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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명품 더비 가능성 보여준 '깃발라시코', 경기 외적인 명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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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명품 더비 가능성 보여준 '깃발라시코', 경기 외적인 명암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19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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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중원 대접전, 성남 선제골 넣자마자 수원FC 만회골…초대권 받은 사실상 무료 관중은 유감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수원FC와 성남FC의 '깃발라시코'가 K리그의 새로운 명품 더비로 자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첫 경기였다. 그만큼 K리그 클래식은 더욱 풍성해졌다.

수도권 이웃도시 시민구단인 수원FC와 성남FC가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제대로 맞붙었다. 두 팀은 수원FC가 실업팀인 수원시청이었던 2004년과 2012년에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맞붙은 적이 있지만 수원FC가 K리그에 입성한 뒤로는 첫 경기였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깃발라시코'는 역사적인 측면이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더비 경기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고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승리팀이 상대팀의 홈구장에 구단기를 사흘 동안 게양하기로 합의한 '인위적인 더비'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FC와 성남FC의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맞대결이 열린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관중들이 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나 팬들의 호응과 뜨거운 열기로 '깃발라시코'는 K리그 명품 더비로 자리할 수 있게 됐다. 때마침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날씨 속에 경기가 치러져 '깃발더비'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 다시 뜨거워진 수원종합운동장 일대,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한동안 수원종합운동장 일대는 조용한 곳이었다. 수원 삼성이 2001년 7월 28일 대전과 경기를 마지막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가고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로 수원야구장이 텅 비었다. 설상가상 수원체육관을 홈으로 쓰던 프로농구 수원 삼성과 여자프로농구 수원 삼성생명 역시 각각 서울과 용인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운동장의 주인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원종합운동장은 수원FC와 WK리그 수원FMC의 홈구장이었고 수원체육관은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수원 현대건설의 홈코트였다. 그러나 지난해 프로야구 kt가 수원야구장을 kt 위즈파크로 새롭게 단장해 재개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종합운동장 일대는 조용했다. 찾는 팬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제 수원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지난해 kt 위즈에 이어 올해 수원FC까지 팬들이 몰려들면서 그 일대도 활기를 되찾았다.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은 오는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화성 IBK기업은행과 챔피언결정 3차전을 치른다. 현대건설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2경기 연속 3-0 완승을 거둬 모처럼 수원체육관에서 축포를 터뜨릴 준비를 마쳤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FC 서포터스 리얼크루 회원들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홈경기에서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kt 위즈와 수원FC가 자리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종합운동장 일대는 조용한 동네였지만 프로야구에 이어 K리그 클래식을 통해서도 많은 관중들이 몰리고 있다"며 "또 현대건설까지 2연승했으니 스포츠 메카로 부활하지 않겠느냐. 이미 상권이 살아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에 모여든 관중은 무려 1만2825명이었다. 수원FC 서포터스인 리얼 크루는 물론이고 성남FC 서포터스석에도 대규모 팬들이 몰려왔다. 수원종합운동장은 경기 시작 전부터 빨강과 파랑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입은 수원FC 팬들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성남 팬들로 가득찼다.

이날 관중은 지난해 8월 30일 고양 HiFC와 경기에 모여든 역대 구단 최다 관중 5688명을 2배나 넘어선 기록이었다.

일대 교통도 1시간 전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는 "프로야구 때문에 차가 막히는 줄 알았더니 프로축구 개막전 때문이군요. 수원종합운동장 일대만 막혀요. 원래 주말에도 자주 막히는 곳인데 경기 때문에 더욱 체증이 일어나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성남FC 서포터스 회원들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경기에서 깃발을 흔들며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 물러서지 않는 공방전, 수원종합운동장을 달구다

경기내용도 1만2000여 관중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수원FC는 K리그 클래식 승격팀답지 않게 물러서지 않는 경기력으로 성남과 팽팽하게 맞섰다. 성남 역시 맞받아치면서 뜨거운 접전을 벌였다. 볼 점유율도 수원FC가 51-49로 근소하게 앞섰을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팀은 수원FC였다. 수원FC는 이날 15개의 슛 가운데 8개가 유효슛이었을 정도로 마무리 능력도 전남과 경기 때보다 훨씬 향상됐다. 조직력이나 투지도 김학범 성남 감독은 물론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수원FC가 앞섰다"고 인정할 정도로 탄탄했다.

