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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논란의 시대 "최고 오락영화" vs "서사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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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논란의 시대 "최고 오락영화" vs "서사 아쉬워"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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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올해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인 액션활극 ‘군도: 민란의 시대’(23일 개봉)가 14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이후 반응이 뜨겁다. 올여름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대전을 치르는 4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오른 ‘군도’를 두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오락영화’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서사(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아쉬운 작품’이라는 비평도 자리한다.

 

먼저 “재미있는 역사활극. 조금 느슨하기는 하지만” “통쾌하고, 또 통쾌하고, 끝까지 통쾌하다” “스파게티 웨스턴과 중국 무협 액션과 한국형 사극의 적절한 배합. 결정적으로 매우 유머러스한 액션 활극” “상업영화로서 나름 만듦새도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도 몰입해서 불 수 있었다” “윤종빈의 지리산 웨스턴. 촬영과 편집의 경쾌한 리듬, 호방한 기운, 다채롭게 포진된 캐릭터”라는 찬사가 트위터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반면 “대놓고 웨스턴 코미디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어딘가 카타르시스가 굉장히 부족함” “내러티브의 밀도가 떨어져 아쉽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루하다”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후반부에 들어서 길을 잃은 느낌”이라는 평도 고개를 내민다.

◆ 액션활극다운 풍부한 액션...웨스턴 사극 분위기 물씬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스타 하정우 강동원이 주연한 ‘군도: 민란의 시대’는 양반과 탐관오리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1862)을 배경으로 백성의 편이 돼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떼인 군도를 이야기한다. 천한 쇠백정에서 지리산 추설의 에이스 도치로 거듭나는 돌무치(하정우), 서자의 설울음 딛고 삼남지방 대부호로 성장하는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 조윤(강동원)의 대결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된 ‘군도’는 시작부터 말을 탄 채 남도의 평야를 달리는 군도의 모습을 경쾌한 음악과 함께 보여주며 서양 액션물의 원형인 서부극 느낌을 물씬 풍긴다. 과거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김지운 감독의 흥행작 ‘놈놈놈’이 만주 웨스턴이란 별칭을 얻었듯 ‘군도’는 ‘지리산 웨스턴’ ‘칼의 웨스턴’ ‘전라도로 간 놈놈놈’ ‘조선 웨스턴’ 등의 별칭이 속속 붙여지고 있다.

또 하정우의 쌍칼, 강동원의 장검, 마동석의 쇠뭉치, 윤지혜의 활, 이성민의 창칼, 시속 70~80km로 전력 질주하는 승마 등 각각의 캐릭터를 살린 액션과 중국 무협영화를 연상케 하는 액션장면은 다채롭고 풍부하다. 실제 싸우는 듯한 맨몸 격투는 사실적이다. 액션활극의 핵심인 통쾌한 액션을 잘 살려냈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를 낸다.

◆ 민란 다룬 ‘시선’에 대한 평가 극명하게 엇갈려

평가와 해석이 교차하는 지점은 주제의식을 구현하는 서사다. ‘군도’는 부제가 ‘민란의 시대’이며 헤드카피는 ‘망할 세상, 백성을 구하라’다. 억압에 맞서 떨쳐 일어서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뤘기에 시대정서의 반영, 묵직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예상했다.

실체를 공개한 ‘군도’는 영화평론가 듀나의 평가대로 “인조시대 사극에 스파게티 웨스턴 분위기를 얹었는데 코미디 비중이 큰 영화”다. 억눌리는 무거움 대신 웃고 즐기는 코미디 요소가 영화 전편에 촘촘히 박혀 있다.

 

부담 없이 즐기는 코미디가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코미디 장르를 통해서도 메시지는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억압받는 민초들과 그들의 대표 격인 군도가 망할 세상을 뒤집어 엎는다’는 내용적 설득력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이다.

19세기 당시 민중의 고통이 봉건제 하 수탈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인지, 삼남지방의 일부 탐욕스러운 관료와 대지주의 문제인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민란의 동력이 상실된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군도의 핵심 멤버인 돌무치의 저항도 학정을 유발하는 체제에 대한 자각 없이 단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부호 조윤에 대한 개인적 복수로 치환되는 형상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는 마지막 장면도 군도와 조직화된 민초들의 연대에 기반한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민중봉기가 아니라, 돌출적인 소동극으로 다가온다.

◆ 하정우 “오락영화 성격 강조하다보면 다른 부분 약해져”

주연배우 하정우는 15일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엇갈리는 평가를 의식한 듯 “호불호가 갈리는 건 개취(개인의 취향)다. 이 영화 제작의 중요한 목적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자’였다”며 “가볍고 재미난 편집과 음악사용 등 오락영화의 성격을 강조하다보면 다른 부분은 약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종빈 감독 역시 제작의 변에서 “이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영화가 아닌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왕실이나 지배층 내부의 권력다툼을 주로 다뤘던 영화 속 조선이 아닌 백성의 시각, 민초의 시각에서 그려내는 조선을 통해 액션활극의 쾌감과 재미, 전복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 제작진과 배우, 배급사의 설명은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 ‘통쾌한 액션활극’에 방점이 찍힌다.

‘군도: 민란의 시대’가 만족도 높은 오락영화로서 뿐만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투영함으로써 답답한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민초’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길 바란 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아주 '잘 빠진' 대작을 앞에 두고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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