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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최태웅 '형님 리더십'이 깨운 반격, 현대캐피탈 신바람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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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최태웅 '형님 리더십'이 깨운 반격, 현대캐피탈 신바람의 부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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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에 반격 1승,노재욱 자신감 높이고 환호하는 팬들 향해 호응

[안산=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챔피언결정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2연패를 당했던 천안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와 신바람이 되살아났다. 1, 2차전을 내리 진 뒤 와신상담한 최태웅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없었다면 현대캐피탈은 그대로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차전을 따내면서 마지막 5차전이 열리는 천안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을 봤다.

현대캐피탈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오레올(26득점)과 문성민(16득점)의 공격 위력이 살아나면서 3-1(23-25 25-22 25-23 25-16)로 이기고 2연패 끝에 1승을 만회했다.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아직 현대캐피탈이 벼랑 끝에 서있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24일 벌어지는 4차전에서 진다면 그대로 챔피언 트로피를 OK저축은행에 내주게 된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분명 위기에서 벗어났다. 1, 2차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최태웅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있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살피기 위해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 세터 노재욱에게 소리 마음껏 지르라고 한 이유는?

경기가 끝난 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판정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현대캐피탈의 완승을 인정했다. 김세진 감독은 "기본 싸움에서 졌다. 현대캐피탈의 제 모습이 이제서야 나온 경기였다"고 말했다. 바꿔서 말하면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18연승의 상승세를 지난 챔피언결정전 2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현대캐피탈이 1, 2차전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역시 세터 노재욱의 부진 영향이 컸다. 포스트시즌을 처음 치러보는 노재욱은 마음의 부담이 너무 큰 나머지 공을 제대로 올려주지 못해 오레올과 문성민 쌍포에 위력을 더하지 못했다. 여유가 없으니 공격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했다.

최태웅 감독의 처방은 훈련 체육관에서 고함을 지른 다음에 마음껏 뛰어보라는 것이었다. 노재욱은 최태웅 감독의 말대로 3초 동안 소리를 친 다음에 체육관을 정신없이 뛰었다. 고함 한방에 노재욱의 마음의 짐도 훌훌 털어버렸다. 노재욱은 3차전이 벌어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도 소리를 치며 자신을 일깨웠다.

이에 대해 노재욱은 "솔직히 혼자서 소리를 지르고 체육관을 달리니 처량했다. 2차전까지 부담스러웠는데 잘 안된 것만 생각하다보니 더 꼬였던 것 같다"며 "결국 내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아무 것도 안됐다. 감독님을 비롯해 선배님들이 주위에서 좋은 말을 해주고 많이 도와주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노재욱의 긍정 마인드는 그대로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 부활로 이어졌다.

이를 본 최 감독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드디어 희망을 봤다. 오픈 찬스를 잘 살려주면서 드디어 오레올과 문성민 쌍포에 힘이 붙었다"고 흐뭇해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여오현(앞)과 오레올이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비디오 판독과 재심 요청 '신의 두 수', OK저축은행을 흔들었다

최태웅 감독은 3차전에서 비디오 판독과 재심 요청을 두 차례 시행했다. 시몬의 스파이크 서브 때 라인을 밟은 것이 아니냐는 비디오 판독 요청은 정심(正審)으로 판정이 나면서 무위에 그쳤지만 재심 요청은 3세트 치열한 접전을 현대캐피탈로 돌려놓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사실 시몬의 스파이크 서브 때 라인 크로스가 아니냐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것도 시몬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라인 크로스 비디오 판독 요청이 나온 뒤 시몬은 서브를 넣을 때 라인을 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1세트에 신나게 꽂히던 스파이크 서브도 위력이 크게 줄었다. 최태웅 감독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재심 요청은 그야말로 현대캐피탈의 승리를 이끄는 요인이 됐다. 김세진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관이 나서서 4심 판정과 비디오 판독에 대한 판정을 뒤집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어떤 판정이 잘못됐느냐는 두번째 문제이고 그런 식으로 판정이 뒤집히는 것은 말도 안된다. 벌금이 부과되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 판정 하나는 김세진 감독이 화가 날만큼 승부의 분수령이었다는 뜻도 된다. 처음에는 비디오 판독 결과 현대캐피탈의 오버넷이 인정되면서 OK저축은행이 14-13으로 앞서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태웅 감독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을 요청했고 감독관이 나서 판결을 뒤집어 현대캐피탈이 오히려 14-13으로 앞서가는 계기가 됐다. 판결 하나에 2점차가 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태웅 감독의 항의가 받아들여지면서 현대캐피탈은 상승세를 탔고 OK저축은행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이 3차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던 셈이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천안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안산 OK저축은행과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승리한 뒤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다시 하나로 뭉친 선수단, 천안까지 가보자 '한마음'

경기가 끝난 뒤 승리팀 선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은 "(5차전이 열리는)천안이 보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며 껄껄 웃었다. 기자회견장에 나선 신영석과 노재욱, 문성민 모두 미소를 지었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천안으로 끌고가야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당연히 천안까지 가겠다는 결의로 가득찼다.

최태웅 감독도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 '쇼맨십'을 보여줬다. 3세트 중반 현대캐피탈 응원석에서 자신을 연호하는 외침이 나오자 손을 흔들며 호응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은 세리머니에 대해 "1, 2차전을 지고 나서 선수들이 너무 주눅이 드니까 신나게 한번 뛰어다녀보라고 호응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이제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다. 몸이 좋지 않아 점프 높이가 크게 줄어든 신영석도 3차전이 열리기 직전 최태웅 감독을 찾아가 "3차전을 지더라도 내가 나가서 들어가서 지겠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하고 나오는게 맞는 것 같다"고 출전을 요청하며 투지를 불태웠다.

최태웅 감독은 처음에 "신영석의 몸이 좋지 않아 빼려고 했다"고 했지만 신영석의 투지에 출전 명단에 넣었다. 신영석은 이날 블로킹 3개를 포함해 득점을 기록하며 나름 고군분투했다.

문성민은 "정규리그 때 너무 좋아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1, 2차전을 내리 지면서 정반대가 됐다. 어떻게 분위기를 반전시켜야하나 생각했는데 주장으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다행히 감독님께서 잡아주셔서 선수들이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 다시 하나로 뭉친만큼 끝까지 해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현대캐피탈의 반격은 이제 시작됐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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