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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① '타도, 차이나!' 세대교체로 이룬 여자탁구 '원 코리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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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① '타도, 차이나!' 세대교체로 이룬 여자탁구 '원 코리아'의 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18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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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은·전지희 등 20대 초반 선수 기량 급성장…여자복식·혼합복식 전략종목 금메달 기대

[300자 Tip!] 탁구 종목 가운데 여자탁구는 한국 스포츠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기억은 올드팬들에게는 아직도 생생하다. 1991년 고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북이 하나가 돼 '코리아'란 이름으로 역시 중국을 물리쳤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탁구의 금메달 도전사는 언제나 거대한 만리장서의 벽에 도전하는 것과 그 궤를 함께 한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탁구는 우승을 향해 도전한다.

[태릉=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한국 여자탁구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얼마나 차지했을까. 상당히 많은 금메달을 땄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중국의 벽에 늘 좌절해야만 했다.

단식에서는 단 한차례도 우승을 차지한 역사가 없다. 결승에 올라가 금메달을 놓고 다퉜던 것도 1974년 이란 테헤란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정현숙(52)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은메달을 딴 것이 유일한 결승전 기록이다.

여자 복식에서는 1990년 베이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 등 두 차례에 걸쳐 금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단체전에서는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혼합복식 역시 은메달이 최고 기록이다. 모두 합쳐보면 여자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금메달은 단 3개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통틀어 따낸 금메달은 단 10개다.

▲ 한국 남녀탁구 대표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탁구 체육관에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여자 탁구 대표팀은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서 내심 금메달을 노리며 단체전에서도 중국, 북한, 홍콩, 일본, 싱가포르와 경쟁을 벌인다.

최근 한국 여자탁구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세계단체탁구선수권에서 16강전에서 복병 루마니아에 2-3으로 져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자탁구가 이젠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북한은 물론이고 일본, 대만, 홍콩, 싱가로프 등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아시안게임을 위한 세대교체, 이제 그 빛을 본다

현재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여자탁구 대표팀은 맏언니 이은희(28·단양군청)와 함께 에이스 서효원(27·KRA한국마사회), 전지희(22·포스코에너지), 박영숙(26·KRA한국마사회)와 막내 양하은(20·대한항공)으로 구성돼 있다. 서효원과 박영숙은 대표팀 경력이 많지만 전지희나 양하은은 이제 막 20대 초반이다. 5명 가운데 20대 초반 선수 둘이 합류하면서 평균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세대교체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석(52) 여자대표팀 감독은 세대교체 때문에 그동안 여자탁구가 전력에서 밀렸을 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당장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세계선수권이라는 큰 대회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며 아시안게임에 철저하게 대비해왔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 여자복식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박영숙(왼쪽)과 양하은이 태릉선수촌 탁구 체육관에서 진행한 훈련에서 김형석 여자대표팀 감독의 조언을 듣고 있다.

김형석 감독이 전략 종목으로 꼽는 것은 복식이다. 여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서 충분히 금메달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예상이다.

김 감독은 "완전히 정한 것은 아니지만 박영숙과 양하은, 전지희와 이은희가 짝을 이뤄 복식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여자 복식과 혼합 복식은 탁구의 4개 종목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략종목이다. 중국과 실력차는 분명 있지만 조금만 더 훈련해서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대등한 위치이기 때문에 모든 포커스를 복식에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 차세대 여자탁구 주역 양하은에 쏠린 기대

대표팀 선수와 코칭 스태프에게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를 꼽아달라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양하은을 얘기한다. 이제 갓 20세 약관의 양하은은 대한항공 입단 전인 고등학생 때부터 차세대 한국 여자탁구의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이제 그는 어느덧 차세대 주역의 선두주자가 됐다.

겨우 16세이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대표팀에 뽑혀 출전했던 그다. 어린 나이지만 그 누구보다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갖고 있다.

김형석 감독은 "막내지만 한국 여자탁구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최근 코리아오픈에서도 단식 4강까지 오르며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단식과 여자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에 모두 투입된다. 힘든 경기 일정이겠지만 충분히 해낼 선수다. 한국 여자탁구의 차세대 기수가 될 선수로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여자탁구의 차세대 주역으로 꼽히고 있는 양하은이 태릉선수촌 탁구 체육관에서 진행한 훈련에서 공을 넘기고 있다. 양하은은 여자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에 모두 출전할 예정이다.

