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23:32 (월)
[인터뷰Q] 16년차 배우 손예진의 무한도전
상태바
[인터뷰Q] 16년차 배우 손예진의 무한도전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7.26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자 Tip!]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갈리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배우 손예진을 새롭게 보게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8월3일 개봉을 앞둔 '덕혜옹주'에 앞서, 손예진이 먼저 관객을 만난 작품은 지난 6월23일 개봉한 '비밀은 없다'다. '비밀은 없다'에서의 손예진의 연기에는 극찬이 쏟아졌다. 개봉 한 달째인 현재, 상영관이 적음에도 늦게 입소문을 듣고 찾아가 보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비밀은 없다'는 중학생 딸을 잃어버린 어머니 연홍(손예진 분)의 이야기다. 딸에 대한 그리움과 애타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연홍의 모습은 '모성애'로 대표되는 신파적 장면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연홍은 절박하고 악에 받친 인간을 표현해 냈다. 

▲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그만큼 연홍을 연기한 손예진에겐 외롭고 처절한 싸움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손예진은 "독특한 컬트영화는 많았겠지만 어떤 작품과 비슷한지 모르겠더라. 참고할 수 있는 작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비밀은 없다'의 독특하고 신선한 연출 때문일까,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방식은 아니었다.

"반응을 좀 찾아봤어요.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더라고요. '좀 이상했다'는 반응도 있었고.(웃음) 어떻게 봐주실지는 저 역시 궁금했던 부분이에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어떤 결과물이 돼 나올지 쉽게 상상할 수 없었죠.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만의 화법으로 표현된 우리 영화만의 독특함과 특별함이 있었죠."

◆ 매너리즘 깨는 도전, 연기적 갈증 해소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의 선택에는 연기적인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매너리즘을 깨고자 하는 시도였다. 손예진은 2001년 MBC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6년차 배우다.

"어떤 지점에서는 연기적인 갈증이 있었어요. 스스로 지겨울 때가 있어요. 연기에 대해 접근해 가는 방식,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점점 익숙해지는 거죠. 그걸 깨고 극복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비밀은 없다'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모든 게 새로웠어요.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이해되는 모호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매력이 있었고, 제 스스로를 깨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스로를 깨는 과정, 그만큼 손예진에게 '비밀은 없다' 촬영장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접근 방식부터 새로웠다.

"연홍의 감정, 대사 톤을 준비해 갔는데 제가 접근하는 방식과 감독님의 시선이 무척 달랐어요. 원하시는 정확한 모습이 있었죠. 예를 들면 저는 '우리 딸이 사라졌어'란 대사를 걱정스러운 톤으로 했지만, 감독님은 좀 더 소리를 지르길 원하셨어요. 일반적인 어머니가 할 만한 표현과는 다른 모습들인데, 곳곳에 그런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감독님과 제가 원하는 지점이 맞닿기 시작했어요. 택시 장면을 예로 들면, 사무 기록지를 달라고 할 때 대사 톤은 슬프지만 그 장면 자체는 웃긴 부분이 있죠. '아이를 잃은 엄마는 이럴 거야'란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걸 깨는 작업을 하니 재밌었어요."

이제까지의 영화에서 제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나온 것 같아서 새롭고, 저도 제가 낯설더라고요. 제 모습을 생소하게 보실 분들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비밀은 없다' 속 이방인 

손예진이 기억하는 '비밀은 없다' 첫 촬영장면은 딸 민진(신지훈 분)의 학교에 찾아간 장면이었다. 연홍은 실종된 딸 민진의 학교생활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학교에 찾아가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실종된 다음날, 학교 창밖에서 미옥(김소희 분)이가 철봉에 얼굴을 대고 있는 부분이요."

연홍의 시점으로 영화는 전개되고, 그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내보인다. 연홍은 자신의 주변에는 못 믿을 사람만이 가득하다고 느끼고, 모두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가운데 홀로 전라도 출신인 것을 숨겼다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등, 다른 이들과 분리돼 보이는 이방인이다.