성남 역시 수원FC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묶여 슛이 7개에 그치긴 했지만 역시 수원FC의 탄탄한 수비를 뚫기 위한 공격을 풀어나갔다. 선제골은 성남에서 먼저 나왔다. 후반 15분 티아고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 크로스가 그대로 골라인을 넘으면서 골이 됐다. 수원 삼성과 홈 개막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었다.

하지만 수원FC도 5분 뒤 이재안의 패스를 받은 김병오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을 넣었다. 수원FC의 역사적인 K리그 클래식 데뷔골이 터지는 순간 수원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 수원성 공방전은 팬들의 환호성을 더욱 뜨겁게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말뿐인 더비 매치가 아니라 뜨거운 라이벌전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가 됐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FC 구단주인 염태영 수원시장(왼쪽)과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맞대결을 앞우고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끈한 경기를 보는 관중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수원FC 서포터 김동환(28)씨는 "길을 다니다가 홍보 포스터를 많이 봤다. 첫 승으로 깃발을 꽂는 이슈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고 말했고 일반 관중석에서 지켜본 양승도(47)씨도 "깃발라시코는 수원시민으로 흥미있는 경기다. 관심을 많이 받아 좋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성남 원정 서포터인 황인석(27)씨는 "K리그에서 유례없는 사례여서 주목된다"고 말했고 오상호(44)씨도 "대기업 후원을 받는 FC서울과 수원 삼성과 달리 시민구단 라이벌전이어서 더 흥미롭다. 지역주민의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화끈한 더비 향연에 어울리지 않는 초대권 관중의 등장

그러나 깃발라시코라는 명품 더비에 어울리지 않는 광경도 목격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동원을 의심케하는 관중들이었다. 지난해 kt의 시범경기 홈 첫경기에서도 통장, 반장이 중심이 돼 동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주민들을 이끌기도 했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1년 만에 재연된 것이다.

자발적으로 경기를 보러왔다면 동 이름 팻말을 들고 통장 또는 반장이 인솔할 이유가 없다. 단체로 표를 구매한 관중일 수도 있지만 초대권이 동사무소나 통장, 반장을 통해 배포됐다는 증언이 있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관중들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성남FC의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맞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중은 동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수원FC 구단 관계자는 "모두 정상적으로 표를 사서 들어온 분들이고 단체 구매도 있었다"고 했지만 일부 관중은 "동사무소에서 초대권을 배부받아 들어왔다", 또는 "통장으로부터 초대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초대권은 일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만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인들도 무료로 입장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실제로 구장 주변에서는 초대권을 마치 암표처럼 파는 상인들도 목격됐다.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갔어야 할 초대권이 이처럼 횡행한 것을 봐서는 엉뚱한 사람들에게도 흘러갔다는 증거다.

팬 수요를 늘리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면 없느니만 못하다. 또 초대권을 받고 들어왔던 관중들이 다음에는 제값을 치르고 올지도 미지수다. 한번 '공짜'라는 것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 소비자의 속성이다.

초대권이 뿌려진 것은 아쉽지만 깃발라시코라는 콘텐츠 자체는 이제 K리그 클래식에서 또 하나의 매력적인 스토리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경기는 1-1로 끝났지만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며 서로 어깨를 두드리는 양팀 관계자들의 호탕한 웃음과 경기가 끝난 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팬들의 모습에서 명품 더비로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FC 선수들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한데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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