맏언니 이은희도 자신보다 8세 어린 막내 선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은희는 "어린 나이지만 경험도 많다. 큰 대회 경험은 오히려 나보다 많다"며 "상대 선수의 공격을 잘 견딘다. 공격력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이것만 보완한다면 단식 4강까지도 오를 재목"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물론 양하은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아직까지 자신은 멀었다는 것이다. 양하은은 "아직까지 배워나가는 단계다. 중국 선수와 경기할 때면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을 언제나 느낀다"며 "(박)영숙 언니와 함께 출전할 여자 복식이나 이정우(30·울산시탁구협회) 오빠와 함께 나갈 혼합복식이 기대된다. 선배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지금 목표"라고 말했다.

◆ 조선족 귀화선수 전지희, 중국 부담 이겨낸다

탁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게임이다. 조금만 정신력이 해이해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실수가 연발해 자멸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탁구다.

이 때문에 김형석 감독은 전지희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걱정이 많다. 대표팀과 함께 포스코에너지 여자탁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이 중국에서 데려온 선수가 바로 전지희다.

한국 탁구에서 중국 귀화선수가 몇몇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2007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던 당예서(33·대한항공)가 있었다. 당예서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 팬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중국 언론 역시 그를 흔들어놓기 위한 공작(?)을 하기도 했다.

▲ 전지희(왼쪽)와 이은희가 태릉선수촌 탁구 체육관에서 여자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복식조를 구성해 여자복식과 단체전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때문에 중국 팬들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중국 팬들이 전지희를 흔들어놓는 응원전을 펼친다면 정신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또 마음의 상처를 받아 스스로 무너질 위험성도 안고 있다. 물론 전지희는 순수 중국인인 당예서와 달리 조선족 출신이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역시 중국팬들의 집중적인 야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형석 감독은 한국스포츠개발원의 도움으로 심리 상담과 멘탈 훈련에 힘을 쓰고 있다. 또 김형석 감독 역시 당예서의 예를 들면서 전지희에게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중국 현지에서도 전지희의 발언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다. 전지희가 '중국을 이기겠다'는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중국 언론에서 이를 확대해 크게 알린다"며 "그러나 귀화 선수가 거쳐야 할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며 잘 다독여준다. 게다가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인만큼 선수들의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기술 훈련보다 멘탈 훈련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시아 5개국이 펼칠 단체전 경쟁, 서효원을 믿는다

'얼짱 스티'로 더 잘 알려진 서효원은 팀내 에이스로 단체전과 개인전 단식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하지만 역시 단식에서 중국이 초강세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서효원이 풀어줘야 할 종목은 역시 단체전이다.

단체전은 단식 4경기와 복식 1경기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3경기를 먼저 이겨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서효원이 나갈 경기가 2경기다. 서효원이 자신이 맡은 2경기만 제대로 따내준다면 복식이나 단식 2경기 가운데 하나만 따내도 이길 수 있다. 그만큼 에이스의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단체전은 중국과 북한, 일본, 홍콩, 싱가포르까지 5개국이 한국의 경쟁상대다. 이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는 중국계 선수가 많아 사실상 중국팀이나 다름없다. 중국 대표 선수가 되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귀화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도 전력이 급상승해 이젠 한국 여자탁구와 실력이 거의 비슷하다.

▲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에이스 서효원이 태릉선수촌 탁구 체육관에서 공을 넘기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서효원은 개인단식은 물론이고 단체전 단식에서 팀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에 북한의 참가는 대표팀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은 적지만 중국과 거의 비슷한 전력이라는 것이 김형석 감독의 분석이다.

단체전에서 결승까지 나가 중국과 맞붙으려면 최소 2개국, 많으면 3개국을 넘어서야만 한다. 대표팀이 모두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대들이다. 팽팽한 접전 속에서 결승까지 나가 최소 은메달이라도 확보하려면 역시 서효원이 제몫을 해줘야 한다.

또 단체전의 중요성은 대표팀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일정상 단체전을 먼저 치른 뒤 개인전으로 넘어간다. 만약 단체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따낸다면 개인전에서 자신감을 얻어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이래저래 '에이스'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김형석 감독은 "결승까지 올라가 중국과 맞붙는다면 이 가운데 서효원의 역할이 80~90%는 될 것"이라며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좋고 홍콩, 싱가포르, 일본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서효원이 이겨주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술적인 보완만 제대로 된다면 충분히 자기 몫을 해줄 선수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건다"고 밝혔다.

[취재후기] 여자탁구의 아시아 무대는 세계 무대의 축소판이다. 축구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대회가 '미니 월드컵'이듯 여자탁구의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올림픽이나 다름 없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도 4강에 오른 팀은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 모두 아시아팀이었다.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한국 여자탁구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의 나래를 펼 준비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이제 컨디션은 85% 수준까지 올라왔다. 남은 한 달 동안 나머지 15%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한국 여자탁구의 한 달 뒤 달라진 면모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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