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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이유영 "주원 유연한 감성파, 유해진 두 얼굴 배우"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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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다' 이유영 "주원 유연한 감성파, 유해진 두 얼굴 배우" [인터뷰]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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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여배우 이유영(26)이 범죄 스릴러 영화 ‘그놈이다’(28일 개봉)에서 청춘스타 주원, 40대 연기파 유해진과 호흡을 맞췄다.

‘그놈이다’는 살인마에게 여동생 은지(류혜영)을 잃은 장우(주원)가 죽음을 예견하는 여자 시은(이유영)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좇는 추적극으로 스릴러와 장르와 심령공포가 뒤섞였다. 이유영은 타인의 죽음을 예지하는 능력으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는 시은 캐릭터를 맡았다.

은지의 죽음 이후 장우에게 도움을 주던 시은은 또 하나의 죽음을 환영으로 보게 되고, 비극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이유영은 예지력과 귀신을 보는 능력, 살인마에게 쫓기는 긴박감, 피폐한 모습으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인물로 스며들어 주원 유해진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만추의 쌀쌀함이 감도는 26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유영은 극중 부스스한 머리와 팬더를 연상케 하는 다크서클을 걷어낸 채 단아한 모습으로 말문을 열었다.

“주원 오빠와는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 오빠와 사전 리딩을 하며 의견 조율을 한 것도 있겠지만 주원 선배님은 제가 어떤 걸 해도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순발력도 좋으시고요. 유연한 배우구나, 무척 놀랐죠.”

자신이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준비된 거 이외에 다른 걸 했을 때조차 척척 리액션을 해줘서 깜짝 놀랐다. 분명 주원 자신이 준비한 것도 있었을 텐데. 특히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여동생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선 집중력과 감수성에 다시 한번 놀랐다.

“나중에 촬영한 걸 봤던 유치장에서 사건의 진실을 확인한 뒤 오열하는 장면에서도 감정이 너무나 풍부하세요. 절로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도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고, 피곤한 내색을 일체 하질 않으시더라고요. 배우들이 보통 예민하게 마련인데 ‘저 사람은 스트레스를 안 받나?’ 의아할 정도였어요.”

범인으로 몰리는 중년남성 민약국 역을 맡은 유해진으로부터는 예민함과 꼼꼼함이 느껴졌다. 주원과는 또 다른 뉘앙스에 ‘볼매’란 생각이 고개를 내밀었다.

 

“평소엔 옛날 개그 계속 하시면서 웃겨주셔서 편하고 고마웠어요.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돌변하는 모습이 섬뜩할 정도였죠. 절로 연기에 몰입이 될 정도로요. 극과 극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세요. 평소에나 연기할 때나 특유의 템포가 있으시고요. 너무 디테일하시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듯해요.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 내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구나, 싶어요. 저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시죠.”

◆ 시은 캐릭터 놓고 감독과 이견...조율 과정 통해 배움 얻어

‘그놈이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중간의 흥미로운 요소와 탄탄함에 매료됐다. 작품에 오컬트적 요소를 생성하는 시은 캐릭터를 접하자마자 아이디어가 화수분처럼 샘솟았다.

“전 무섭고 과장된 캐릭터일 거라 생각했어요. 외형적으로는 ‘꽃잎’의 이정현 선배님처럼 누가 봐도 소름끼치는 비주얼을 상상했죠. 그런데 윤준형 감독님은 시은이 다큐멘터리 ‘사이에서’를 보여주며 거부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불행한 여자처럼 평범하고 여렸으면, 신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캐릭터를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는데 감독님이 ‘아니다’라고 했을 때 난관에 봉착했죠. 그 순간이 가장 어려웠어요. 내 거를 다 버려야 하니까.”

처음엔 확신이 생기질 않았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집중적으로 찾아봤다. 중간중간 ‘실제 내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아이’를 그려낼 수 있을까 대략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과장된 연기패턴일 수도 있는 토악질, 경련, 빙의로 인해 목소리가 변조되고 눈이 뒤집히는 모습을 연기할 때마다 감독은 현실감을 위해 톤 다운시켜주곤 했다. 그러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의 의미를 터득했다.

 

“전작인 영화 ‘봄’이나 ‘간신’에선 그런 경험이 없었어요. 이번에 많은 걸 배웠어요. 되돌아보니 제가 과장된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때 만족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내 만족을 위해서 연기를 해선 안되는 거잖아요. 관객들이 흐름을 따라가고, 믿을 수 있게 캐릭터 만들어야 함을, 영화 안에서 밸런스를 맞춰야한다는 걸 깨달은 거죠. 내 캐릭터만을 보는 게 아니라 전체를 보는 법을 배웠어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기쁨이 스멀스멀 퍼져 올랐다. 자신이 연기한 장면에서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했는데 CG, 음향, 편집이 들어가면서 긴장을 배가해줬기 때문이다.

“원래 귀신 나오는 영화를 보질 못하는데 ‘그놈이다’는 공포와 스릴러, 무속신앙이 결합된 작품이잖아요. 그걸 제가 담당해야 하니까 책임감이 컸어요. 잘 못하면 영화가 가짜로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잘 표현이 돼서 뿌듯하더라고요.”

이유영은 ‘그놈이다’를 통해 어렵게 공포와 빙의의 맛을 봤으니 내친 김에 더 센 스릴러 영화나 본격적인 호러영화에 다시 한 번 출연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내비쳤다. “왜요? 재밌으니까요”란 대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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