곧게 폈다. 미트를 낀 왼손을 가슴에 댄 채로 말이다.

팬들이나 선수단 모두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는 장면. 안중열은 왜 그날 바삐 동작을 바꾼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11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안중열은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손가락질을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동작을 바꿨다”며 “(장)성우 형이나 (박)동원이 형이 1, 3루심에게 손바닥을 펴는 것을 봤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안중열의 매너손은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LG 포수 유강남이 5일 롯데전에서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 유강남 역시 1루심을 향해 공손하게 손을 펼쳤다.

안중열은 “아무래도 심판위원님들이 야구 선배다보니 손가락질을 하는 게 어색해지는 것 같다”며 “물론 나쁜 의도로 하는 건 아니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포수와 심판 간 불문율도 있다. 주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에서 나타나는데, 안중열은 아직 프로 2년차다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불문율의 예를 들면, 2아웃 2스트라이크에서 포수가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들어왔다고 판단하고 미리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동에 심판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아울러 포수가 프레이밍(미트질)을 과도하게 한다거나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고 포구를 오래하는 행위 등은 심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안중열은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티가 안 나게 미트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미트질을 하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중열이 심판에게 혼난 적이 있었는데, 마스크를 꼈을 때가 아니라 더그아웃에 있을 때였다. 안중열은 “옆에서 보면 웬만한 건 스트라이크로 보인다”며 “평소에 파이팅이 좋은 편이라 무심코 ‘저거 스트라이크 아닌가’라고 크게 소리쳤다. 그러니까 바로 주심이 나에게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더라”고 웃었다.

▲ 심판에게 매너손을 한 계기에 대해 안중열은 "성우형과 동원이형이 손바닥을 펴는 걸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같은 팀 선배인 강민호는 평소 주심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경기 도중에는 주심이 강민호의 뭉친 등근육을 마사지로 풀어주기도 했다. 이에 안중열도 “민호형은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친밀한 편이다. 나도 이런 점을 본받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렇듯 안중열의 매너손은 우연한 동작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안중열의 훈훈한 배려의 손짓이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다툼이 전개되고 있는 그라운드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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