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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에 빙의된 수원FC 김병오, '더비의 사나이'로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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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에 빙의된 수원FC 김병오, '더비의 사나이'로 뜨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5.14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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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과 경기에서도 동점골 터뜨리며 1만 관중 앞에서 최고의 경기력…성남과 깃발더비서도 득점포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수원 삼성이 '왼발의 사나이' 염기훈의 프리킥 골로 첫 K리그 수원더비의 승자가 됐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수원종합운동장에 모인 1만1866명 관중들의 관심을 받았던 선수는 김병오(27·수원FC)였다. 비록 수원FC가 지긴 했지만 김병오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됐다.

김병오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홈경기에서 소속팀 수원FC가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26분 동점골을 넣으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김병오는 올 시즌 2호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켰다.

이날 김병오의 골 장면은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보는 듯 했다. 수원FC를 연호하는 한 팬은 "우리 팀의 호날두"라며 김병오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FC 김병오가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6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전반 부진 털어버린 김병오의 골, 빠른 돌파로 수원 삼성 수비를 무너뜨리다

수원FC의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은 김병오는 단독 드리블 돌파로 단숨에 수원 삼성 진영으로 넘어왔다. 중간에 공을 뺏기긴 했지만 김병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공을 찾아왔다. 이어 오군지미와 일대일 패스를 통해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돌파, 침착하게 수원 삼성의 골문을 열었다.

이후에도 김병오는 수원 삼성의 진영을 돌파해들어가는 움직임으로 조덕제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등번호도 똑같이 7번이었으니 이날만큼은 호날두에 빙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병오가 후반에 골을 터뜨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덕제 감독의 꾸중을 들었다. 사실 전반을 끝내고 라커룸에 들어가 조덕제 감독으로부터 질책을 받지 않은 수원FC 선수는 없었다.

조덕제 감독은 "전반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경기하면 팬들 다 떨어져나간다. 이런 경기를 누가 보러오겠느냐'고 선수들을 질타했다"며 "오군지미, 김병오 할 것 없이 대체 어느 선수를 바꿔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질책을 받은 선수들이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후반에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병오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조덕제 감독의 질책이 '보약'이 됐다고 밝혔다. 김병오는 "사실 전반에 어떤 질책을 받아도 할말이 없는 경기를 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며 "처음 당황한 것도 많아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했는데 마음껏 경기를 해보라는 감독님 말에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 김병오가 지난 3월 성남FC와 '깃발더비'에서도 동점골을 넣은데 이어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넣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넣은 2골이 모두 더비 매치에서 나왔다. 사진은 성남과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는 김병오. [사진=스포츠Q(큐) DB]

◆ 수많은 관중 앞에서 더욱 신나는 플레이, 빅매치일수록 힘이 난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김병오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넣은 2골이 모두 수원FC의 '빅매치'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김병오는 지난 3월 19일 성남FC와 '깃발 더비'에서 후반 20분 이재안의 크로스를 받아 왼발로 결정지으며 수원FC의 창단 첫 K리그 클래식 골을 넣었다.

성남과 경기에서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김병오는 한동안 득점포를 터뜨리지 못하다가 공교롭게도 수원 삼성과 수원더비에서 시즌 2호골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장기인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김병오는 "오늘처럼 원정 관중석이 가득찬 경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며 "우리 서포터는 아니었지만 수많은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1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골을 넣은 기분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수원FC가 1-2로 져 마음껏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어느정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또 김병오는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것에 대해서도 만족을 표시했다. 김병오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서 뛰는 등 어렸을 때 서정원 감독님을 만나 많은 지도를 받았다"며 "상대팀으로 만나서 감회가 새로웠다. 어렸을 때 김병오보다 지금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김병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비록 이날 맨 오브 더 매치는 결승골을 넣은 염기훈에게 돌아갔지만 경기가 1-1로 끝났더라면 다시 한번 김병오가 최고의 선수가 될뻔 했다. 충주 험멜 등 K리그 챌린지는 물론 내셔널리그 팀에서도 뛰는 등 빛을 보지 못했던 김병오가 '더비의 사나이'로 떠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FC 선수들이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6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김병오를 축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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