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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아가씨' 김민희 "연기의 힘은 영화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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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아가씨' 김민희 "연기의 힘은 영화 현장에서"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6.30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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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히데코의 입으로 듣는 대사에 마음이 찌르르한 관객들이 적지 않다.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하녀 숙희(김태리 분)의 만남은 그렇게 은밀하고 아름다웠다.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박찬욱 감독이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원작의 빅토리아 시대를 일제강점기로 옮겨왔고, 귀족 모드는 '히데코'란 이름의 일본인으로 바뀌었다. 김민희는 처음으로 일본인 캐릭터를 맡아 고혹적인 연기를 펼쳤다.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박찬욱 신작의 주연배우로 김민희가 캐스팅됐단 소식에는 많은 이들이 놀랐다. 박찬욱은 '뜨거운 것이 좋아'(2008)를 뒤늦게 본 후 김민희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 '아가씨' 김민희 [사진=퍼스트룩 제공]

"'뜨거운 것이 좋아'를 엄청 좋게 보셨더라고요. 일찍 봤다면 당장 뭐라도 했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뜨거운 것이 좋아'는 세 여자의 뜨겁고 징글징글하며 열정적인 연애담을 담은 영화다. 김민희 역시 박찬욱의 '올드보이' '박쥐'와 같은 전작들을 보며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비로소 '아가씨'의 히데코가 됐다. 김민희는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지만, 캐스팅되기 전 이미 영국 드라마 '핑거 스미스'를 봤다고 했다. 

"드라마도 재밌지만, 제겐 '아가씨'의 시나리오가 더 재밌었어요. 캐릭터가 더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았거든요. 시나리오를 보며 어떤 식으로 나올까 상상했고, 현장에서도 떠올려봤던 그림들이 있었는데, 실제 영화는 제 생각보다도 화려하고 대단하게 나온 것 같아요."

◆ '아가씨'가 된 김민희 "어떤 영화든 힘든 부분은 있죠"

김민희가 기억하는 '아가씨'의 첫 촬영 장면은 히데코가 숙희에게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서재를 보여주기 전 "좋은 데 갈래?"라고 묻는 대목이다. 이 대사는 과거 코우즈키가 히데코를 지하실로 데려가기 전 했던 말이기도 하다. 서재를 본 숙희는 그동안 히데코가 어떤 일들을 겪어왔는지 알게 되고, 분노해 책을 찢어버린다.

"'좋은 데 갈래?'라는 대사가 첫 촬영이었는데, 처음이니까 불안한 거예요. 한마디지만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쌓여 있어야 하니까요. 어떻게 해야 맞는걸까 고민했는데 촬영 후 감독님께 여쭤보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후부터는 앞에서 했던 것들을 기억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서 계산이 됐어요."

▲ '아가씨' 김민희 [사진=퍼스트룩 제공]

속박당해 살아온 히데코와 길들여지지 않은 숙희는 걷잡을 수 없이 서로 끌리기 시작한다. 히데코는 자신을 속여 팔아넘기려는 숙희의 계획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혼란을 표현했다. 극중 김태리와 소화한 키스신, 베드신도 화제가 됐다. 박찬욱 감독이 두 배우를 배려해 현장 스태프들을 모두 내보내고 무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박찬욱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분명했기 때문에, 배우들은 따르려 노력하며 더 손댈 게 없었다는 설명이다.

"관객에게 신선했던만큼 배우로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 김민희는 담담히 대답했다.

"어떤 영화든 힘든 부분은 있으니까요. 그건 제가 소화해야 하는 거고요. 단지 어떻게 잘, 즐겁게 기분 전환을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제가 좀 편히 잘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즐길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즐겁게 했죠. (즐길 수 없었던 부분이라면요?) 베드신이요. 베드신은 즐길 수 없죠.(웃음)"

'아가씨'에서 소화한 파격적인 러브신이 앞으로의 작품 선택에도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까 물었다. 

"'아가씨'에서 이런 연기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노출, 베드신이 있는 작품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기보다는 뭐든 새로운 것이라면 자연스럽게 할 것 같아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즐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작품, 캐릭터가 다양한 것 같고요."

