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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영국 EU탈퇴 '브렉시트 후폭풍', EPL 축구시장이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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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영국 EU탈퇴 '브렉시트 후폭풍', EPL 축구시장이 요동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25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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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화 급락으로 선수 몸값 폭등…EU 선수들도 취업허가 필요, 억지 이적 가능성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브렉시트' 영국 EU탈퇴 후폭풍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하늘을 치솟는 TV 중계권료로 지갑이 두둑해져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사모으고 있는 EPL 구단이 브렉시트 영향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영국 전역에서 24일(한국시간) 진행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51.89%가 탈퇴를 선택함으로써 브렉시트가 현실이 됐다. 이로써 영국은 1975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탈퇴 국민투표에 이어 두번째 시도 만에 EU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 후폭풍이 사회 전반에 미친다는 점이다. 브렉시트를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스포츠, 이 가운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든 EPL이다. 이미 유럽축구선수권 유로2016 이후 본격적으로 뜨거워질 유럽 이적시장에서 브렉시트가 몰고올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 요동치는 환율, 선수 영입 준비하던 EPL 구단 최대 걸림돌

영국은 EU에 가입하고 있었을 때도 유로화(貨)가 아닌 파운드화를 쓰고 있었다. EPL 구단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이탈리아 세리에A 등에서 선수들을 데려오려고 할 때면 환차익 또는 환차손이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파운드화가 급락, EPL 구단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4일 1유로에 한때 0.761파운드였던 환율은 브렉시트가 확정된 뒤 0.831유로까지 치솟았다.

차이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EPL 구단이 느끼는 부담은 어마어마하다. 만약 1000만 유로의 이적료가 발생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EPL 구단은 761만 파운드만 지불하면 될 것을 10%에 가까운 70만 파운드가 늘어난 831만 파운드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시 안정 기조로 들어섰지만 환율은 언제 또 급변할지 모른다.

이에 대해 사이먼 채드윅 샐포드대 스포츠산업학 교수는 24일 영국 BBC 방송을 통해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EPL 구단은 선수들을 데려오기 위해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채드윅 교수는 당장 유럽축구선수권권 유로2020에 미치는 영향도 걱정하고 있다. 유로2020부터는 특정국에서 경기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대회가 열린다. 이 가운데 준결승과 결승전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유로2020 대회 수익금을 놓고 세금 계산 등 여러가지가 복잡해진다. 채드윅 교수는 "영국 연방이 아닌 EU 회원국끼리 경기가 벌어질 경우 상금같은 세금 계산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또 그렉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도 BBC 방송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잉글랜드 축구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며 "유럽의 최고 선수들이 EPL로 오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 취업허가서 못받을 선수 수두룩…레스터 우승 주역 캉테도 떠날 운명

EPL 구단이 몸값 폭등에 고민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빙산의 일각 아니 얼음 덩어리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파운드화가 10% 가까이 폭락했다고 하더라도 지갑이 이미 두둑해진 EPL 구단이 마음만 먹으면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취업허가서, 즉 워크퍼밋이다. 그동안 EPL은 영국이 EU에 가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EU 시민권만 있는 선수들을 아무런 제약없이 데려올 수 있었다. 남미 출신 선수들이라도 EU 시민권으로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면 역시 취업허가서가 필요없었다. 아스날 같은 팀은 한때 베스트 11을 잉글랜드 출신이 아닌 선수들로 메웠을 정도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확정되면서 이젠 영국 외 유럽 선수들도 취업허가를 받아야만 EPL에 들어올 수 있다. BBC는 "브렉시트 때문에 EPL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에서 뛰고 있는 332명의 선수들이 취업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레스터시티의 우승 주역인 은골로 캉테(프랑스)처럼 뛰어난 선수들도 취업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햇다"고 전했다.

물론 EPL 구단이 정말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될 경우 특별 조치를 통해 데려올 수는 있지만 영국의 취업허가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영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과 최근 2년 동안 A매치 출전 비율로 취업허가를 내주는데 FIFA 랭킹 10위권일 경우 A매치 30%, 11~20위는 45%, 21~30위는 60%, 31~50위는 75%를 뛰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규정 때문에 김보경(전북 현대)도 짐을 쌌고 윤석영(전 퀸즈 파크 레인저스)도 방출됐다.

지금 현재 규정대로라면 BBC가 언급한 캉테 외에도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깜짝 발탁한 프랑스의 앙토니 마샬(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팀을 떠나야 한다. 그동안 EPL 구단은 EU 출신 선수들을 아무런 제약없이 데려오면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등을 어렸을 때 영입해 세계 특급 스타로 키웠는데 이젠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물론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을 대거 중용할 수 있는 반대급부가 있긴 하다. EU 시민권을 가진 유망주들을 데려오지 못하는 그 자리를 영국 유망주로 메울 수 있게 돼 상대적으로 잉글랜드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고든 테일러 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유망주들이 출전, 발탁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브렉시트로 환경이 나아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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