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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강지환의 무게 '빅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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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강지환의 무게 '빅맨'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6.30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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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배우 강지환(37·조태규)은 2002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단역부터 시작해 2005년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처음으로 주연 자리를 맡은 뒤 '불꽃놀이' '경성스캔들' 등을 히트시키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2008년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서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자신을 둘러싼 갈등을 모두 해결하고 지난해 '돈의 화신'으로 배우로서 새 출발을 알렸다. 이어 '빅맨'에서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 [사진=조은회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Q 김나라 기자] '능력이 뛰어나 집단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

신조어 '빅맨'이라는 짧은 두 글자에 담겨진 깊은 뜻이다. 맞춤옷을 입은 듯 최근 이 단어와 조화를 이루며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는 강지환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Q와 만나 '빅맨'답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입담을 뽐냈다.

◆ '빅맨' 촉 느껴서 출연했는데… 최악의 상황 속 스타트

17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은 고아로 태어나 밑바닥 인생을 살던 김지혁(강지환)이 어느 날 갑자기 굴지의 재벌가 현성그룹의 장남 강지혁이 되면서 새 삶을 얻지만,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 뒤 치열한 복수를 벌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려냈다.

강지환은 김지혁 역을 맡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절대 권력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맞서며 진정한 리더, 빅맨이 되어가는 과정을 인상 깊은 연기로 표현해 내 시청자에게 호평을 이끌었다.

"'빅맨'은 메인 카피를 처음 접하고 '촉'이 와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저는 어느 한 장면이 머릿속에 꽂혀서 동영상처럼 재생돼 스쳐 지나가면 그 작품을 선택해요. 이번 작품은 '내가 그리워했던 가족은 나의 심장만을 원했다'라는 글귀가 와 닿았죠. 그리고 6년 만의 KBS 2TV 미니시리즈 주연에도 욕심이 났어요."

▲ 강지환이 '빅맨'에서 김지혁 역을 맡아 진정한 리더가 되는 과정을 진심이 담긴 연기로 소화해 냈다. [사진=KBS 제공]

그는 2008년 KBS 2TV 퓨전사극 '쾌도 홍길동' 이후 오랜 만에 KBS에서 남자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복수극 '빅맨'을 통해 연기 변신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1년여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알렸다. 그러나 '빅맨' 첫 회 대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일각에서는 드라마의 부진을 예고했다.

'빅맨'의 전작들인 '미래의 선택' '총리와 나' '태양은 가득히' 등이 각각 평균 시청률(닐슨 코리아) 4.1%, 6.1%, 2.7%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 연속 부진의 해결책으로 선택된 '빅맨'은  첫 방송 2주 연기, SBS '닥터 이방인', MBC '트라이앵글' 등 쟁쟁한 경쟁작으로 인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사실 촬영 시작하기 전부터 부담을 많이 느꼈고 워낙 안 좋은 상황이 계속 되다 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주변에서는 처음부터 저희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측정하시더라고요. 지난해 '돈의 화신'으로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아 '빅맨'으로 연기적인 면을 더 부각시키려 했는데 최악의 상황 속에서 시작을 맞이했죠. 하지만 '어떻게 극을 잘 살릴까'에 몰두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오히려 탄력을 받아서 대본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 "시청률 상승 중 '파업' 직격탄 맞았지만 역전골 넣었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마음을 추스르고 연기에만 집중하나 했더니 더 큰 장벽에 부딪혔다. '빅맨'이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닥터 이방인'의 뒤를 바싹 따라가고 있던 지난달 29일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했다.

'빅맨' 측은 파업 여파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며칠 뒤 파업에 참여한 제작진의 부재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정해룡 CP를 투입시켰다. 이후 5일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해, KBS 양대 노조는 6일 오전 5시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 [사진=조은회사엔터테인먼트 제공]

"심리적으로 직격탄은 파업이었어요. 한창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는 시기에 B팀 지병현 감독님에서 다른 CP님으로 교체되었어요. 저를 비롯, 출연진이 지병현 감독님을 평소 잘 따르며 촬영해 왔던 터라 모두들 그때 많이 힘들어 했어요. 그 CP님도 갑작스럽게 투입돼 고생을 많이 하셨죠. 그런데 당시 공교롭게 극 중에서도 파업 관련 내용을 촬영하고 있었어요. 둘 다(KBS·'빅맨' 속 파업) 잘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강지환은 어떤 장애물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김지혁을 그려 나갔다. 그의 마음이 시청자에게 전해진 것일까. '빅맨'은 초반 굴욕(?)적인 평가를 딛고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역전골을 넣은 것처럼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열심히 촬영했는데 결과까지 좋아서 홀가분하다"고 유쾌한 소감을 전했다.

◆ 굴곡 딛고 배우로서 전환점 맞이한 강지환 '차기작은?'

"최근 제 기사나 팬들의 댓글을 보면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 '희로애락 표현이 가능한 배우'라는 칭찬을 해주세요. 연기 면에서 칭찬을 들으면 무척 좋죠. (웃음) 사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잘해도 칭찬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연기자에게 연기력에 대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는 건 정말 크나큰 훈장이라고 생각해요."

▲ [사진=조은회사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먼 길을 걸어온 끝에 이 훈장을 손에 쥐게 됐다. 2008년, 2012년 두 차례 전 소속사들과 전속 계약 분쟁, 연예매니지먼트협회의 활동금지명령 등 뜻하지 않게 갈등을 빚으며 배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제가 외향적인 성격도 아니고 억울하다는 발언을 하는 순간 루머, 구설수에 휩쓸리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입을 닫고 있었어요. 힘들다고 술로 달래는 것도 한두 번이잖아요.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렇고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고 싶은 걸 자꾸 놓치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일을 겪으면서 좋은 작품을 만나 캐릭터로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게 제 일이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죠. 당시에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좋게 해결돼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강지환은 지난해 화제작 SBS '돈의 화신'에서 코믹과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이차돈 역을 열연했다. '돈의 화신'으로 연기 인생의 후반전 휘슬을 분 그는 얼마 전 '빅맨'이라는 첫 골을 넣고 특별한 세레모니를 계획하고 있다

"당분간은 푹 쉬고 8~9월쯤 영화나 드라마로 컴백하려고요. 휴식 계획이요? '빅맨' 촬영 당시 일터를 가기 위해 안성 휴게소를 자주 방문했는데 휴가 떠나는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가장 고역이었어요. 그래서 꼭 휴게소를 지나치는 곳으로 놀러 가려고요. 또 '빅맨'에서 현성유통 영업팀장으로 등장했던 배우 김지훈씨가 극단에 오르고 있는데 도움을 청해서 좋은 대본이 있으면 연극 무대에 오를 것 같아요."

▲ [사진=조은회사엔터테인먼트 제공]

[취재후기] 본인을 단순하다고 밝혔듯이 강지환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식 없는 솔직한 발언으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강지환의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처럼 그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유쾌한 배우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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