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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침대축구'만 탓할텐가? 한국 올림픽축구, 온두라스전 3대 패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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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침대축구'만 탓할텐가? 한국 올림픽축구, 온두라스전 3대 패인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14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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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물러서는 온두라스 수비에는 돌파형보다 타깃형이 효과적…문창진 부활 실패도 결정적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생각하지도 못했던 복병에게 덜미를 잡혔다.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2회 연속 4강 진출과 메달 도전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후반 14분 알베르트 엘리스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줘 1-0으로 졌다.

역대 23세 이하 연령별 맞대결에서 평가전을 포함해 2승 1무로 온두라스에 단 한번도 지지 않았던 한국은 가장 중요한 8강전에서 덜미를 잡히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메달 도전의 꿈도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전반을 득점없이 끝낸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독일, 멕시코 등 우승후보과 C조에 묶여 조별리그를 장담할 수 없었던 한국은 2승 1무라는 뛰어난 성적, 그것도 사상 처음으로 조1위 8강 진출을 이뤘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2골을 넣으며 가공할만한 득점력도 자랑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공격이 온두라스전에서는 '오류'가 나고 말았다.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온두라스의 골문을 통과한 슛은 단 하나도 없었다.

◆ 온두라스에 번번이 막힌 황희찬, 결정력이 떨어져

온두라스는 조별리그 D조에서 1승 1무 1패로 그다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알제리를 상대로도 2골을 내주며 3-2로 겨우 이겼고 포르투갈에도 2골을 내주고 2-1 패배를 기록했다. 온두라스는 조별리그 3경기 동안 5골을 내주며 수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온두라스가 수비 지향적으로 나오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온두라스는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혼용하며 대놓고 걸어잠그기에 나섰다.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이었다.

온두라스가 걸어잠그기로 나섰다면 그만큼 상대 페널티지역의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간 활용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경기로 일관했다. 그러다보니 페널티지역에서 상대 수비와 볼 다툼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위력적인 슛은 나오지 않았다. 통쾌한 슛이 나오지 않으니 골 결정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 전반에 7개의 슛을 때렸지만 유효슛은 3개에 그쳤다. 그나마도 유효슛은 전반 막판에 집중됐고 모두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초중반 슛은 위력이 떨어졌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한 공격자원은 역시 타깃형이다. 황희찬(잘츠부르크)처럼 돌파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처럼 고공 플레이 능력이 뛰어나고  발재간도 좋은 공격수가 필요했다. 석현준이 부상 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한번 지면 그대로 탈락인 8강전에서는 선발 또는 이른 시간 교체로라도 내보내 골을 노렸어야 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실제로 지난 6월 온두라스와 올림픽축구 4개국 대회 당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선수는 박인혁(FSV 프랑크푸르트)이었다. 박인혁 역시 185cm의 타깃형 스트라이커였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이 후반 23분에서야 석현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만큼 석현준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다는 뜻도 된다. 석현준의 조기 투입이 불가능했다면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에서도 원톱으로 출전한 경험이 있는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우는 파격도 필요했다. 황희찬이 막히자 그 여파는 손흥민,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에게도 미쳤다.

◆ 안타까운 문창진 침묵…공격 자원 가운데 유일한 무득점

문창진(포항)은 스웨덴과 마지막 평가전에서 득점력을 보여주며 부활의 기지개를 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에서 문창진의 골은 단 하나도 없었다. 권창훈(수원 삼성)과 석현준, 류승우가 3골씩 넣고 손흥민이 2골, 황희찬이 1골을 넣었지만 유일하게 공격자원 중에서 문창진만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4명의 공격자원으로 12골을 넣은 것도 다양한 공격옵션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득점력이 뛰어난 문창진이 골을 넣지 못한 것은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창진은 지난 5일 피지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이후 한번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피지전 페널티킥 영점 조절 실패로 부담이 가중됐던 탓이다. 문창진은 독일전에서도 상대 압박에 쉽게 흔들리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공격에 힘을 불어넣지 못했다.

문창진이 조별리그 3경기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신태용 감독으로서도 시간을 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문창진을 신뢰하고 부활을 기대하며 끝까지 중용했다. 하지만 원톱 석현준에 황희찬을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며 문창진을 조커로 기용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온두라스 '침대축구' 신경전 예상 못했나

여기에 올림픽 축구 8강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두라스의 비매너와 침대축구는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모두는 온두라스의 신경전과 심리 싸움이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지 못하고 신경전에 휘말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온두라스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동시에 맡고 있는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은 코스타리카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려놨을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명장이다.

이미 한국을 지난 6월 올림픽축구 4개국 평가전에서 경험해봤던 핀토 감독은 어떻게 하면 한국이 다급하게 나올지를 알았다. 한국 축구에서도 '여우'로 통하는 신태용 감독은 국제 무대에서 한 수 위의 '여우'에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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