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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심판 매수 스캔들', 경남에 이어 K리그 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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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심판 매수 스캔들', 경남에 이어 K리그 또 충격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5.23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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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스카우터가 심판에게 금품 제공…연맹 "사실 확인되면 상벌위원회 곧바로 개최"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K리그가 다시 한번 '승부조작 스캔들'로 충격에 빠졌다. K리그 클래식의 최고 명문 구단인 전북 현대가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한국 축구판에 큰 상처를 남겼다.

부산지방검찰청은 23일 "경기 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3년 당시 K리그 소속 심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며 "이들에게 돈을 준 구단은 전북으로 확인됐다. 수사결과 심판들은 2013년 전북 관계자로부터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경기당 100만원씩 받았다"고 발표했다.

▲ 전북 현대가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K리그가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스포츠Q DB]

부산지검의 발표에 전북 현대 구단도 곧바로 이를 인정했지만 개인의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전북은 "자체조사 결과 수백만 원의 뒷돈을 심판에게 건넨 사람이 전북의 스카우터라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스카우터는 구단에 보고없이 개인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며 "23일자로 직무가 정지됐으며 추후 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개인의 행동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전북의 이미지 실추로 팬들에게 상처를 줘 사과드린다. 스카우터가 스포츠 정신에 벗어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남도 승점 10점 감점으로 올시즌 시작, 전북이라 더 충격

이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북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상벌위원회 개최에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러 징계 규정 가운데 어떤 것을 적용할지를 두고 상벌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다. 승점 삭감이 필요하다면 그 시점이나 규모 또한 상벌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 지난 시즌 심판 매수 혐의가 발각되면서 올 시즌을 승점 10점이 깎인채 시작했다. 승점 10점을 만회하기 위해 K리그 챌린지 개막후 10경기가 넘어가서야 가까스로 승점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그만큼 순위 경쟁에 불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남과 전북은 위치가 다르다. 경남은 K리그 챌린지인 반면 전북은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항상 우승을 놓고 다투는 강팀이다. 전북이 경남처럼 승점 10을 감점당한채 시작한다면 사실상 우승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AFC로부터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사실이 밝혀진다면 당장 올 시즌 적용은 어렵겠지만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점 삭감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사실상 16강에 올라가지 못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일각에서는 전북의 강등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이탈리아 세리에A 의 유벤투스도 2006년 심판매수를 통한 승부조작 때문에 세리에B로 강등되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전북이 만약 챌린지로 강등된다면 올해부터 시작한 '비전 2020'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전북의 '비전 2020'은 구단 100년 대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구단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전북 현대는 심판에 대한 매수가 스타우터 개인의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파장은 실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스포츠Q DB]

◆ 심판 믿기 힘들어진 것이 문제, 신뢰를 끌어모을 방법은

전북이 승점 삭감 또는 강등, 100년 대계 차질 등을 걱정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더 심각한 것은 K리그를 믿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고 승부조작을 위해 금품을 건넸고 이를 심판이 받아들였다는 것은 신뢰에 큰 금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년에 일어났던 일이라며 지금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악의 뿌리는 언제 어디서나 살아있다. 뿌리를 확실하게 잘라내지 않는다면 심판 매수 스캔들은 언제든지 터져나온다. 연맹이 심판의 윤리의식 강화를 촉구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일탈이라는 전북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심판 매수는 막기 힘들다.

연맹의 상벌위원회에서 '철퇴'와 같은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악의 뿌리는 되살아날 것이다.

팬들의 신뢰를 다시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도 강구되어야 한다.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이 일어난 뒤 팬들의 신뢰와 인기는 아직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등 승강제의 등장과 함께 더비 매치의 실현 등 다양한 스토리라인으로 조금씩 인기를 회복하려고 할 때 심판 매수 스캔들이 다시 터졌다. 연맹의 뼈를 깎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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