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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역대 3번째 연속 챔피언' OK저축은행 왕조 떠받친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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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역대 3번째 연속 챔피언' OK저축은행 왕조 떠받친 힘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3.24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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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격수 시몬-신뢰하는 분위기-김세진 감독 전략 2연패 핵심 요소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1년 전처럼 이번에도 안산에 노란 물결이 넘실거렸다. 결코 쉽지 않아보였지만 선수단이 똘똘 뭉쳤기에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OK저축은행이 창단 3년 만에 2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현대캐피탈, 삼성화재에 이어 남자부 3번째로 V리그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팀이 된 OK저축은행은 ‘젊음’을 무기로 한국 남자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은 2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서 49점을 합작한 시몬과 송명근 쌍포를 앞세워 세트스코어 3-1(25-20 25-15 19-25 25-2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 2년 연속 우승이자 창단 후 2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처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도 언더독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창단 사령탑인 김세진 감독은 지도자로서 2번째 정상에 올랐다.

◆ 못하는 게 없는 '시몬스터', OK군단 2연패 일등공신

OK저축은행의 우승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한 가지는 바로 2연패를 이끈 외국인 공격수 시몬이다.

공격의 중심이자 1옵션인 시몬은 올 시즌을 앞두고 무릎 수술 재활을 마치자마자 훨훨 날았다. 그는 무려 9차례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정규리그 득점 2위, 공격성공률 2위, 블로킹 1위, 서브 2위에 올랐다. 속공 성공률도 높아 이 부문에서도 많은 센터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67.88%).

챔프전에서도 활약은 계속됐다. 이날 4차전에서 32점을 뽑아내며 18점을 기록한 현대캐피탈 오레올보다 많은 점수를 낸 시몬은 어마어마한 타점을 앞세우며 순도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69.23%). 시리즈 합계 득점 1위(120점), 공격성공률 1위(58.72%), 속공 1위(70.00%), 블로킹 2위(세트 당 0.500개), 서브 1위(세트 당 0.688개)를 휩쓸었다. 챔프전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시몬은 인성 면에서도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감정 기복이 심한 국내 어린 선수들을 다독여주는 등 정신력을 다잡아줬다.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부터 경기 운영이나 몸 관리 방법 등 많은 부분을 배웠다. 아울러 시몬은 김세진 감독에게도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등 예의가 바른 모습도 보였다.

다음 시즌부터 V리그 남자부가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게 된 시몬은 OK저축은행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을 안겼다.

◆ 이 없으면 잇몸으로…'신뢰와 도전' 키워드 실천한 선수단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믿음’도 우승의 한 원동력이다.

올 시즌은 정상을 지키기 위해 무리했는지, 유독 부상 선수가 많았다. 주전 센터 김규민이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고 핵심 멤버인 세터 이민규도 오른쪽 어깨 연골 파열로 시즌을 접었다. 여기에 송희채도 발등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선수단에 이상 기류가 흐를 법도 하지만 OK저축은행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처했다. 김세진 감독은 김규민 대신 박원빈, 한상길을 중용했고 이민규 자리에는 곽명우를 투입했다. 곽명우는 정규시즌 후반 흔들리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나 챔프전에서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그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시몬과 송명근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플레이오프 키워드로 ‘신뢰와 도전’을 내세운 OK저축은행은 코트에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득점이 나지 않아도 서로 어깨동무하며 마음을 모았다. 젊은 선수단의 패기와 도전정신이 합쳐져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

◆ 큰 그림 그린 '김세진 리더십', 봄배구 조연에서 주연으로

3년 전 창단 때부터 어린 선수들을 하나로 아우른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도 2연패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라고 몸을 낮춘 김 감독은 시즌 중반 이후 저력을 발휘했다. 초반부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경기 운영을 한 게 빛을 발했다. 때로는 주 공격수 시몬을 빼기도 한 김 감독은 시즌 전체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이것이 주효했다. 정규리그 우승보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초점을 맞춘 김 감독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2승으로 셧아웃시켰고 현대캐피탈과 챔프전마저 3승 1패로 집어삼켰다. 당초 봄배구 조연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주연으로 우뚝 섰다.

1차전이 승부처였다. 먼저 두 세트를 따고 3, 4세트를 잃어 패색이 짙었는데, 5세트에서 버티기 작전에 돌입, 천금 같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분위기를 탄 OK저축은행은 2차전을 쉽게 가져왔다.

위기도 있었다. 경기 운영상 문제로 흐름을 뺏기며 3차전을 다소 억울하게 내준 것. 현대캐피탈로 기세가 기울 수 있었지만 김세진 감독은 1차전을 다시 치른다는 마음가짐으로 4차전에 임했고 마침내 우승컵을 가져올 수 있었다.

김세진 감독은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팀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신경 쓰지 않을 뿐더러 포커스를 맞출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지고 있어도 흥이 나고 수비하려고 덤빈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분위기를 바꿔준, 밖에 있던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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