"영부인을 꿈꿨고, 가수를 꿈꾸기도 하고. 끼와 표현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은 여자이지 않았을까요. 유명 앵커 출신의 남자를 만나면서 꿈을 하나씩 이뤄갔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욕망도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 '비밀은 없다'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연홍의 행동이 있었지만, 이는 역할에 빠져들며 납득됐다.

"기본적으로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는데, 정말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지, 굳이 저렇게까지 자해하면서 찾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지점이 있죠.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분명 있었지만, 빠져서 연기하다보니 더한 것도 하겠다 싶었어요. 우리 삶 중에서도 말이 안되는 게 너무 많지 않나요. 모성은 기본 본능이고, 연홍은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굉장히 강해서 이상한 히스테리, 분노로도 표현되는 거예요. 그래서 연홍의 상황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어요. 자식의 몰랐던 비밀을 알아가는 기분은 어떨까. 복합적인 여러 감정을 느꼈죠."

◆ '덕혜옹주'로 또다시 관객 만나, 실존인물 연기에 큰 부담 

손예진은 오는 8월3일에는 '덕혜옹주'로 관객을 또 한 번 만난다. 지난 2월 개봉한 '나쁜놈은 죽는다', 거슬러 올라가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공범' '타워' '오싹한 연애'…. 손예진은 겹치는 부분이 쉽게 발견되지 않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를 스타로 만든 데뷔초 출연작 '연애소설' '클래식' '여름향기' 등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손예진의 최근 10년간의 행보는 의아했을지 모른다.

"10년간의 어떤 큰 그림을 그렸던 건 아니에요. 한 작품씩 밟다 보니 필모그래피가 그렇게 됐더라고요. 예전에도 하고 싶었던 작품을 택했을 뿐인데, 모아 보니 주로 멜로가 됐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여성 캐릭터는 청순가련, 비운의 캐릭터가 많았으니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어쨌든 흥미롭고 재밌는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돼요. 영화를 다 찍은 후에 '이런 관객들이 많이 보실 영화다' '어떤 이유로 선택했다' 그렇게 저 스스로도 생각을 정리해 말하지만, 사실 선택을 할 당시엔 즉흥적인 것 같아요."

'비밀은 없다' 못지않게 '덕혜옹주' 또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특히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데서 오는 책임감이 굉장했다고 털어놨다.

"부담이 굉장했어요. '비밀은 없다'가 새로운 도전이었다면, '덕혜옹주'는 정말 제대로 안하면 큰일나는 영화였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짐을 짊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손예진은 평소 작품의 성패에서 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대단하다고 털어놨다. 해소 방법은 따로 없다고 했다.

"사실 성패에 좌우되면 안 되는데. 잘되는 게 있으면 당연히 안되는 게 있는건데,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개봉 한달 전부터 잠을 못 잘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욕심을 내면 안되는 것 같아요. 전 선택한 영화를 최선을 다해 찍을 뿐이죠.

그런 부담감은 결국 해소는 안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어야 하더라고요.(웃음) 그냥 촬영 후에 여행을 가곤 해요."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취재후기] 솔직 털털, 어떤 질문에든 막힘없이 대답하는 예진 씨다. 영화에 이어 브라운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 인터뷰 중 드라마 '연애시대'에 대해 언급되자, 손예진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연애시대'는 정말, 3박자가 맞는 작품이었어요. 대본도 정말 이해가 잘 됐고, 한지승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이 너무 좋았고요. 만들어가면서 찍는단 느낌이 있었죠. 제가 뭘 모를 때 찍어서 아쉽기도 한데, 오히려 연기의 기술이 없는 게 더 좋아보일 때도 있으니 그때의 내가 더 잘 표현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연애시대' 같은 드라마는 언제든지 너무 하고 싶어요."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