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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6) 뮤지컬 '난쟁이들'·'비스티' 송유택, 이토록 사랑스러운 배우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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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16) 뮤지컬 '난쟁이들'·'비스티' 송유택, 이토록 사랑스러운 배우 (인터뷰Q)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6.07.0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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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지난 2010년 뮤지컬 ‘스페셜레터’를 통해 데뷔한 송유택은 ‘킹키부츠’,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젊음의 행진’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뮤지컬 ‘난쟁이들’에서는 찰리를 연기했고, ‘비스티’에서는 강민혁을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스포츠Q(큐) 글 이은혜·사진 이상민 기자] 고등학생 시절 같은 연습실을 사용하던 연극부의 축제 무대를 보고 ‘신세계’를 보게 됐다. ‘재미있는 내용으로 연기도 하고 춤도 추는’ 친구들을 보며 흥미를 갖게 된 송유택은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시기 과감하게 연기를 선택했다.

마냥 즐겁고 신나기만 했던 연기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현실로 다가왔다. ‘연기’가 아니라 ‘입시’가 힘들었던 송유택은 대학에 진학한 뒤 상대와 호흡하는 법을 배웠고, 공연 하나를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배우’로 성장했다.

◆ 동화나라의 잊혀지지 않을 찰리, 송유택

 

‘현실에는 없는 동화나라 이야기’가 제대로 통했다.

지난 2014년 예그린 앙코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이듬해 초연을 시작한 뮤지컬 ‘난쟁이들’은 ‘동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난쟁이들’ 속 나이 든 일곱 번째 난쟁이 빅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젊은 난쟁이 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사람들한테 잊히면 늙잖니”

사람들 기억 속에 자리 잡아 영원히 늙지 않을, 새로운 동화의 또 다른 주인공 배우 송유택에게 뮤지컬 ‘난쟁이들’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지 궁금했다.

“‘난쟁이들’ 같은 경우도 초연 때부터 봤어요. 사실 이 작품의 형식이 저한테는 정말 독특했어요. 퓨전 예술을 보는 것 같은 오묘함이 있었어요. ‘애드리브나 뭘 해도 포용되는 공연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재미있게 본 뮤지컬이 맞는데 ‘재미있게 본 뮤지컬’ 목록에 포함을 시켜야 해, 말아야 해? 이런 생각.”

오디션 이후 ‘난쟁이들’ 2차 팀에 합류하게 되며 찰리를 연기하게 된 송유택은 ‘5살 순수한 찰리’부터 ‘꿈을 찾아 떠나는 청년 찰리’, ‘사랑을 찾은 찰리’까지 표현해야 했다. 그는 찰리를 때로는 귀엽게, 그리고 가끔은 발칙하게 그려냈다.

“‘찰리인 내가 잘 해야 하고,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려면 내가 더 마음을 넓게 쓰고, 연기적으로도 넓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담감을 스스로 끌어안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부담의 연속인 거예요. 그래서 ‘대화’를 많이 했고, 엄청 들이댔죠. 그냥 토시 하나 거슬리고 ‘아, 이건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면 다 물어봤어요. 새벽에 문자 한 적도 있어요. ‘여기서 이 뜻은 왜 이래요?’, ‘여기서는 왜 얘가 반말을 해요?’, ‘여기서 왜 춤을 춰요?’ 근데 다들 그러시더라고요. ‘유택아, 일단 한 번 해 봐. 왜 그렇겠니. 해 봐.’”

뮤지컬 ‘난쟁이들’의 찰리는 어린 시절 동화 나라 이야기에 감명받고 ‘왕자’가 되겠다는 ‘사회적 성공’을 꿈꾼다. 그러나 찰리는 결국 ‘왕자’가 되지도, ‘공주’의 사랑을 얻지도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극중 난쟁이 찰리는 ‘공주를 만나겠다’는 꿈을 이루는 대신 난쟁이가 된 인어와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고, ‘해피엔딩’이라고 노래한다.

