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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프롤리나 세계선수권 첫 메달, 여름부터 바이애슬론 '태극귀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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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프롤리나 세계선수권 첫 메달, 여름부터 바이애슬론 '태극귀화 효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28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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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하계세계선수권 여자 스프린트 은메달…세계선수권 사상 첫 메달 쾌거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바이애슬론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가 만들어낸 역사라고는 하지만 한국 바이애슬론이 세계선수권 사상 첫 메달을 따낸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도약은 물론 분명 국내 수준을 한 계단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지난 3월 바이애슬론 우수인재로 특별귀화 허가를 받고 태극마크를 품은 안나 프롤리나(32·조인커뮤니케이션)가 27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오테페에서 열린 2016 바이애슬론 하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프린트에서 22분29초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 안나 프롤리나(왼쪽)가 27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오테페에서 열린 2016 바이애슬론 하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프린트에서 2위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올레나 피드흐루니사(가운데)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바이애슬론 하계선수권대회 공식 페이스북 캡처]

스키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을 결합한 바이애슬론은 동계종목이지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주관의 하계세계선수권도 열린다. 바퀴 달린 스키를 타는 하계세계선수권은 겨울 시즌을 앞두고 기량 점검을 위해 세계 최고 선수들까지 집결한다.

프롤리나에 10.6초 앞서 금메달을 따낸 올레나 피드흐루니사(우크라니아)도 2013년 IBU 세계선수권 여자 스프린트와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금메달을 따낸 강호다.

◆ 한국 바이애슬론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귀화정책의 성공

그런 점에서 프롤리나가 따낸 은메달 역시 값지다. 무엇보다도 IBU 주최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바이애슬론이 메달을 따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역사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세계 정상급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일부 동계종목은 우수인재로 특별귀화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아이스하키 7명과 바이애슬론 2명, 쇼트트랙 1명 등 동계종목에서 모두 10명의 귀화선수가 탄생했다.

이들 외에도 대한체육회는 독일 출신 여자 루지선수 에일린 프리쉐를 우수인재 케이스로 특별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피겨 아이스댄스 선수인 키릴 미노프와 알렉산더 갬린의 특별귀화도 기다리고 있다. 정상적으로 귀화 추진이 이뤄진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벽안'의 선수가 10명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투자를 해서 선수들을 키우지 않으면서 메달만 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나 바이애슬론, 루지, 피겨 아이스댄스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한계 때문에 선수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선수층 자체가 얇기 때문에 투자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김연아처럼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케이스다.

▲ 안나 프롤리나(왼쪽)와 알렉산더 스타로두베츠는 지난 3월 우수인재로 추천을 받아 특별귀화했다. 이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바이애슬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카드다. [사진=스포츠Q(큐) DB]]

결국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도화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고 이들이 바로 귀화선수들이다. 실제로 아이스하키 종목의 경우 귀화선수들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경기력을 높여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그만큼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메달권은커녕 중하위권만 전전했던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낸 선수가 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귀화선수라고 해도 한국 바이애슬론의 위상은 올라갈 수 있고 국내 선수들의 경쟁심리도 유도할 수 있다. 선진기술과 훈련방벙을 함께 받아들이는 효과도 있다.

◆ 관심 이어지면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도 동반 향상 기대

이날 프롤리나는 첫번째 사격(복사)와 두번째 사격(입사)에서 1발씩 맞추지 못해 2바퀴 벌주를 돌았지만 월등한 주행 실력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첫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고 시상대 위에 당당하게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프로쿠닌 한국 대표팀 감독도 대한바이애슬론론연맹을 통해 "대표팀을 맡고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즐겁다"며 "앞으로도 바이애슬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프롤리나 외에도 한국 팀의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안나 프롤리나(가운데)가 27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오테페에서 열린 2016 바이애슬론 하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프린트 시상식을 마친 뒤 안드레이 프로쿠닌 대표팀 감독(왼쪽), 김종민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바이애슬론연맹 제공]

반면 프롤리나와 함께 귀화한 알렉산더 스타로두베츠(23)는 남자 스프린트에서 30분51초9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완주한 54명 선수 가운데 46위에 그쳤다. 스타로두베츠는 복사와 입사에서 각각 2발과 3발을 명중시키지 못해 5바퀴 벌주를 돌면서 하위권으로 밀렸다. 함께 출전한 이인복이 29분38초6의 기록으로 37위로 오히려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추적 경기에서는 스타로두베츠가 40분5초6의 기록으로 완주한 49명 선수 가운데 35위로 이인복(40분30초6, 38위)에 앞섰다. 남자부의 경우 아직까지 귀화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지만 대표팀 내에서 선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또 28일 열린 추격 경기에서 프롤리나는 동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바이애슬론에 또 하나의 메달을 안겼다. 혼성 릴레이에서는 프롤리나, 스타로두베츠 외에 문지희, 이인복이 함께 출전해 1시간21분8초1의 기록으로 14개국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중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긴 하지만 바이애슬론 강국 러시아(1시간22분17초9)가 10위에 그치는 등 한국으로서는 나름 성적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바이애슬론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들 수 있을지는 단정할 수 없다. 워낙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많기 때문에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할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바이애슬론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갈망하고 있다. 귀화선수는 한국 바이애슬론 발전에 속도를 더할 중요한 인재다.

▲ 안나 프롤리나(왼쪽)가 27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오테페에서 열린 2016 바이애슬론 하계선수권대회 여자 스프린트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바이애슬론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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