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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신영록과 서포터의 정(情), 축구의 또 다른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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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신영록과 서포터의 정(情), 축구의 또 다른 감동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09.21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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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우스갯소리로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정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을 '철새'라고 부른다. 프로축구에서도 좋아하는 선수의 이적에 따라 팀을 바꾸는 팬들을 '철새'라고 부른다. 그래서 오랜 경력(?)의 축구 서포터들은 처음 축구를 접한 팬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선수가 아닌 팀을 응원해야 한다."

정말 좋아했던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해 친정 팀을 향해 비수의 골을 넣었을 때의 아픔을 경험한 기자가 백 번 공감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 가는 선수는 있다. 그리고 선수 또한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주었던 팀의 서포터를 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비록 친정 팀에 역전 골을 넣었다 할지라도 경기가 끝난 후 서포터 석을 찾아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몇몇 선수와 서포터 사이에는 각별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팬들은 경기 결과를 떠나 '정(情)'으로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선수와 팬이 선사하는 스포츠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9일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매치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도 이런 각별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주인공은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였던 신영록. 2011년 5월 8일 대구전 도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지며 그라운드를 떠났던 그였다. 다시는 그라운드에 설 수 없을 것 같았던 신영록은 이날 시축을 위해 그라운드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물기를 머금은 푸른 잔디의 냄새와 설렘 가득한 관중들의 웅성거림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어린아이 같았고 두 눈은 설렘으로 빛나고 있었다.

 

신영록을 알아본 사진 기자들은 연이어 셔터를 눌렀고 그런 상황조차 그리웠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애잔함이 묻어났다. 감동의 시축이 끝나고 다시 그라운드를 나가던 그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휠체어를 돌려세웠다.

 

중계카메라 사이로 빼꼼히 바라보는 신영록의 얼굴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수원 삼성의 서포터 '그랑블루'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비록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제주 유나이티드였지만 프로로서의 시작과 전성기 동안 자신을 묵묵히 응원해준 서포터들의 목소리를 잊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보다 질긴 것이 정(情)'이란 말이 있다. 정들었던 선수의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도전에 수원의 서포터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아는 신영록은 멀리서나마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은 아닐까?

 

이날 신영록과 수원의 서포터가 보여준 각별한 '정(情)'은 축구가 선물한 또 다른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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