“어린 찰리의 대사는 ‘그럼 나 왕자님 될래, 그래서 공주님 만날 거야’ 거든요. ‘나 공주님 만날 거야, 그래서 왕자 될 거야’가 아니에요. 물론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찰리도 혼란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공주 만나 왕자 되려고’했으면 신데렐라랑 키스했겠죠. 근데 그게 아니라 인어의 희생을 알게 되고 그걸 통해서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됐잖아요. 얘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인 것 같아요”

◆ 뮤지컬 ‘비스티’, 개츠비의 새로운 선수, 강민혁

 

뮤지컬 ‘난쟁이들’ 공연을 끝낸 송유택은 영화 ‘비스티 보이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비스티’에서 호스트바 ‘개츠비’의 선수 강민혁을 연기하게 됐다. 송유택은 인터뷰 당일에도 ‘비스티’의 오전 연습을 마치고 등장했다. 그에게 기존의 캐릭터들과 다른 성향의 캐릭터인 ‘강민혁’을 원 캐스트로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은지 물었다. 그의 답은 “괜찮아요”였다.

“텍스트로 봤을 때는 민혁이가 차갑고, 양아치스럽기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연습을 하면서 느끼지만 민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개츠비’ 안에서 나름대로 유연한 인물이더라고요, 자기만의 꿈도 있고.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날 수 있는,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친구거든요. 그런 걸로 치면 여태껏 했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그리고 또 ‘비스티’가 심하게 어둡고 침울하고 그렇지는 않아서…”

“사실 실생활 연기는 좀 어려워요. 아무래도 직접 ‘호스트바 선수’의 생활을 겪어 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심하게 놀아 본 적도 없고. 저희 작품에 포커 치는 신이 나오는데 저는 카드 게임을 보이스카우트 이후로 해 본 적이 없어요. 요즘 형들이 알려줘서 하고 있는데 이런 연기나 민혁이가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들을 몸에 붙이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주머니에 손을 이렇게 많이 넣어 본 적 없어요. 욕하는 것도 그렇고.”

지난 1일 공연을 시작한 ‘비스티’. 그 무대에 오른 송유택은 공연이 거듭될수록 디테일에 섬세함과 깊이가 더해지며 자신만의 민혁이를 그려내고 있다.

◆ ‘여신님이 보고 계셔’부터 ‘난쟁이들’까지…“전부 특별해요”

 

지난해 송유택은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출연하며 솔직하고 유쾌한 국군 상병 신석구를 연기했다. 그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대해 ‘연기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안겨 준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송유택에게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꼭 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였다. 그는 초연부터 재연까지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극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그런 그에게 이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설레고 행복한 일임과 동시에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부담이 많았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짐을 많이 준 것 같아요. ‘넌 잘 해야 돼. 네가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니까, 좋은 역할이니까. 이 장면에서 확실하게 보여줘야 해’ 스스로에게 이런 시련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는 혼자 생각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이렇게 하면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받아주겠지’하고 혼자 생각 한 거예요. 그런데 연기나 공연은 그게 아니잖아요. ‘여신님’을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많이 맞춰 볼수록 좋은 그림이 나온다는 걸 알았어요”

송유택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모든 역할이 힘들었고 특별했다”라고 입을 열었지만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석구를 가장 먼저 ‘힘들었던 역할’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송유택은 ‘그 외 특별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지 못 했다. 그는 “이런 답변 안 좋아하실 거 아는데, 다 특별해요. 다 이야기해도 돼요?”라고 물었고, ‘젊음의 행진’의 상남이, ‘난쟁이들’의 찰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젊음의 행진’ 상남이 같은 경우도 굉장히 특별했어요. (전) 역산이 형이 워낙 잘 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형이랑 더블이 됐다고 했을 때 ‘내가 지금 누구랑 이 역할을 하는 건가’했어요. 그리고 형의 상남이와 다른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고, 형이나 주변 동료들이 그런 제 모습을 응원해 주면서 캐릭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게 잘 조절해 주셨어요. 팀워크도 정말 좋았고요”

