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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센 캐릭터...파격의 여배우 이유영, 나를 쓰다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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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센 캐릭터...파격의 여배우 이유영, 나를 쓰다 [인터뷰]②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26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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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영화 ‘봄’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순박한 누드모델 인경, ‘간신’의 권력욕 가득한 기녀 설중매, ’그놈이다‘의 살인마에게 좇기는 귀신 보는 소녀 시은. 지난해 데뷔 이후 단 3편의 장편영화 필모그래피이지만 범상치 않다. 이 여배우, 이유영(26).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광기의 조선시대, 살풍경한 현재를 시간여행하며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여성을 표현한다. 전라노출, 동성 베드신, 광녀 연기에도 몸을 사리질 않는다. 파격의 행보를 연이고 찍고 있는 그녀, 이유영이 쓴 셀프 리포트.

 

왜 센 캐릭터만 해? 사람들은 묻는다. 평범함에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니다. 푼수기 있거나, 로맨스물의 여주인공 등 평범한 20대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이제 겨우 세 작품이다. 어떡하다보니 이렇게 됐는데...솔직히 고백하자면 시작이라서 그런지 재미를 느꼈다. 나를 좀 더 발견해보고 싶어서 도전하는 작품을 주로 선택했다. 아직까지 나를 실험하는 단계다. 안 보여드린 모습이 훨씬 많으니까.

‘봄’ ‘간신’에서의 과감한 노출, 별반 개의치 않았다. 하겠다고 확신을 가지면 앞뒤 재지 않고 밀어붙이는 과감함이 있다. 되든 안 되든 해보자! 내 생각만 하는 듯하다. ‘봄’ ‘간신’ 때는 시사회를 앞두고 부모님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은 내가 배우 생활을 하는 걸 너무 좋아하신다. “배우인데 뭐 어때? 역할이 그렇다면 시도해야지”라고 용기를 주신다. 나를 믿어주고, 멋있는 배우가 되기를 바라주셔서 죄송한 한편 너무 감사하다. 다행히 ‘그놈이다’는 15세 이상 관람가다. 이제 고등학생들도 볼 수 있다.^^

나를 평가한다면...사진발이 정말 받질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메이크업도 계속 바꿔보고 이렇게 저렇게도 찍어봤는데 그렇다. 하지만 어떤 연기든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만족한다. 평소엔 민낯으로 다니는데 설중매를 하면서 진한 화장을 처음 해봤다. 이번엔 핏기 없애며 다크서클을 해봤고. 나도 못 알아 볼 정도로 달라진다. 화장을 조금만 해도 너무 달라지는 얼굴이다. 배우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특히 감사하게 됐다. 나의 새로운 얼굴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크다.

 

중고교에 다니면서 답답함이 컸다. “왜 싫은 걸 해야 하나?” “대학은 굳이 가야하나?” “빨리 사회생활을 해보고 싶다”란 마음에 고교 졸업 후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피팅모델, 레스토랑 서빙을 전전했다.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 미용실에서도 일을 했다. 그 모든 게 지금 배우를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즐겁게 캠퍼스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대학’과 ‘연기’에 대한 욕망이 일었다. 실망하셨던 부모님께 ‘대학생 딸’이라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단 마음도 생겼다. 연기가 이토록 어려운 줄 몰랐기에 과감히 대학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연기가 내게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기가 김고은 박소담이다. 모두 나보다 두 살 아래다. 그땐 영화나 꿈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철없이 놀고, 연애상담하고 그랬다. ‘언니’하며 따라줬던 예쁜 동생 고은이는 예고 시절부터 연기를 일찍 시작해서인지 끼와 감각이 남달랐다. 자기 매력을 잘 아는 친구다. 소담이는 강단과 뚝심이 있어서 동기들이 잘 따랐다. 리더십이 강했다. 걔네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언니 같았다. 난 그냥 자유분방? 고은이 영화는 시사회 가서 다 봤고, 소담이의 ‘검은 사제들’은 꼭 보러가기로 약속했다. 다들 바쁘게 지내서 자주는 못 보지만 수시로 격려 문자를 날린다.

지난해 밀라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이번에 부일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영화 한 편 찍은 것도 신기한데 데뷔작 '봄'으로 해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니 믿기질 않았다. 기쁨이 벅차오르면서도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부일영화상 때는 더 떨렸다. 대선배님들 앞에서 상을 받았으니까. 밀라노 수상 느낌이 얼떨떨함과 부담감이었다면, 부일영화상은 “더 잘 해야지‘하는 책임감과 자신감이었던 듯하다.

 

좋아하는 여배우는 미소가 예쁘고 연기도 잘 하는 레이첼 맥아담스, 캐릭터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마리온 꼬띠아르다. 특히 꼬띠아르는 자유로워 보여서 매력적이다. 그들처럼 좀 더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배우가 되고프다. 얼굴이 알려져도 스스로를 가두지 않은 채 자유롭게 다니려고 한다. 외국 배우들은 평소 스타일리스트나 매니저가 따라다니질 않더라. 그래야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유로운 배우들을 보면 좀 더 인간다움이 느껴진다. 지금의 나를 잃고 싶지 않다.

차기작은 홍상수 감독님의 신작이다. 지난 여름에 촬영을 마쳤다. 어느 날 집에서 김주혁 선배님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감독님으로부터 “미팅을 하자”고 전화가 왔다. 냉큼 예쁘게 차려입고 나가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너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어떤 애인지 궁금하다”며 “하려고 나온 거지?”라고 물으셨다. “녜, 녜...감사하죠”라고 대답했다. 시공간이 헷갈리는 영화는 일상적인 대화로 장면이 꾸려지고, 캐릭터는 최대한 나와 가까웠다. 굉장히 복합적인 여자다. 그날그날 나오는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를 못해서 아쉽긴 하나 개봉이 무척 기다려진다.

자꾸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복 받은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 할 듯하다. 난 큰 꿈을 가졌거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하루를, 순간순간을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이 영화 한편만”식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좋은 시작을 하고 있다. 상상조차 못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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