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아시아를 찌른 정진선이 말하는 '응전의 법칙'
상태바
아시아를 찌른 정진선이 말하는 '응전의 법칙'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8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펜싱 6연패 자만 말고 오히려 훈련량 늘려 아시안게임까지 밀고 나갈 것"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검객' 정진선(30·화성시청)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 동메달을 따낸 이후 1년 동안 사실상 대표팀을 떠나 있었던 정진선이 아시아펜싱선수권 2관왕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정진선은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수원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중국을 38-37로 꺾고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4일 열렸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정진선은 단체전에서도 37-37 동점에서 들어간 연장전에서 56초만에 팔 찌르기 공격을 적중시키며 마지막을 짜릿하게 식했다.

맏형인 정전선의 복귀는 한국 펜싱 대표팀으로서는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 어느 종목보다도 경험과 노련함이 중요한 펜싱에서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뛰었던 그의 경륜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정진선이 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펜싱선수권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1년만에 돌아온 검객, 아시아 정상을 찌르다

그가 대표팀에 돌아온 것은 1년여 만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에페 개인전 동메달을 차지했던 정진선은 오랜 훈련에 지쳐 1년 동안 쉬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푹 쉬었다.

"런던 올림픽 준비를 워낙 오래했어요. 1년 반 정도. 주말도 반납하고 오직 올림픽 준비만 했죠. 1년동안 미국 여행도 하고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제 나름대로 힐링을 했어요."

지난해 거의 경기를 뛰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세계 랭킹도 하락했다. 런던 올림픽이 있었던 2011/12 시즌 세계 5위까지 올라갔던 랭킹이 30위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도 뛰지 않아 포인트를 많이 따지 못했어요. 그래서 올해 다시 대표팀에 들어와 포인트에 욕심을 부렸죠. 그런 욕심이 오히려 저를 더 편하게 해줬어요. 지난해 쉬면서 뛰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아시안게임까지 쭉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아시아선수권 2관왕 영향으로 정진선은 어느새 세계 랭킹 9위까지 상승했다.

▲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의 '맏형' 정진선이 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펜싱선수권 개인전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더위에 지친 듯 힘겨운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중국 의외로 처지고 있지만 방심은 절대 안해

2012년 일본 와카야마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에서 에페 개인,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랐던 정진선은 이 상승세를 바탕으로 런던 올림픽 동메달까지 따냈다.

지금 정진선은 몸 상태가 2년 전 올림픽 때보다 더 좋다고 말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쉬면서 88kg까지 나갔던 체중을 다시 올림픽 때 수준인 82kg로 줄이며 아시안게임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게다가 정진선에게 인천 아시안게임은 도전이 아닌 응전이다. 그동안 계속 도전만 해왔던 입장이었다면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계기로 아시아 선수들에게 더욱 거센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됐다.

"오히려 도전받는게 좋아요. 물론 긴장은 되지만 오히려 긴장을 즐깁니다. 위축될 필요가 없어요.(웃음)"

런던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 3개의 동메달을 따내며 이탈리아(금 3, 은 2, 동 2)에 이어 가장 많은 메달을 따냈던 한국 펜싱은 한동안 침체였다. 물론 런던 성적이 너무 좋았던 탓에 일어난 착시 현상이기도 했지만 정진선은 분명 한국 선수들이 런던에서 거뒀던 성적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후배들이 부담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올림픽 이후에 부담감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국 펜싱은 지난해 잠시 좋지 않았던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아시아선수권에서 무려 9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금 7, 은 2, 동메달 5개를 따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이 성적도 자신한다.

"요즘 중국이 의외로 많이 처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일본이나 카자흐스탄이 많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요. 이번에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아직 기뻐할 때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저도 후배들에게 '긴장하자. 아직 좋아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좋아하지 말자. 아시안게임 때 좋아해도 늦지 않다'고 얘기해요. 오히려 지금은 훈련량을 더 늘려서 아시안게임 때도 지금과 같은 또는 지금을 넘어서는 경기를 보여주자고 말합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은 얻었지만 그 자신감이 선을 넘어 자만으로 되지 말자고 마음을 잡고 있어요."

광저우 때 워낙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홈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부담스러울 법하다. 하지만 정진선은 홈에서 열리는 부담을 이겨내야만 진정한 대표선수의 자격이 있다고 딱 잘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부담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그걸 이겨내야만 대표선수죠. 이겨내지 못하면 선수촌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겁니다. 그런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것이구요."

▲ 정진선이 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펜싱선수권 개인전 시상식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2년 뒤 올림픽까지? 그건 더 두고봐야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한국 펜싱은 쉼없이 달려왔다. 런던 올림픽 때처럼 오랜 기간 훈련에 쉽게 지칠 때다.

"언제나 훈련하면서 지치고 힘든 시기가 오죠. 1월부터 계속 달려왔어요. 대표팀에서 십여년 있던 경험을 살려본다면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훈련해야 합니다. 힘들수록 긍정 마인드가 있어요 성적이 잘 나와요."

아시아선수권을 마친 한국 펜싱은 이제 세계선수권을 위해 러시아 카잔으로 떠난다. 오는 16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 전초전이자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동메달 3개에 그쳤던 것을 만회할 기회다.

"세계선수권을 잘 치르고 나면 며칠 정도 아마 쉬게 될 거예요. 휴식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아예 쉬는 것이 아니라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죠. 지금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바탕으로 아시안게임까지 계속 시동을 건 상태로 쭉 밀고 나가야 합니다."

그의 나이 이제 30세, 어느덧 노장이다. 2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있을 법하다.

"아직 계획은 없어요. 일단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최선을 다해야죠. 대회 마치고 나서 코칭스태프, 소속팀과 상담도 해보고 계획을 짜야죠. 제 몸상태가 된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배들에게 양보해야죠. 아직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어요."

정진선은 2010년 광저우 대회 김원진에 이어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단에 2회 연속 금메달을 안기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단체전 3연패의 선두주자다. 이미 단체전에서 두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던 정진선은 이번에는 개인전 우승에 도전한다.

그 노련함과 경험이라는 무기로 자신의 아시안게임 첫 개인전 금메달을 찌르겠다는 정진선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