“‘난쟁이들’ 찰리 같은 경우도 같이 함께하는 배우들의 배려가 정말 고맙죠. 찰리가 동화나라 이야기를 조금 더 신나고 아름답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 덕에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또 제가 준비한 것들을 거부감 없이 즐겨주시는 관객들도 있고요”

◆ 공연 통해 얻는 ‘신선한 자극’…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

 

인터뷰를 통해 만난 송유택은 ‘꿈이 많은 청년’이었다. 그는 과거 토니상에서 9관왕을 차지했던 뮤지컬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인형과 한마음이 돼 공연해야 하는 뮤지컬 ‘애비뉴 큐’(Avenue Q)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송유택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고 공연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면 해외 무대에도 오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송유택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난쟁이들’, ‘비스티’에 참여했지만 아쉽게도 초연 멤버는 아니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는 ‘창작 초연’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다는 말과 연극 ‘에쿠우스’의 알런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다른 배우분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들 ‘창작 초연’이 즐겁대요. 초연 멤버들이 주는 힘이나 호흡, 작품이 만들어지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어요. 내가 처음이 돼서 연기하는 거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에쿠우스’로 시험 본 적 있어요. 아무도 없는 텅 빈 무대에 조명 하나, 의자 하나 놓고 연기한 기억이 나요. 사실 ‘에쿠우스’도 한 3번은 봤어요. 이건 정말 하고 나면 어떤 느낌일지 경험해 보고 싶어요. 정말 대단한 배우분들이 하셨고, 극 자체가 제가 깊이 연구해야 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뮤지컬 ‘빨래’는 모든 넘버를 외울 정도로 좋아하고, ‘내 마음의 풍금’ 강동수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남아 있는 송유택에게는 ‘무대 위에’ 오르는 것 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보였다.

“주변에서 그래요. ‘넌 젊잖아, 아직’ 그런데 또 다른 곳 가면 ‘너 이제 스물아홉 다 됐어’하는데 저는 제가 젊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싶거든요. 그래서 많은 걸 경험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스튜디오도 하나 차리고 싶어요. 춤추는 걸 좋아하니까 춤도 추고, 연기 연습도 마음껏 하고. 작품도 만들어 보고 싶은데 만들게 된다면 거기서 연습도 할 수 있게. 그리고 작곡도 배우고 싶고. 작곡, 안무, 연출. 저 혼자 다 해 보고 싶어요.”

 

무대 안팎으로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송유택은 공연 무대에 직접 오르는 배우인 동시에 공연을 사랑하는 팬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공연도 많고, 여러 번 본 공연도 많다. ‘회전문’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공연을 ‘영업’ 할 줄도 안다.

참여하는 공연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극을 보러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송유택은 여전히 다른 배우들의 무대를 보며 자극을 받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다른 공연을 많이 보는 이유는 더 넓게 알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그걸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을 얻어요. 사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성격 때문에 혼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다 보면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좀 국한될 것 같아서, 새로운 자극이나 신선함을 받아야 해요.”

송유택은 이날 ‘무대 예술이 주는 1회성’을 자신이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는 단 한 번뿐인 공연 시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호흡이 주는 쾌감.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 만들어 내는 동료들, 관객들에게 힘을 얻고 있었다.

새로운 자극과 신선함을 좋아하는 송유택의 무대는 늘 새롭고 자유분방하다. 아마 그가 가진 생각들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 보인다.

[취재 후기] “아, 저도 녹음해도 돼요?”

본격적인 인터뷰 전 녹취를 시작하자 그 모습을 말갛게 바라보고만 있던 송유택이 던진 질문이었다. 이날 만난 송유택은 장난스러울 것만 같은 모습과는 다른 섬세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송유택의 섬세함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흘러나왔다. 되묻는 질문도 많았고, 단어 선택도 조심스러웠다. 그의 얼굴 위로 ‘작고 소중하다’와 ‘섬세하고 사랑스럽다’는 말이 겹쳐지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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