▲ '아가씨' 김민희 [사진=퍼스트룩 제공]

◆ 일본어 연기 소화, 억양 완벽히 외우고 감정 넣기까지 

'아가씨'에서 김민희는 수준급의 일본어 연기를 소화한다. 김민희는 이전까지는 전혀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촬영 전 2월부터 5월까지 배우고, 현장에도 늘 1:1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선생이 동석했다. 언어학 교수, 일본 배우 등으로 구성된 선생들이었다.

"조감독님도 그렇고, 현장 스태프들 중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일본 분이 많았어요. 그날그날 찍으면서도, 후시작업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일본어에 공을 정말 많이 들였어요. 일본인으로 나오니 대충해서는 안된다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억양 하나 흐트러지지 않도록 따라하며 익혔죠.

그런데 대사를 하다보면 감정을 넣게 되는데, 그러면 소리가 달라지고 원래 뜻과는 달라지게 되는 거예요. 그걸 익히느라 좀 고생했죠."

이날 인터뷰 중 김민희는 일본어 연기에 대한 질문에 가장 길게 답해, 관련된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완벽하게 익힌 후 대사를 제 스타일대로 조금 바꾸고 감정을 넣어봤는데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정해진 틀을 익히고 나니 그 틀 안에서도 조금씩은 변화를 주는 게 가능했어요. 입에 익기까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엔 즐거웠어요.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자체가 흥겨운 거죠. 가끔씩은 평소에도 혼자 대사를 해 보기도 해요."

그렇게 열심히 익힌 일본어지만, 실제로는 활용할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제가 '아가씨'에서 한 일본어 대사는 1930년대 쓰이던 말이라, 현대 사람들은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종의 사극톤이라서, 일상에서 '이보시오'라고 하는 것 같은거죠. 일본 여행에도 못 쓰는 말이라 아쉬워요."

▲ '아가씨' 김민희 [사진=퍼스트룩 제공]

◆ '굿바이 솔로'로 느낀 연기 재미, 영화 현장 어울림 즐거워 

반갑지 않을 얘기일 수 있겠다. 연기력 논란 관련해서다. 김민희는 모델로 데뷔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 '순수의 시대' 등 각종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어색한 연기로 혹평을 받았다. 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된 건 2006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굿바이 솔로' 때부터다. 김민희는 "하고싶은 일을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굿바이 솔로' 부터 그전엔 몰랐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연기자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미란 건 결과물에서도, 연기하는 과정에서도 느끼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게 커요. 특히 영화 현장을 너무 좋아해서 계속 영화를 해요. 그동안 좋은 감독님들을 만났고 작업하며 좋은 인연을 맺었어요. 연기를 떠나 다른 면에서도 얻는 것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현장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김민희는 드라마 복귀에 대한 생각은 없다. 김민희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현재에 만족하고 편안해요"라고 답했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했다. 수상하진 못했지만 김민희는 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칸에 다녀온 소감'을 묻자 "칸에 다녀왔습니다"라며 짧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칸 영화제에 갔던 김민희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을 촬영하기도 했다. 김민희는 영화제와 영화촬영 일정을 동시에 소화했다. 바쁜 일정으로 쉴 틈 없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칸의 사람들은 김민희에게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개인 여행으로라도 칸에 가본 적은 없나요?) 개인적으로 칸에 가 본 적은 없어요. 저는 여행을 간다면 직항으로 가니까.(웃음) 칸에서 놀라웠던 건 영화제 때문에 차량통제를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 협조해준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동안의 전통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겠지만요."

[취재후기] 김민희는 인터뷰 중 예상치 못한 답변을 종종 해, 웃음을 자아냈다. 

#1. '아가씨'의 김해숙(사사키 부인 역), 문소리(이모 역)가 작은 비중에도 큰 존재감을 남겼다는 말이 나오자.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부러워요. 짧게 나와도 큰 존재감을 줄 수 있으시고. 저도 짧게 촬영을….(웃음)"

#2. 그동안 출연한 작품을 잘 봤다는 인사에. "어떤 작품을 재밌게 보셨는데요? 이런 말 들으면 정말 궁금해요. 제가 인터뷰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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